아플 때도, 건강할 때도……?
작가 : オレンジの箱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20013223#1
작가 코멘트
보드카와 스칼렛의 결혼식을 디지땅이 실황하는 이야기(줄거리가 이래도 되나?).
무엇에 자극받아 썼는가 하면, 두말할 것 없이 이번 웨딩 이벤트죠. 귀여웠지, 둘 다…….
(전에 쓴 비슷한? 흐름의 작품
→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17202077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아그네스 디지털입니다!!
오늘 디지땅은 아침에 눈을 뜬 순간부터 이미 텐션 MAX를 찍었습니다!
왜냐하면 제 덕생 중 다시는 없을 일생일대의 이벤트가 지금부터 시작되니까요!
「자, 타키온 씨! 일어나 주세요! 슬슬 준비해야 한다고요!」
「으으~음…… 아침부터 고성은 자제해 주지 않겠나……. 전부터 계속 내키지 않는다고 말했을 텐데……」
「아무리 타키온 씨의 부탁이라 해도 이것만큼은 들어줄 수 없어요! 그야 오늘은……」
그래!
「보드카 씨와 스칼렛 씨의 결혼 피로연 날이니까요!!」
이야, 언젠가는 이런 날이 오지 않을까 내심 상상하긴 했지만, 설마하니 재학 중에 골인하게 될 줄이야…….
이 사실을 발표한 몇 달 전 그날, 학교는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디지땅의 마음 또한 폭풍과도 같이 날뛰기 시작했죠. 오늘이 찾아오기를 얼마나 학수고대했는지!
「그러니까…… 그게 안 내킨다는 말이잖나……」
「어째서죠!? 그토록 애지중지하시던 스칼렛 씨의 축복의 날인데! 이미 초대장도 받아 뒀다고요!」
「글쎄, 뭔가…… 마음속에 형언할 수 없는 불쾌감이 느껴져……. 그래, 마치 소중히 키운 딸아이를 어디서 굴러왔는지도 모를 승냥이 같은 놈에게 빼앗긴 것 같은…… 그런 기분이야.」
「죄송하지만, 무슨 말씀인지 하나도 모르겠어요……」
타키온 씨는 얼마 전부터 계속 저렇게 언짢은 태도를 고수하고 계십니다. 지금도 침대 위에 웅크린 채, 나올 생각이 전혀 없는 것 같습니다.
왜일까요? 드디어 스칼렛 씨가 행복의 실마리를 붙잡으려고 하는데.
혹시 질투? 하지만 그거랑은 조금 다른 것 같고…….
「나도 보드카 군이 나쁜 우마무스메가 아니라는 건 당연히 알고 있어. 허나 재학 도중에 호적까지 넣을 필요는 없지 않나. 이런 건 좀 더 서로를 이해한 뒤에……」
진짜 부모님 같은 말을 중얼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저한테 말해 봤자 아무런 방도가 없지만요.
「스칼렛 씨, 타키온 씨가 안 오면 엄~청 슬퍼할 거예요.」
「…………」
「자, 갑시다. 막상 가 보면 의외로 솔직하게 축하할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그런가……」
타키온 씨가 느릿느릿 침대를 빠져나와, 외출할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다행이다…… 일단 갈 마음은 생기신 것 같네요.
옷을 갈아입고, 아직도 불평을 투덜거리는 타키온 씨와 버스를 타고 초대장에 적힌 호텔을 향해 길을 나섭니다.
「애초에 이런 거창한 식을 올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나? 약혼했으면 그걸로 된 거 아닌가? 금전적인 손해만 클 뿐, 아무런 가치도 없잖나……」
「그, 그렇지 않아요. 웨딩드레스라든가, 많은 사람들에게 축하받는다든가, 소녀라면 한 번쯤은 꿈꿔 볼 만한 행사잖아요?」
「시시하군…… 참으로 시시한 이야기야. 단순히 추억을 만드는 데에 그만한 식을 올려야 하는 이유를 전혀 모르겠어.」
이제는 맞장구에 끝까지 어울리라고 명령하는 듯한 기세로, 타키온 씨가 불평을 끝없이 쏟아냈습니다.
