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 2차창작 SS 번역/우마무스메

저와 춤춰 주시겠습니까.

츄라라 2024. 4. 11. 18:01

 

 

ほんわかわーくす │ https://www.pixiv.net/artworks/117419004

 

작가 : オレンジの箱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19613299#1

 

#ウマ娘プリティーダービー #ダイイチルビー(ウマ娘) 私と踊って頂けますか。 - オレンジの箱

「ねえねえ、もうドロワのデート、決めた?」 「まだだけど……」 「あ、じゃあさ、私と……踊ってくれない?」 「え……わ、私で良いの? だったら、うん。よろしく……」 「やっ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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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코멘트

리뉴 드로와트에서 헬리루비를 보고 싶어요…… 그것만을 위해 쓴 이야기입니다. 올해 드로와트 이벤은 최고였죠! 아르치요에 테이네이, 애니에서 제 마음을 마구마구 헤집어 놓은 테이맥까지 볼 수 있었던 것도 정말 좋았습니다. 그래서 루비와 헬리오스도 춤을 추게 됐습니다(왜???). 참고로 작중에 나오는 루비의 트레이너는 여성, 헬리오스의 트레이너는 남성으로 생각하고 썼습니다.

 

 

 


 

 

「저기, 드로와트 데이트 이미 정했어?」

「아직 못 정했는데……」

「아, 그럼 있잖아, 그, 나랑…… 춤추지 않을래?」

「에…… 나, 나로도 괜찮아? 괜찮다면, 응. 잘 부탁할게……」

「아자……! 같이 열심히 하자!」

 

 요즘 이런 식의 조금 달콤한 대화를 엿듣는 일이 많아졌다.

 교실 안에서 수업이 시작되기를 기다리는 나── 다이이치 루비는, 가만히 앉아 그녀들의 이야기를 멍하니 듣고 있었다.

 

 리뉴 드로와트.

 트레센 학원에서 대대로 행해져 온 격식 있는 행사, 라고 한다. 데이트라 부르는 짝을 정해 당일날 함께 춤을 추는 댄스파티.

 그냥 춤을 추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가장 화려하다는 평가를 받은 페어에게는 베스트 데이트라는 칭호가 주어진다고.

 

 계속 애매한 표현으로 얼버무리는 이유는, 내가 그 이벤트에 참여한 적이 한 번도 없기 때문이다.

 일절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나도 『그런 집안』 출신으로서 춤에는 일가견이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런 행사에 참여하는 것보단 달리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을 뿐.

 어찌 됐든 이곳은 달리기를 연마하기 위한 장소고, 나는 곧 레이스 출주를 앞둔 몸이니까──

 

「아가씨잇!!」

 

 쾅! 이라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 내 책상을 기세 좋게 내리쳤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탓에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기 어려웠다. 눈앞에 나타난 우마무스메를 보고, 나는 이번에도 올 게 왔다고 생각하며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나랑 팀 짜는 거 어때? 드로와트에서!」

「네?」

「저의, 그, 뭐였더라…… 데이트? 가 되어 주세요!」

「…………」

 

 다이타쿠 헬리오스. 이게 그녀의 이름이었다.

 내가 이 학교에서 생활하는 이상, 이 우마무스메의 얼굴과 이름을 잊을 리가 만무했다.

 너무 갑작스러운 이야기지만 그녀의 말로 미루어 보았을 때, 그녀는 나를 드로와트 데이트로 포섭하고 싶은 듯했다.

 그건 그렇고 인사 하나 없는 제안이라니…….

 

「헬리오스 씨.」

「응? 쌉가능이지? 맞지!?」

「거절하겠습니다.」

「어째서엇!?」

 

 어째서냐니요. 오히려 왜 내가 당연히 승낙할 것이라 생각한 건지가 궁금했다.

 이 사람은 늘 이랬다. 갑작스럽게 나타나, 영문을 알 수 없는 말을 실컷 늘어놓으며 일방적으로 다가온다.

