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 2차창작 SS 번역/우마무스메

그래스 원더는 바느질에 서투르다

츄라라 2024. 5. 16. 20:33

 

 

숭 │ @oO_SungNim │ https://www.pixiv.net/artworks/105346196

 

작가 : オオト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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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エルグラス #エルグラ グラスワンダーは、裁縫が苦手 - オオトリの小説 - pixiv

ある日の夜のことだった。 「スペちゃんに、お願いがアリます!」 スペシャルウィークとサイレンスズカがいる栗東寮に、突如としてやってきたエルコンドルパサー。部屋で談笑中だっ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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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코멘트

안녕하세요! 오오토리입니다!

두 사람의 작은 다툼을 쓰고 싶어진 오오토리입니다!

그래스 씨, 뭐든 능숙히 해낼 것 같은 이미지죠. 하지만 서투른 분야가 있으면 맛있을 것 같지 않나요?

이번 글은 엘 씨를 중심으로 써 봤습니다.

다음번에는 밝은 느낌의 이야기를 쓰고 싶네요😌

 

 

 


 

 

 

 어느 날의 일이었다.

 

 

「스페 쨩에게 부탁이 있습니다YO!」

 

 스페셜 위크와 사일런스 스즈카가 있는 릿토 기숙사에 불쑥 들이닥친 엘 콘도르 파사. 방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던 둘은 큰 짐을 안고 찾아온 그녀의 모습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진 채 놀라고 있었다.

 마치 가출한 소녀처럼…

 

 엘은 두 사람과 달리 옆 기숙사인 미호 기숙사 소속이었다. 학교나 트레이닝 외에는 방문할 일이 거의 없다는 뜻이다. 그런 그녀가 통금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이때 갑자기 찾아오다니.

 스페는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 싶어 그녀 곁으로 달려갔다.

 

「엘 쨩, 무슨 일이야?」

 

 걱정이 가득 담긴 스페의 목소리를 듣고, 엘은 일단 눈을 꾹 감고 미간을 찌푸렸다. 물기로 가득한 눈동자에서 무언가 흘러넘칠 뻔한 것을 참고, 다시 눈을 떴다. 각오를 다진 건지 또렷한 표정으로 눈앞에 있는 스페를 향해 소리쳤다.

 

「당분간 저와 방을 트레이드해 주세요!!」

「에… 에에에에─!?」

「…어머.」

 

 엘 콘도르 파사의 갑작스러운 부탁에, 스페셜 위크는 저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뜨거우니까 조심해.」

「감사, 합니다YO.」

 

 손님용 머그잔에 갓 내린 루이보스차를 담아 엘에게 내밀자, 천천히 두 손으로 받아 후후 불면서 입가에 살짝 가져다 대었다.

 차를 마시고 조금 긴장이 풀린 걸까. 올라갔던 어깨가 조금 내려온 것 같았다. 스즈카는 그 모습을 조용히 바라보면서 자기도 루이보스차를 입가로 옮겼다.

 

「미안합니다, 스즈카 선배. 갑자기 들이닥쳐서…」

「아냐, 괜찮아.」

 

 

 

 째깍. 째깍. 째깍. 째깍.

 

 

 

 일정한 리듬을 반복하는 시계의 초침 소리와 두 사람의 숨소리만이 들릴 뿐.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좋을지 손을 턱에 얹고 고민했다.

 엘이 어쩌다 이곳에 오게 됐는지, 그 이유는 이러했다.

 

 인형을 망가뜨렸다…는 이유.

 

 엘이 더없이 아끼는 인형이 하나 있었다.

 룸메이트인 그래스 원더도 그녀가 그 인형을 소중히 여긴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더더욱, 그래스가 다른 사람의 물건을 망가뜨렸다는 건 상상조차 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엘은 지금 그렇게 말하고 있다.

 …단, 그녀의 상태로 보아 「망가뜨려서」 이렇게 화가 난 건 아닌 것 같았다. 이건 예상일 뿐이지만, 망가진 인형을 향해 그래스가 무언가 이야기했고, 그것이 엘을 더욱 화나게 한 건 아닐까.

 

 그 그래스가?

 

 티격태격하는 두 사람을 보는 일은 종종 있었다. 엘이 그래스에게 장난을 치다가 그러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장난치다가 그래스에게 꼬리를 붙잡혀 비명을 지르는 모습을 몇 번이나 봤으니.

 그녀의 도발을 우아하게 피하고 부드럽게 못을 박는 일은 있어도, 남을 화나게 할 만한 행동이나 언사는 하지 않을 터. 설사 그럴 마음이 있어도 가슴속에 담아두는 것이 그래스 원더라는 우마무스메라고, 같은 팀 리길 소속이었던 스즈카는 생각했다.

 

 대략의 사정을 파악한 스페셜 위크가 「어어, 그럼 스즈카 씨. 저는 그래스 쨩을 보고 올게요」라며 미호 기숙사로 떠나 버렸다.