원래부터 밝고 천진난만한 분은 아니었으나, 이렇게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하는 건 정말 보기 드문 모습입니다.
대체 무엇이 그녀를 이렇게 만든 것인지…….
「타키온 씨, 도착했으니 내릴까요?」
「말 안 해도 보면 아네……」
피로연이 시작돼도 타키온 씨는 이 상태 그대로일까요.
그건 싫어…… 모처럼 영광스러운 식이 열리는데…….
호텔 내부로 들어가자, 트레센 학원의 우마무스메들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두 분과 조금이라도 연이 있는 분들은 전부 초대하신 것 같네요.
아아, 이 얼마나 눈부신 식장인가요! 아직 보드카 씨와 스칼렛 씨의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각자 다른 상상을 하며 담소를 나누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옷, 타키온이랑 디지털이잖아! 드디어 왔군!」
「안녕하세요……」
가장 먼저 말을 건네주신 건 포켓 씨와 카페 씨. 타키온 씨와 사이가 좋은 분들입니다.
「죄송합니다, 준비에 조금 시간이 걸려서 늦었네요……」
「아냐, 아직 신부 두 사람도 준비 중인 것 같으니까. 그래서 우리도 여기서 잡담이나 떠들고 있었지.」
「타키온 씨…… 그, 오늘 축하드립니다.」
「……카페, 그 말을 왜 내게 하는 건가?」
「……아뇨, 저도 모르게 그만……」
알 수 없는 이야기를 나누는 타키온 씨와 카페 씨를 곁눈질하며, 저희는 신부 둘이 등장하기만을 이제나저제나 기다렸습니다.
으으…… 지인인 우마무스메 쨩이 식을 올리는 걸 이 눈으로 보게 될 줄이야……!
이건 인생에 다시 없을 귀한 날입니다.
뇌세포 하나하나에 단단히 새기고 가자!!
「이곳인가……! 지옥의 문-헬 게이트-은……!」
「응?」
과장된 대사와 함께 회장에 입장한 우마무스메를 보고,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딱딱하게 굳었습니다.
저건…… 타니노 김렛 씨!
「대체 뭐란 말인가…… 이 불길한 축제는……! 아아, 따분하구나, 따분해……!」
뭔가 무서워. 눈에서 독기가 흐르고 있습니다.
평소에는(목책을 부수는 건 조금 그렇지만) 유쾌한 우마무스메 쨩인데,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보드카…… 내가 총애하는 보드카여……. 어찌, 어찌하여 내 허락 없이 결혼-인게이지- 같은 것을……! 제기랄!」
고함과 함께 김렛 씨가 근처 테이블을 걷어차려고 했으나, 다행히도 이성이 남아 있었는지 움직임을 멈췄습니다.
잠깐, 잠깐만요…… 갑자기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요.
「이봐, 김렛 군…… 갑자기 나타나더니, 뭔가? 그 행동은? 오늘은 경사스러운 피로연일 터…… 그 태도는 용납할 수 없군.」
「타, 타키온 씨!?」
김렛 씨를 막기 위해 나타난 사람은, 놀랍게도 타키온 씨였습니다.
아니, 방금까지 그 경사스러운 피로연을 실컷 욕하고 있던 사람이 바로 타키온 씨면서…… 라고 말하면 안 되겠죠.
「아그네스 타키온…… 내게 하고 싶은 말이라도 있는 건가? 불쾌한 게 당연하지 않나. 왜 나의 사랑스러운 보드카가…… 저런 시끄러운 여자에게 붙잡혀 살아야 하는 거지? 나는 거기서부터 맘에 안 든단 말이다. 이까짓 피로연…… 지금 당장이라도 파괴-디스트로이-하고 싶다고!」
「흐응…… 그 말 그대로 자네에게 돌려주지. 어째서 우리 사랑스러운 스칼렛 군이 투박하고 품위 없는 보드카 군 따위에게 시집을 가야만 하는 건지……. 참으로 불쾌하기 짝이 없어.」
「뭐라……? 우리 보드카에게 불만이라도 있는 거냐……?」
「두, 두 분 다, 진정하시고……」
제 목소리는 깔끔하게 무시당한 채, 타키온 씨와 김렛 씨의 적대가 시작됐습니다. 어째서?!