 

「헬리오스 씨. 요컨대 저에게 댄스 파트너의 제안……을 하고 싶으신 거라 생각해도 되겠습니까?」

「바로 그거지! 역시 아가씨, 눈치 빨라!」

「우선 근본적인 의문을 해소하고 싶습니다만, 헬리오스 씨는 춤을 춰 본 경험이 있으신지요?」

「당근! 작년 드로와트 때 파머찡이랑 췄어! 파머찡 댄스 고인물이라구~?」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그 후에는 어떠셨나요?」

「그 후에?」

 

 헬리오스 씨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드로와트가 끝난 후에도 부지런히 춤을 연습하셨는지 묻고 싶습니다.」

「어, 그게……」

「…………」

「……아! 그래도 그건 계속했어! 위닝 라이브 있잖아! 그 춤 연습!」

「그건 드로와트에서 추는 춤과는 다르다고 생각합니다만……. 제가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의 춤사위가 아니라면, 팀은 꾸리지 않겠습니다.」

「자, 잠만! 나 열심히 할게! 내 예상이긴 한데, 아가씨도 완전 고인물일 거 아냐? 나도 진심 모드로 연습할 테니까! 아가씨에게 뒤처지지 않을 정도로……」

「그럴 시간은 없습니다. ……아뇨, 애초에.」

 

 초조한 듯 두 손을 붕붕 휘두르는 헬리오스 씨를 바라보면서, 나는 숨을 한 번 골랐다.

 

「설령 당신이 능숙히 춤출 수 있다 한들, 저는 당신의 데이트가 되지 않을 겁니다.」

「대, 대체 왜애……?」

「머지않아 타카마츠노미야 기념이 있으니까요.」

「타카마츠노미야…… 아, 그거 이번에 나도 나가는데! 아가씨랑 달리는 거 완전 기대돼!」

 

 레이스 이야기로 노선이 틀어진 모양이었다. 헬리오스 씨의 의식은 이미 그쪽으로 날아간 지 오래였으니.

 진심으로 기대하는 듯한 그 미소는, 조금 눈부셨다.

 

「나 빡연습할 거거든! 절대 안 질 거야! 아가씨랑 나랑 개쩌는 페스를 만들어 보자고!」

「잘 부탁드립니다. 그럼, 이 이야기는 이쯤에서──」

「아니아니아니!! 드로와트! 내 말 아직 한참 남았는데!?」

 

 첫 화제를 완전히 잊지는 않았나 보다.

 

「하아…… 레이스가 머지않았다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그렇다면 춤 연습을 할 시간 같은 건 없다고 자연스레 아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당신도 저도, 트레이닝 예정이 있지 않습니까.」

「그으, 그럼 있잖아, 레이스가 끝나고 나면……」

「아마 제가 알기로, 레이스가 끝나면 당일까지 시간이 얼마 없을 겁니다. 어느 쪽이든 제가 납득하기란 힘들 것 같습니다만.」

「그래도 나는 아가씨랑 춤추고 싶은걸!」

「저는 춤추고 싶지 않습니다. 투박한 춤을 대중들 앞에서 보이는 건 사절하고 싶네요.」

 

 애초부터 나는 헬리오스 씨와 드로와트에 나가고 싶은 마음이 없었으니.

 연습에 어울려 줄 의리도 없었다. 첫머리부터 맞물리지 않는 대화였다는 말이다.

 

「그, 그럴 수가아……」

「그리고 레이스가 끝난 뒤라도 트레이닝은 끊임없이 계속해야 하는 것이니까요…… 헬리오스 씨, 이 이야기는 여기서 끝내고 싶습니다.」

「아니이, 잠깐……」

「헬리오스, 수다는 그쯤 하시지? 곧 수업 시작한다. 자기 교실로 돌아가!」

「아앗! 망했다아!!」

 

 교실에 나타난 선생님이 손에 든 학생 명부로 헬리오스 씨의 머리를 툭툭 두드렸다.

 나는 속으로 다시 한번 한숨을 쉬면서 책상 위에 교과서를 펼쳤다.

 헬리오스 씨는 고개를 푹 숙이고 어깨를 늘어뜨린 채 교실을 떠났다.

 

 


 

 

 대체 저 사람은 정체가 뭘까.

 나는 다이타쿠 헬리오스라는 우마무스메를 잘 이해할 수 없었다.

 나를 이렇게 고민에 빠뜨린 사람은 여태 없었다. 의문의 집합체 같은 존재.

 

 싫다는 건 아니다. 오히려 좀처럼 만나기 힘든 호적수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서로 경쟁하고 갈고닦음으로써 더 높은 곳까지 올라갈 수 있으니까.

 그녀는 그런 라이벌 중 한 명이었다. 이것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사실.