 

 방에 정적이 맴돌았다. 그리고 남은 것은 두 사람.

 

 이럴 때 스페가 옆에 있어 줬으면 좋았을 텐데, 이미 떠나 버린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엘에게 무어라 말을 건네면 좋을지 스즈카는 고민을 거듭했다.

 평소에 조금 더 타인과 소통을 했으면 좋았을 텐데, 라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스페 쨩이었다면…. 그런 고민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왼쪽으로 빙빙 돌기를 반복하는 스즈카는 스페 쨩과 똑같이 대하는 것이 좋을지, 아니면 아무 말도 건네지 않고 여기서 끝내 버릴지, 여러 방안을 모색하고 있었다.

 

 

 실내를 빙글빙글 도는 그녀는 안중에도 없이, 엘은 꾹 닫고 있던 입에서 「그래스는 바보…」라고 작게 읊조렸다.

 

 

 

 

 

 

 

「하아…」

 

 하룻밤을 뜬눈으로 지새고 눈을 뜨니 상태가 영 좋지 않았다. 아무리 같은 구조의 방이라고 해도 제 방은 아니었으니, 잠이 드는 데까지 시간이 꽤 많이 걸렸다. 그 결과 수면 부족 상태가 된 건 어쩔 수 없겠지.

 

 자기 교실로 들어선 엘의 발걸음이 한층 더 무거워졌다. 기숙사 방은 바꿀 수 있었지만, 학교 반은 바꿀 수 없으니까. 이럴 때만큼은 그래스와 같은 반인 것이 적잖이 원망스러울 것이다. 그 일이 있었던 게 바로 어제. 얼굴을 마주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애초에 엘은 피해자 측이니 당당하게 나가면 될 텐데 왜 그러지 않는 걸까. 그 이유는 엘이 그래스의 상태를 신경 쓰고 있기 때문이었다.

 방에서 뛰쳐나와 다른 학우에게 폐를 끼치고 말았으니, 그녀의 입에서 도대체 어떤 말이 튀어나올지 가늠조차 할 수 없었다. 즉, 무서워서 꼼짝 못하고 있는 것이다.

 

 숨을 고르고 교실로 발을 내딛자, 이미 교실에 와 있던 그래스와 스페가 그래스의 자리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이 보였다. 평소 같았으면 저 자리로 다가가 기운 넘치게 인사를 건넸을 텐데, 엘은 그러지 못하고 자기 자리를 향해 조용히 걸었다. 그녀가 온 것을 눈치챈 스페가 바로 그 곁으로 뛰어왔다.

 

「엘 쨩, 좋은 아침!」

「스페 쨩, 좋은 아침입니다YO…. 어제는 갑자기 방을 바꾸자고 해서 미안했습니다. 괜찮았나YO?」

「으응, 괜찮아! 어젯밤은 잘 잤어?」

「으음, 그럭저럭YO. 스페 쨩은 어땠나YO?」

「나? 나는 잘 잤어! 어디서든 잘 자니까 어제도 푹 잤지!」

「그건 다행이네YO. …저어, 그래스가 뭐라 말한 건 없었습니까?」

「그래스 쨩?」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슬쩍 그래스의 자리로 시선을 옮겨 보니, 가져온 책을 읽기 시작한 듯 이쪽으로 다가올 기색은 없었다. 마치 어제 일은 아무 일도 아니었다는 것처럼 평온한 상태로. 그 모습을 본 것만으로도 심장이 따끔거렸다.

 

「특별한 건 없었던 것 같은데…」

「그런, 가요.」

「아, 그러고 보니 그래스 쨩이 실수하지 않도록, 이라 말하긴 했어요.」

「끄응…」

 

 반성할 기미가 전혀 없는 것은 고사하고, 오히려 다그치려고까지 하다니. 여유만만한 그래스를 향해 눈총을 쏘아도 효과는 없었다. 거들떠보지도 않는 그래스의 담담한 태도를 보고, 스페의 눈에 띄지 않는 위치에 있던 손을 꽉 주먹 쥐었다.

 

 

 그래스는, 그거에 대해 아무 생각도 없나 보네YO….

 

 

 

 소중한 인형. 정말 소중히 여기고 있었다. 엘의 아버지께서 주신 이 마스크처럼, 그 인형도 소중한 사람에게서 받은 것이었다. 그래서 용서할 수 없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또 뽑아 드릴게요.』

 

 이미 망가진 것은 어쩔 수 없다. 어쩔 수 없지만, 소중한 사람에게서 그 말을 듣자마자 욱하고 화가 치밀었을 정도로 엘에게는 더없이 속상한 말이었다.

 트레이너와 처음으로 게임 센터에 가서 인형 뽑기로 뽑았다는 인형.