「김렛 군. 지금 와서 물어봤자 헛된 일이지만…… 왜 말리지 않았지?」
「나는 말렸다!! 하지만 녀석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지! 『이것만큼은 제 마음대로 결정하게 해 주세요』란 대답밖에 안 하더군! 타키온! 네가 똑바로 후배를 인도하고 양성하여, 성스러운 『빛』을 계시했으면 이런 일은 생기지 않았어!」
「나에게 책임을 전가할 생각인가……? 점점 네게도 화가 나기 시작하는군. 포르말린에 절여 주고 싶은 기분이야.」
「그래, 언제든 덤벼 보라고……. 오늘은 목책이 아니라 널 걷어차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
아와와와와…… 그, 그만……. 애써 마련한 피로연 자리가 폭력 현장으로 변하는 것만큼은……!
회장 안은 일촉즉발, 박수라도 쳤다간 폭발할 것 같은 분위기로 변하고 말았습니다.
마른침을 삼키며 상황을 지켜보는 초대객 여러분…… 그리고.
『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애스턴 마짱입니다~』
딱딱하게 굳은 분위기를 이완시키는 듯한 부드러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
회장의 단상 위를 보자 놀랍게도, 마이크를 쥔 마짱 씨가 서 계셨습니다.
『여러분, 오래 기다리셨습니다아. 두 신부님이 입장하십니다. 두 분의 지인 대표로서, 사회는 저 마짱이 맡게 되었습니다~』
「흥……」
「칫……」
그 목소리를 듣고 독기가 빠진 것인지, 타키온 씨와 김렛 씨도 마지못해 자리에 앉았습니다.
다, 다행이다……. 자, 드디어 신부님들의 입장이네요!
조금 소란이 있긴 했지만 다시 정신 차리고, 두 눈 크게 뜨고 봅시다!
「꺄악~! 멋져어~!」
서로 단단히 팔짱을 낀 채 회장에 나타난 두 분에게, 누군가가 비명을 질렀습니다.
하지만 그 심정은 충분히 이해가 가요!
그도 그럴 게, 이거…… 이건, 너무 아름답잖아요!
스칼렛 씨는 연청색으로 물든, 화려하고 우아한 느낌의 드레스 차림.
보드카 씨는 어딘가 와일드한 매력이 느껴지면서도 늠름함이 물씬 풍기는 드레스를 입고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가장 주목해야 하는 부분은 두 분의 표정!!
보자마자 알 수 있을 정도로 둘 다 부끄부끄하고 있잖아요! 그 표정은 대체 뭡니까!
저를 죽일 셈인가요!
「크헉!!」
으윽, 저도 모르게 신음을 흘렸습니다…… 경박해라. 맞다, 휴대폰. 멍하니 보고 있을 게 아니라 사진으로 남겨둬야……!
그치만 보고 있기만 해도 눈이 멀 것 같아아악!
「어, 어이, 스칼렛…… 걸음이 좀 빠르잖아……. 긴장한 거냐?」
「하아!? 긴장한 건 너잖아? 세월아 네월아 하고 걸으니까 내가 끌어주는 거잖아!」
「뭐라고……?」
아아, 성불할 것 같아…….
방금 본 진심 어린 싸움과는 달리, 이 얼마나 안심되는 광경인지.
혼약을 해도 웨딩드레스를 입어도, 이 두 분은 변하지 않는군요…….
「이야, 둘 다 아주 후끈후끈하구만! 여기가 일본에서 제일 뜨거운 거 아니냐!?」
「훗…… 이게 행복을 붙잡은 연인의 모습인가. 나와는 연이 없는 장면이지만…… 샘이 날 정도군.」
회장 한구석에서 두 분을 신나게 놀리는 사람은, 고루시 씨와 나카야마 씨였습니다.
고루시 씨의 텐션이 평소보다 조금 더 높은 것 같기도 하네요.
「시, 시끄러워!」
「그래, 고루시! 우리가 어딜 봐서 후끈후끈하단……」
「혼약까지 해 놓고 뭔 소리를 하는 거래~! 그 행복 한 조각만 떼서 고루시 쨩한테도 좀 나눠 주라~!」
……취해서 고성방가를 지르는 아저씨 같은 고루시 씨.