 

 해로운 사람이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다. 헬리오스 씨 주변에는 언제나 많은 사람이 모여 있었고, 그 사람들은 모두 웃고 있었으니까. 그녀에게서 기운을 받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 사람이 악인일 리가 없어.

 단, 이해할 수 없었다. 삶의 방식이 너무나도 다른 탓에.

 

「루비. 내 얘기 듣고 있어?」

「아……」

 

 트레이너 씨의 목소리를 듣고 나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다른 사람도 아닌 내가 이야기 도중 타념에 사로잡히다니…… 불찰이다.

 

「죄송합니다…… 잠시 다른 생각에 빠져서.」

「어쩐 일이야? 루비가 멍하니 있다니…… 혹시 피곤해?」

「아뇨, 괜찮습니다. 계속해 주세요.」

「그래? 그렇다면 뭐.」

 

 트레이너실에 비치된 화이트보드에 트레이너 씨가 우마무스메의 사진을 하나둘 붙이기 시작했다.

 전원, 이번 타카마츠노미야 기념에 출주 예정인 우마무스메들이다.

 트레이너 씨는 그들의 특징을 하나하나 거론하면서 이런 점에 주의하라든가, 레이스는 이런 식으로 전개될 거라는 등 주의 깊게 설명해 주셨다.

 중요한 정보다. 나는 그 정보들을 하나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화이트보드에 집중했다.

 

「역시 이번에 가장 주의해야 할 우마무스메는 이 친구겠지. 다이타쿠 헬리오스…… 루비에게 따로 말할 필요도 없겠지만.」

「말씀대로입니다. 그녀에 대해선 잘 알고 있으니까요.」

「응. 철저히 마크하는 방향으로 가자. 자기 페이스대로 뛸 수 없게끔……」

 

 그 뒤로 한동안 둘이 헬리오스 씨에 대한 대책을 강구했다.

 이번 출주 인원 중에서는 나와 그녀의 실력이 특히 뛰어나다는 게 언론을 포함한 대중들의 견해였다.

 그런 만큼 충분한 대비가 필요했다. 그녀는 결코 명랑하기만 할 뿐인 우마무스메가 아니니까.

 

「트레이너 씨.」

 

 드디어 미팅이 끝을 바라볼 즈음, 나는 트레이너 씨에게 말을 건넸다.

 

「왜?」

「헬리오스 씨는, 어떤 우마무스메인 걸까요.」

「갑작스럽네…… 헬리오스에 대해선 잘 알고 있다고 루비가 말했잖아?」

「그건 레이스에 관한 정보일 뿐입니다. 그녀의 성격이라든가, 사고방식이라든가……」

「으음…… 그건 루비에게 필요한 정보야?」

「……모르겠습니다. 다만, 알아서 나쁠 건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렇군……」

 

 트레이너 씨는 잠시 팔짱을 낀 채 생각에 잠긴 듯 보였다.

 

「나는 보이는 그대로인 애라고 생각하는데……. 밝은 성격에 누구나가 좋아하는, 즉 인싸란 느낌? 그런 애는 좀처럼 보기 힘들지.」

「그렇죠. 적어도 제 주변에는 없는 부류의 사람입니다.」

「그리고 솔직한 애야. 루비에게 다가오는 것만 봐도 그렇잖아? 좋아하는 애한테 그렇게 정면으로 다가갈 수 있는 점은 좀 부럽다고 생각해.」

「…………」

 

 나에게 있어 가장 의문인 점이 그거였다. 아무래도 나에게 호감을 품고 있는 것 같다. 그건 알고 있어.

 그녀가 말하기를, 내 미소를 보고 싶다고.

 이 또한 그녀가 말하기를, 최애(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로 삼고 싶다고.

 

 하지만 어째서일까. 나는 그녀에게 무언가 해 주었던 기억이라곤 없다. 전혀 모르겠어.

 그렇기 때문에, 그저 의문만이 내 안에 소용돌이쳤다.

 

「뭐, 거기에 응해줄지 말지는 루비 마음이지만…… 그리고, 그 애는 레이스를 즐기고 있어.」

「즐기고 있다고요……?」

「응. 그야 물론 헬리오스도 지면 분통을 토하긴 하지만, 그 이상으로 달리는 것 자체를 즐기는 것 같아. 그 애는 그런 애니까.」

 

 레이스를 있는 그대로 즐긴다라. 그건 부정할 수 없었다. 나도 달리는 걸 좋아하니까.