종종 있죠, 저런 사람…… 아니, 사실 잘 모르지만요.
「……크읏!」
「에?」
갑자기 흐느끼는 목소리가 들려 옆을 보자, 세상에 이럴 수가!
타키온 씨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한 것 아니겠습니까!
이야, 꽤 오랜 시간 동안 룸메이트로서 함께 지냈지만, 이런 타키온 씨는 처음 봤습니다…… 아마 아무도 본 적 없는 모습이겠죠.
……디지땅, 우마무스메 쨩을 보고 좀 깬다는 생각이 든 건 이번이 처음인 것 같아요.
「스칼렛 군…… 아름다워…… 아름답구나……!」
「아, 타키온 씨! 와 주셨군요! 다행이다…… 반대하셨으니 혹시 안 오시는 건 아닐지 걱정했어요……」
「자네가 그렇게 마음먹었다면, 난 더 할 말이 없네……. 행복해지게나……」
「……네! 꼭 행복해질게요!」
「보드카 군…… 스칼렛 군을 울리면 용서하지 않겠어……」
「아, 넵! 맡겨 주십쇼!!」
그, 타키온 씨는 스칼렛 씨와 대체 어떤 관계인 건가요?
아까부터 대체 어떤 입장으로 말씀하시는 건가요?
「아아……!」
「엑, 이쪽도!?」
옆 테이블에 앉아 있던 김렛 씨까지 억수 같은 눈물을 쏟고 계셨습니다.
조금 전까지 그렇게 으르렁거리던 두 분이…… 영문을 모르겠어요.
「김 선배…… 제 모습, 어떤가요? 이상하진 않슴까?」
「물론……. 보드카, 지금 네 모습은 그야말로 미의 여신…… 『비너스』의 이름을 물려받기 걸맞을 정도로 아름답구나……!」
「에, 에헤헤…… 왠지 쑥스럽네요……」
「내 눈에서 이토록 많은 눈물-파토스-을 흘리게 하다니……. 나의 패배다. 보드카, 너의 행복을 그림자 속에서 지켜보고 있으마……. 스칼렛, 이 녀석을 잘 부탁한다.」
「에. 아, 넷!」
우오오, 김렛 씨가 머리를 숙이고 있어…… 이건 이거대로 매우 희귀한 장면이네요.
이것도 찍어 둘까. 찰칵.
뭐 어찌 됐든, 어떻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타키온 씨도 김렛 씨도 납득하신 것 같아 다행입니다.
역시 이 회장에 넘치는 축복의 기운이 두 분을 감화시킨 걸까요……?
결혼식은 정말 대단하구나.
『그럼 신부 두 분~ 여기 앉아 주세요.』
회장 안을 한 바퀴 돈 뒤, 보드카 씨와 스칼렛 씨는 맨 앞줄에 앉으셨습니다.
새삼스럽지만 너무 아름다워! 더! 더 찍어야 해!
「디지털 군…… 이런 말을 하고 싶진 않지만, 식이 한창인 와중에 그런 격식 없는 행동은 자제하게나.」
「아, 죄송합니다……」
타키온 씨에게 주의를 받았습니다. 이런 행동은 실례인 걸까요?
다른 분들도 촬영하고 계신 것 같은데……. 그보다 타키온 씨가 그런 말을 할 입장은 아니시지 않나…… 크흠, 아뇨, 여기서 그만둡시다.
『에~ 그럼 이번엔~ 다음 순서로 넘어갈게요. 마짱, 지금까지 두 분이 함께한 추억을 동영상으로 정리해 봤답니다. 즐겁게 감상해 주세요~』
아, 디지땅 만화에서 이런 장면을 본 적 있어요!
신랑 신부의 발자취를 감상하는 거죠! 좋네요…… 정말 결혼식이란 느낌이에요.
회장에 비치된 스크린이 내려오고, 그곳에 영상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으음~…… 두 분의 첫 경쟁…… 함께한 첫 레이스는, 튤립상이었습니다……』
과연. 레이스를 통해 두 분의 여정을 더듬어 보는 거군요.
이 두 신부에게 가장 적합한 방향……인 것 같긴 한데요.
「아~ 이거. 내가 스칼렛을 짓밟아 줬을 때잖아. 솔직히 이때 서열 정리가 끝난 것 같단 말이지~」
「무슨 소리래!? 목 차로 간신히 이겼으면서!!」
꺅꺅 소란을 피우는 보드카 씨와 스칼렛 씨. 저, 두 분? 손님들이 다 보고 계세요.
『그리고~ 다음 승부는 벚꽃상과 추화상…… 이건 스칼렛 씨의 승리네요. 아, 벚꽃상에는 마짱도 있었답니다. 잊지 말아 주세요~』
「이것 봐! 이게 진짜 실력이지! 내가 진심으로 달리면 너 같은 건 상대도 안 되거든!?」
「말 다 했냐!?」
그 뒤에 아리마 기념, 그리고 지금까지도 뜨거운 감자 중 하나인 가을 천황상의 영상이 차례로 흘러나옵니다.
우으…… 저 천황상, 정말 명경기였죠!
저는 이미 몇 번이고 시청해서 눈에 익은 경기긴 하지만, 역시 몇 번을 봐도 눈물이…….
「뭐, 마음껏 말해 보시지? 이런 중요한 레이스에서 이기는 게 내 『여유』라고나 할까? 이야~ 이겨서 미안하네, 스칼렛!」
「크윽…… 고작 2cm 차이였던 주제에……!」
아, 역시……. 장황한 말다툼이 시작되고야 말았습니다. 저 두 분에게 레이스 영상 같은 걸 보여 주다니,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나 마찬가지죠.
뭐, 이 정도야 예삿일이니 다들 따뜻한 시선으로 지켜보고 계시긴 하지만…….
어떤 피로연이 좋은 피로연인지는 모르겠으나, 이렇게 신부끼리 욕을 주고받는 모습 또한 좋은 피로연이라 할 수 있을까요?
사회자인 마짱 씨는 이 상황을 가볍게 무시하고 식을 진행했습니다. 강한 분이시구나.
『그럼 이어서 축사를 읽겠습니다. 이사장님, 잘 부탁드립니다~』
그 후에도 식은 마짱 씨의 지휘 아래 차근차근 진행됐습니다(애초에 마짱 씨가 아니면 신부들이 금방 말다툼을 시작하기 때문에, 도저히 진행이 안 됩니다……).
이사장님이나 친구분들의 축사, 케이크 커팅식, 누가 원해서 하는 건지 알 수 없는 노래 대회 등…….
소란스러운 때도 몇 번인가 있었지만, 대체로 정석적인 결혼식 일정으로 차질 없이 진행되었다고 볼 수 있겠네요.
아아, 디지땅은 기뻐……. 우마무스메 쨩의 행복을 이렇게 다 같이 축복하는 것, 이 이상의 기쁨은 없을 겁니다.
무엇보다 옥신각신하면서도 실로 행복해 보이는 신부 두 사람의 얼굴…… 존귀하단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결혼식이라 하면 역시 아직 나오지 않은 『그거』겠죠!
그거를 못 보고 돌아갈 수는 없습니다!
「……두 분은 아플 때도 건강할 때도, 기쁠 때도 슬플 때도, 이 모든 것을 사랑하고 서로 도우며, 목숨이 다하기 전까지 진심으로 마주할 것을 맹세합니까?」
「매, 맹세합니다.」
「……맹세합니다.」
어느새 나타난 신부님 앞에서 두 분이 맹세의 언약을 나누고 계셨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장소도 교회 느낌이 물씬 나는 식장으로 변해 있었습니다…… 디지땅, 의식이 날아갔었나?
아무리 두 분이라도 지금만큼은 단정한 얼굴. 저희도 조용히 지켜보는 것밖에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러면 새로운 인생을 나아가겠다는 증거로, 맹세의 키스를……」
신부님의 말씀이 나온 순간, 이 순간만을 기다렸다는 듯이 함성이 쏟아집니다.