 하지만 나에게 있어 레이스는 그뿐만인 존재가 아니었다. 가문의 이름을 등에 지고, 나를 달릴 수 있게 해 주신 부모님에 대한 감사를 등에 지고, 그 상태로 달리고 있다.

 그러니 나는 헬리오스 씨와는 다르다. 좋은지 싫은지 같은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라, 그저 그녀와는 다르다는 말이다.

 

「……그렇군요. 역시 저와 그분은 다르네요.」

「그렇지. 루비랑 헬리오스는 꽤 많이 달라. 하지만 다르다고 해서 꼭 섞일 수 없는 것도 아냐.」

「그건 어떤 말씀인지.」

「음, 그건 스스로 생각해 보도록 해. 숙제라고 칠까?」

「네에……」

 

 결국 알 듯 말 듯한 이야기로 끝나고 말았다.

 트레이너실을 빠져나와 기숙사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

 트레이닝이 끝난 후에 미팅을 시작했으니 제법 늦은 시간에 끝난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밤하늘에 별이 반짝였다. 운동장 옆을 지나가던 중, 한 목소리가 귀에 날아와 꽂혔다.

 

「헬리오스─! 슬슬 끝내는 게 어때!」

「쫌만 더! 딱 한 번만! 지금 나 완전 느낌 좋거든!」

「어쩔 수 없구만…… 딱 한 번만이다!」

「트레삐 감사~!」

 

 헬리오스 씨가 기운차게 달리는 모습이 보였다.

 그걸 주의 깊게 보고 계신 분이 그녀의 트레이너 씨겠지.

 

「아하하! 기분 쩔어엇!」

 

 즐거운 듯이. 그저 한결같이 즐거운 듯이, 달리고 있었다.

 누군가 헬리오스 씨를 태양이라 부르던 것이 떠올랐다.

 그보다 더 정확한 표현은 없으리라. 주변은 칠흑같이 어두운데도, 그녀만큼은 밝게 빛나는 것처럼 보였으니.

 

 하지만 역시 모르겠어. 무엇이 그리 즐거운 건지. 왜 이토록 반짝여 보이는지.

 알 수 없으니까, 분명 나와 그녀는 섞일 수 없을 거야.

 

 헬리오스 씨가 나를 눈치채기 전에, 나는 그 자리를 슬쩍 떠났다.

 

 


 

 

『다이타쿠 헬리오스, 타카마츠노미야 기념 회피』

 

 그런 뉴스가 보도되기 시작한 건, 레이스 당일까지 고작 4일밖에 안 남았을 때였다.

 당연하게도 나는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최대의 적수가 사라졌다. 틀림없이 레이스 전개도 변할 것이다. 마크도 나에게 집중될 것……이라든가 여러 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떠다녔으나, 그런 건 어찌 되든 상관없었다.

 

 어째서. 그렇게 즐거운 듯이 달렸으면서 대체 왜. 부상이라도 있었던 걸까.

 만에 하나 큰 부상이기라도 하면──

 

 그 생각이 미친 순간, 무심코 발끝이 트레이너실이 모여 있는 동으로 방향을 돌렸다. 헬리오스 씨 담당 트레이너 씨가 계신 방으로.

 방 안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헬리오스, 정말 미안해…… 내가 제대로 보고 있었더라면.」

「그러지 말라니까 트레삐. 내가 완전 폭주했던 거잖아? 너무 신나서 트레삐가 슬슬 끝내자 한 것도 안 듣고 혼자 달렸는데 뭐.」

「아냐. 그때 괜찮다고 판단하고 용인한 건 내 책임이야.」

 

 그 대화를 듣고 있자니 들어가기가 조금 머뭇거려졌지만, 나는 천천히 트레이너실 문을 두드렸다.

 

「오잉? 누구 왔어?」

「헬리오스 씨, 루비입니다. 잠깐 시간 괜찮으실지요.」

「우엣, 아가씨!?」

 

 삐그덕, 의자가 흔들리는 소리가 들렸다.

 트레이너 씨가 헬리오스 씨에게 앉으라고 다그치는 소리도 같이.

 그 소리들이 멎은 후에야 들어오라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실례하겠습니다.」

「왜, 왜 아가씨가……?」

「그거야 당연히 네가 출주를 회피했다는 소식을 들어서 그렇겠지. 내 말 맞지, 루비?」

「네. 무례한 질문일 수도 있겠지만, 회피 이유는 부상 때문인지요.」

「그래, 맞아.」

 

 대답하며 몹시 분한 듯한 표정을 짓는 트레이너 씨. 책임감을 느끼는 거겠지.

 

「상태는 어떠신지……」

「아─ 부상이라 해도 크게 다친 건 아니야. 발톱이 갈라진 게 끝이거덩…… 아하하.」

 

 민망한 듯이 웃는 헬리오스 씨.

 발톱이라…… 얼핏 들으면 심각한 부상은 아닌 것 같지만, 달리게 되면 치명적인 부상이 될 것이다.

 무리했다간 악화될 가능성도 있으니 회피는 타당한 선택이라 볼 수 있을 터.

 

「아가씨, 날 걱정해 준 거야?」

「……네에, 그렇다 볼 수 있겠네요.」

「고마워. 진심 기뻐.」

 

 그렇게 말하면서 보여 준 헬리오스 씨의 미소가, 평소와는 달랐다.

 웃고 있기는 했으나 평소처럼 눈을 찌푸릴 정도로 환한 미소는 아니었다.

 

「헬리오스. 난 잠깐 나갔다 올게.」

「에, 뭔 일?」

「매스컴 대응이라든지 여러모로 준비해야 하기도 하고…… 루비, 천천히 있다 가.」

「아, 저……」

 

 내가 말릴 틈도 없이 트레이너 씨는 재빨리 방을 떠났다.

 우리 둘만이 방 안에 남았다.

 

「아…… 신경 써 준 건가? 아가씨가 내 최애인 걸 알고 있으니까.」

「그런가요……」

 

 그 말에 뭐라 대답해 주어야 좋을지 알 수 없었다.

 무작정 찾아오긴 했지만 트레이너실에 와서 뭘 할 것인지 확실히 정해둔 것도 없었으니.

 충동적으로 발이 이끌렸을 뿐이니까.

 

「헬리오스 씨. 발에 통증은 심하신가요?」

「좀 그렇지~ 그래도 트레삐가 개빨리 약을 가져와 준 덕에 걷는 것 정도는 괜찮. 그렇게 자책할 필요 없는데 말이지~」

「그건 자책할 수밖에 없겠지요. 감독 책임이란 게 있으니까요.」

「그치만 트레삐 덕에 가벼운 상처로 끝났다고 보건쌤도 말했는걸…… 트레삐 잘못은 리얼 1도 없는데.」

 

 그렇다 해도 책임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이 트레이너라는 자리이지 않을까.

 그래도 정말 큰 부상은 아닌 것 같아 안심했다.

 이 정도면 타카마츠노미야 기념은 어렵다 해도, 시간이 조금 지나면 다시 달릴 수 있을 테니.

 

「아가씨랑 페스 뛰는 건 미뤄야겠네.」

「그렇네요……」

「아~아. 아가씨랑 달리고 싶었는데에……」

「…………」

 

 어째서인지 헬리오스 씨의 얼굴을 가만히 보고 있을 수가 없어서 나는 고개를 돌렸다.

 그렇게 쓸쓸해 보이는 미소는 당신이 지어야 할 얼굴이 아닌데.

 

「보러 갈게.」

「무엇을요?」

「당빠 레이스지. 아가씨가 달리는 모습을 보는 걸 좋아하거든.」

 

 사실 같이 뛰어야 더 신나는데~ 라며 웃어 보이는 헬리오스 씨.

 그렇다면 내가 할 일은 정해져 있었다. 아니, 처음부터 변하지 않았다고 해야 더 정확하겠지만.

 

「달리겠습니다. 그리고 이기겠습니다. 당신이 보고 계신 앞에서.」

「오키! 기대하고 있을게.」

 

 기대하고 있겠다. 그 말에 분명 거짓은 없겠지.

 하지만 그토록 달리기를 좋아하는 당신이, 그 달릴 기회를 빼앗겼는데.

 마음 깊은 곳에는 다른 감정도 있을 것이다. 그냥 달릴 수만 있다면, 그거면 될 터인데.

 그조차 이루어 낼 수 없으니까.

 

 결국 헬리오스 씨의 미소는, 마지막까지 쓸쓸함을 지우지 못했다.

 

 


 

 

「핫, 핫, 하앗……」

 

 시간은 흘러.

 나는 아무도 없는 밤에 혼자서 운동장을 뛰고 있었다.