「좋아 좋아, 가라! 키! 스! 해라, 키! 스!」
「점잔 빼지 말고 얼른 끝내라고! 우린 이걸 보기 위해 멀리서부터 왔단 말이다!」
……예상대로라 해야 할까요, 함성의 주인공은 역시나 고루시 씨와 나카야마 씨였습니다.
설마 그럴 리는 없겠지만, 「저건 암만 봐도 알코올이 들어간 것 같은데?」란 의심이 싹틀 수밖에 없는 안하무인이네요.
고루시 씨는 늘 저렇지 않았냐 물어보시면 할 말이 없습니다만…….
「시, 시끄러워! 말 안 해도 할 거거든!」
「스칼렛…… 나 뭔가 부끄러워지기 시작했어……」
「잠깐, 너까지 그런 소리를 하면 어떡해!?」
아앗! 수줍어하는 두 분 세계 최고 귀여워!!
그러나 저런 반응을 보이는 건, 고루시 씨의 기세에 돛을 달아주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뭘 그렇게 부끄러워하고 그래~! 쭈왑! 하면 된다고, 쭈왑! 우리가 두 눈 똑똑히 뜨고 지켜볼 거니까 걱정 붙들어 매셔!」
「키스 하나도 제대로 못 하면서 앞으로 신혼 생활은 어떻게 할 생각이지!?」
키스하기 어려운 분위기를 만들고 있는 게 바로 자기들이면서!!
하지만 이 분위기에 휩쓸리고 만 건지, 다른 우마무스메 쨩들도 「빨리 키스해~!」라느니 「둘이 키스하는 거 보고 싶어!」라느니 새된 목소리로 소리치기 시작했습니다.
솔직히 저도 빨리 보고 싶다는 마음이 본심이긴 합니다만…….
「아아, 더 이상 못 보겠어……」
「여긴 대체 무어냐…… 진정한 지옥-게헨나-인가……?」
타키온 씨와 김렛 씨는 대체 어떤 입장으로 참석한 건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두 분을 지켜보고 계십니다.
애지중지 키워 온 후배들이 눈앞에서 실컷 놀림받는 광경이라니, 두 분의 심정은 오죽할까요.
「아, 진짜! 네가 그렇게 부끄러워하니까 애들이 기어오르는 거잖아! 빨리 끝내 버리자고!」
「시, 시끄러! 너도 얼굴이 홍당무잖아! 좋아, 해 주지! 와라!」
오오, 함성이 울려 퍼졌고, 두 분의 얼굴이 천천히, 또 천천히 가까워집니다…….
그렇구나. 방금 깨달았습니다. 디지땅이 이 땅에 태어나 지금까지 살아온 이유는, 바로 이 순간을 보기 위해서……!
저는 진리를 이해하고 만 것입니다.
자, 지켜봅시다! 두 분의 맹세를!
어라? 갑자기 눈앞이 흐려지는데…… 설마 저, 승천하는 걸까요?
……일리가 있네요. 이런 황홀한 광경을 눈앞에서 직접 볼 수 있었으니.
이제 저에게는 아무런, 후회 한 점 없습니다──
……………………………………………………
…………………………
……………
「──어젯밤에 이런 꿈을 꿨는데 말이죠……. 보드카 씨, 스칼렛 씨,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 꿈이 예지몽은 아닐까요? 저는 왠지 모르게 이런 일도 있을 법한데~ 란 생각이 들거든요……」
「「……라.」」
「네?」
「「모른다고───────!!!」」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 두 분이 저에게 고함치는 모습을 보면서, 아아, 역시 두 분은 이런 모습이 어울리는구나…… 라고 디지땅은 혼자 만족했습니다.
데헷.
아그네스 디지털의 컨디션이 좋아졌다!
진짜 정신없지만 재밌게 읽은 작품ㅋㅋㅋ
사실 보드스카를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라 따로 찾아 읽지는 않는데, 이건 참 재밌게 읽었어요.
일러는 둘 다 고해상도로 찾아오고 싶었는데...
스칼렛은 쉽게 고해상도를 찾았는데 보드카는 암만 뒤져도 없더라고요.
편애 멈춰...
그리고 이번 번역이 늦은 이유는 술병 나서 그렇습니다.
다들 음주는 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