 주변은 조용했다.

 이미 어두워졌기 때문이란 이유도 있겠으나, 이렇게 넓은 운동장에 나 외에 한 명도 없는 데엔 달리 이유가 있었다.

 

 학원 학생 대부분이 어떤 형식으로든 리뉴 드로와트에 참여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홀로 트레이닝을 계속하고 있었다. 외롭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몇 명인가 나에게 같이 참여할 것을 권유한 우마무스메도 있었고, 트레이너 씨도 「기분 전환으로 한번 어때?」라고 말씀해 주셨지만…… 역시 나는, 참가할 마음이 들지 않았다.

 

「……후우.」

 

 발걸음을 멈추고 숨을 골랐다. 얼마 전 레이스가 뇌리에 되살아났다.

 

『다이이치 루비가 선두에 섰다! 다이이치 루비가 선두다! 역시 강합니다! 타카마츠노미야 기념을 제패했습니다!』

 

 타카마츠노미야 기념에서 결승선을 1착으로 빠져나온 순간, 나도 모르게 관중석 쪽으로 눈을 돌렸다.

 트레이너 씨는 기쁨을 음미하는 것처럼 웃고 있었고, 그 옆에는 헬리오스 씨가 있었다.

 몇 번이고 셀 수 없을 만큼 우리 트레이너실에 얼굴을 내민 결과, 이제는 내 트레이너 씨와 완전히 친구라도 된 것처럼 친하게 지내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에도 역시 웃음이 걸려 있었다.

 대단해. 아가씨 진짜 쩔어. 빨라. 고귀해.

 그렇게 말하는 듯한 얼굴. 하지만 그 얼굴은, 내가 보고 싶어 하던 그녀의 미소가 아니었다.

 

『아가씨랑 달리고 싶었는데에……』

 

 그게 당신의 본심이란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 그래서일까? 그녀의 미소가 평소와 달라 보였던 건.

 사실은 단순한 착각이었을지도 모르지만.

 

(슬슬 마무리할까요.)

 

 그렇게 생각한 나는 운동장을 뒤로했다.

 돌아가서 쉬자. 레이스를 뛴 피로도 아직 완벽히 해소되지 않았고.

 역설적이게도, 그 생각과는 반대로 내 몸은 뒤로 돌아 정문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리뉴 드로와트가 열린 회장으로.

 

 왜 그랬는지는 나도 알 수 없었다. 변덕을 부리고 싶어졌다고밖에 설명할 수 없었다.

 회장이 가까워졌다. 화려한 조명이 사방을 지배하고 있었다. 춤을 위해 준비된 우아한 음악이 귀에 들어왔다.

 그 순간 나는, 걸음을 멈췄다.

 

(그만두죠……)

 

 휙 뒤로 돌아 회장을 등졌다. 난 무얼 하려고 했던 걸까.

 무엇 때문에 그곳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을까. 참가하지 않겠다고 결심했으면서.

 의아하긴 하지만, 여기서 그만 돌아가자.

 그렇게 생각했을 때.

 

「어라, 아가씨?」

 

 체육복 차림인 헬리오스 씨가 내 앞에 서 있었다.

 생각도 못 한 부분에서 허를 찔렸다.

 

「……헬리오스 씨.」

「뭐임뭐임? 왜 여기 있어? 역시 드로와트에 참가하고 싶어진 거야?」

「아뇨…… 그러는 헬리오스 씨야말로 트레이닝 중이셨나요?」

「응. 실내에서밖에 못 하지만, 트레삐가 가벼운 운동은 쌉가능이라고 했거든! 이제 발도 별로 안 아프고.」

「……당신은, 드로와트에 참여하는 거 아니셨나요.」

 

 의외였다. 헬리오스 씨가 이 정도 이벤트에 참여하지 않았을 줄이야.

 잘 생각해 보니 지금 헬리오스 씨의 다리로는 베스트 데이트를 노릴 만한 본격적인 춤은 어려웠다.

 하지만 가볍게라도 춤을 추거나 이벤트 분위기만이라도 즐기고 싶어 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파머찡이랑 미라클이 꼬셔 주긴 했는데…… 내가 멘붕 상태인 걸 알고 있어서인지 보기만이라도 하는 건 어떠냐고 하더라고. 근데 1도 안 신나는 거 있지. 이런 기분으로 페스에 참여하는 건 모두에게 민폐잖아?」

「……그런가요.」

 

 대화는 거기서 끊겼다. 나도, 항상 귀를 막고 싶어질 정도로 소란스러운 헬리오스 씨도, 가만히 입을 다물고 있었다.

 그저 드로와트 회장에서 흘러오는 음악만이 귀에 맴돌았다.

 잠시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이다가. 나는 오늘 두 번째 변덕을 부리기로 했다.

 

「헬리오스 씨.」

「응?」

「저와 춤춰 주시겠습니까?」

「……에.」

 

 헬리오스 씨가 내가 내민 손을 가만히 바라봤다. 그러고는 돌처럼 굳어 버리고 말았다.

 미동조차 하지 않아. 이렇게 완벽히 돌처럼 굳은 생물을 보는 건 난생처음이었다.

 

「……헬리오스 씨?」

「아, 에, 어으아? 어, 뭐임? 장난인가?」

「지금 장난을 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저는 그저 같이 춤을 춰 주실 수 있는지 여쭤봤을 뿐입니다.」

「에, 그치만…… 왜?」

 

 왜일까. 정말 단순한 변덕일 수도 있고, 그게 아닐 수도 있다.

 그러고 싶다고 생각했을 뿐. 하지만, 굳이 여기에 이유를 덧붙인다면.

 

「당신의 미소를 보고 싶기 때문입니다.」

 

 이게 정답이겠지. 많은 사람에게 미소를 줄 수 있는 당신이, 당신 본래의 웃음을 잃고 있어선 안 돼.

 그게 당신의 책무니까. 너무나 오만하고 제멋대로인 답이지만, 내가 그렇게 정했다.

 

「…………」

「…………」

「……미안, 1도 모르겠어……」

 

 어깨를 힘없이 늘어뜨리며 말했다. 이제껏 내 미소를 보고 싶다거나 같이 데이트하고 싶다는 둥 신나게 얘기한 주제에 그런 말을 하다니.

 

「……싫으시다면 억지로 강요하진 않겠습니다.」

「아, 잠만! 안 춘다고는 안 했거든! 그, 그치만 나, 아가씨 정도로 잘 추진 못해. 아마도……」

「상관없습니다. 어차피 아무도 보고 있지 않으니까요.」

 

 자, 다시 한번 손을 내밀었다. 헬리오스 씨는 알아듣기 힘든 신음 소리를 몇 번 웅얼거린 뒤, 쭈뼛거리며 내 손을 잡았다.

 아무도 보지 않는 춤이 시작된다. 우리만의 리뉴 드로와트가.

 

 


 

 

「좋아요. 그런 식으로 천천히 발을 움직이면서 제 움직임에 맞춰 주세요.」

「이, 이렇게……?」

 

 헬리오스 씨의 다리에 부담이 가지 않도록 천천히 춤췄다.

 주변에 사람은 없지만, 근처 회장에서 흘러나오는 음악만큼은 확실히 들렸다.

 그 분위기를 느끼면서 천천히, 조금 더 천천히.

 

 헬리오스 씨의 춤사위는 발 부상을 감안하더라도 형편없었다.

 초보나 다름없으니 어쩔 수 없지만. 심지어 둘 다 우아함이라곤 조금도 없는 체육복 차림이고.

 이런 춤을 출 일은 좀처럼 없겠지. 하지만, 나쁘지는 않았다.

 

「미안, 아가씨. 나 개허접이라……」

「잘하고 못하고는 어찌 되든 상관없습니다. 지금 추는 건 그런 춤이 아니니까요.」

「……그런가. 그렇네. 에헤헤.」

 

 헬리오스 씨의 얼굴은 아까부터 흐물흐물하게 풀린 상태였다. 점잖지 못한 얼굴.

 이것도 내가 보고 싶어 했던 미소와는 다른 것 같긴 하지만…… 뭐, 행복한 것 같으니 됐나.

 

「나,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어……」

「이 정도 일로 죽지 말아 주세요. 정말, 항상 생각하는 거지만 너무 야단스럽습니다.」

「그래도 이건 리얼 꿈이나 다름없는 일이잖아? 아가씨랑 내가 같이 춤을 추고 있어! 실화냐 수준에서 끝날 만한 이벤트가 아니라구!」

「……전부터 여쭤 보고 싶었습니다만.」

 

 춤을 계속 이어나가면서, 나는 그녀에게 품었던 의문 중 하나를 해소하고자 물었다.

 

「저의 어떤 점이 그렇게 마음에 드시는 겁니까? 저와 당신은 이토록 다른 존재인데.」

「에. 으음…… 이유 같은 게 있으려나?」

「그야 있겠지요. 사람을 좋아하게 되는 데에는……」

 

 역시 내가 말하기에는 부끄러웠다. 뭔가 자의식 과잉처럼 느껴져서.

 하지만 헬리오스 씨는 그런 건 신경 쓰지 않고 진지하게 생각해 주는 것 같았다.

 

「음…… 처음 아가씨를 본 순간, 삐빗!! 하고 감이 왔어. 얘를 최애로 삼고 싶다는 감이. 그랬더니 하루하루가 축제처럼 느껴지지 뭐야!」

「즉 첫눈에 반했다, 는 걸까요.」

「아마 그런 듯? 그치만 아가씨가 한 말이 백 번 맞아. 아가씨는 나랑 완전 다르잖아. 아가씨는 나처럼 깔깔 웃지도 않고, 아마 달리는 이유 같은 것도 다르겠지……」

「그래요…… 그러니까 저희는 본래부터 섞일 수 없는 겁니다.」

「그건 이상하지 않아?」

 

 진심 어린 의문이 담긴 말투로 헬리오스 씨가 말했다.

 

「다르면 뭐 어때. 사는 방식도, 달리는 이유도. 달라도 괜찮잖아. 나, 아가씨랑 뛰는 거 진짜 존잼이라 생각하거든. 지금 같이 춤추는 것도 극락 같고. 그럼 그거면 된 거 아냐?」

「그건,」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와 동시에 그래도 되는 거냐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헬리오스 씨와 함께 춤추는 이 순간은, 나도 소중하다고 느꼈으니.

 그렇다면, 어쩌면.

 

「아, 노래 끝났다.」

「…………」

 

 회장에서 흘러나오던 음악이 멈추며 무대가 끝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우리도 맞잡고 있던 손을 풀고 움직임을 멈췄다.

 이 시간은 나에게 있어 어떤 시간이었을까. 아직도 명확히 알 수 없었다.

 아마 이 답은 간단히 찾을 수는 없으리라. 많은 사람이 즐겁게 웃는 소리가 드로와트 회장 안에서 흘러넘쳤다.

 분명 이벤트는 성황리에 마쳐졌을 터.

 

「돌아갈까요.」

「그래야겠네. 고마워, 아가씨. 덕분에 완전 기운 났어. 나, 내일부터 개짱 열심히 할게.」

「그러신가요.」

 

 무뚝뚝한 대답을 내뱉은 나는 이번에야말로 회장에 등을 돌리고, 헬리오스 씨와 그 자리를 떠났다.

 참가자들의 열기를 등으로 느끼며.

 

「아── 있지, 아가씨.」

「무슨 일인지요.」

「내년에 있잖아…… 괜찮으면. 진짜 괜찮으면 말인데, 나랑 같이 나가지 않을래?」

「무엇을요?」

「드로와트.」

 

 나는 입가에 손을 대고 고민했다. 그러나 답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다.

 

「대중들 앞에서 그런 댄스를 보여줄 수 있을 리가 없잖습니까. 아무리 형편이 없다 한들 그것도 정도가 있지요.」

「너무해애앳!!」

 

 헬리오스 씨가 머리를 싸맸다. 아가씨가 다시 철벽으로 돌아갔다나 뭐라나.

 

「그러니까.」

「응?」

「할 거라면, 진심으로. 베스트 데이트를 따내려는 기세로. 그 정도가 아니면 안 됩니다.」

「에, 그게 무슨──」

 

 당황함을 감추지 못한 헬리오스 씨보다 한발 앞서, 나는 걸어갔다.

 내년 일은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분명 그 무렵엔 나도, 더욱더 이 사람을 이해하고 있을 테니까.

 

 그러니까 뭐, 조금은.

 그날을 기대하고 있어 보자.

 

 


 

 

이 작품이 개쩌는 이유가 뭔지 아세요?

이거 작년에 나온 작품이에요......

작가님의 견문색 패기가 얼마나 강한지 1년을 내다보셨습니다.

 

그리고 이 글 번역하는 도중에 작가님이 헬리루비 드로와트 소재로 한 편 더 써 주셨어요.

풍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