 갖고 싶다고 생각한 건 아니었다. 그저 『귀엽네』라고 작게 중얼거렸을 뿐인데, 그걸 『드릴게요』라며 내 품에 안겨 줬을 때는 당황스럽기 그지없었다.

 

『괜찮습니다YO. 그래스가 애써 뽑아 온 인형이잖아YO!』

『그거야 다시 뽑으면 되니까요. 엘이니까 주고 싶은 거예요. 가질 건가요, 필요 없나요?』

『가, 가질 거예YO…!』

 

 그래스로부터 건네받은 그 인형은 그녀에게 있어 예상 밖의 존재였다. 예상 밖이었지만, 내심 기뻐서 인형을 꼭 끌어안았던 것이 지금도 생생히 기억났다. 그저 그런, 평범한 일이라 생각할 수도 있었다. 선물도 아닌 인형이었지만 그래스에게서 받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한순간에 특별한 존재가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똑같은 인형을 다시 받는다 해도, 그건 그 아이가 아니다. 그 애가 아니면 의미가 없어. 하지만 그래스는, 그녀의 마음을 알아주지 못했다.

 

 

 

 

 

 

「너무 복잡해지기 전에 얼른 돌아가는 게 어때?」

 

 

 두 사람의 관계를 잘 아는 사람들은 모두 입을 모아 그렇게 말했다.

 엘은 포크로 당근 햄버그를 천천히 꿰뚫었다. 평소에 이런 짓을 하고 있으면 「예절을 지키세요」라며 항상 옆에 있는 사람이 주의를 주곤 했었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들리지 않으니 주눅든 얼굴로 꿰뚫어 놓은 햄버그를 입에 담지도 않고 다시 내려놨다.

 복잡해지기 전에 돌아가라고는 하지만, 그래스는 사과할 기색이라곤 하나도 없어 보이고, 점심시간대만 되면 피하듯 어딘가로 사라져 버린다. 스페에게 그녀가 어디로 간 건지 물어보기도 했으나, 곤란한 얼굴로 「위원회가 있대」, 「찾아볼 게 있다더라」 같은 말만 반복할 뿐이었다. 그게 그녀의 거짓말이라는 것 정도야 바로 간파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괜히 같이 시간을 보낸 게 아니니까.

 상대가 계속 피하는 한 이쪽도 먼저 움직일 생각은 없었다. 고집 싸움이라 봐도 좋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괜히 더 어색해지기만 할 뿐인데. 어느 쪽이든 여간 고집이 아니었으니, 주변 인물들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

 

 

 

 

 

 

 

「흐윽…… 그래스는 바보 멍청이이이잇!!」

 

 

 

 

 

 

 

 학원 부지 내에 있는 큰 그루터기 안으로 있는 힘껏 소리치는 우마무스메가 있었다. 평소 이 그루터기는 레이스 등에서 진 우마무스메가 분함을 토로하기 위한 장소로 쓰이고 있었다. 하지만 엘은 승부에서 졌을 때의 분함보다 변하지 않는 현 상황에 대해 원통함을 느끼고, 그루터기를 향해 울분을 삭이고 있었다.

 

「하아. 하나도 안 풀리네YO…」

 

 땅바닥에 다리를 끌어모으고 앉아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마음의 응어리를 풀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루터기를 향해 있는 힘껏 소리쳐 보았으나, 괜한 허탈감만 느낄 뿐이었다. 이런 짓을 해 봤자 해결되는 건 아무것도 없음을 알고는 있지만, 단 하나의 사건만으로 정신력이 이렇게 깎여나갈 것이라곤 본인도 생각지 못했으리라.

 

 적막, 정적, 최악.

 

 부정적인 단어를 꺼내고 싶지 않으면서도 그것을 나열하게 될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았다. 오늘만 해도 트레이너가 쉬는 게 어떻겠냐고 말할 정도였으니.

 이대로 계속해 봤자 이후 레이스까지 영향을 끼칠 것이 뻔했다. 어떻게든 해결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런 건 무리이~! 라고 우는 소리를 외치게 된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멀리서 보고 있던 누군가가 그녀의 곁으로 다가와 말했다.

 

「엘 쨩.」

「……스즈카 선배.」

 

 피폐하단 말로도 다 표현 못 할 그녀의 얼굴. 스즈카는 그녀의 옆에 살포시 앉았다. 웃어서 얼버무리려고 해도 그 사이로 피로감이 스며 나오는 엘을 보고 쓴웃음을 지으며, 스즈카는 조용히 물었다.

 

「아직 돌아갈 생각은 없는 거니?」

 

 컨디션이 안 좋은 것을 요 며칠간 계속 옆에서 봐 왔기 때문에 더더욱 걱정이 들었다. 평소의 엘로 돌아와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래스가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건 알아YO. 가끔은, 좀 무섭지만. 그래도! 일부러 망가뜨린 게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어YO. 알고는 있지만, 그래도… 만나는 게 무서워YO…」

「어떤 식으로 말을 걸어야 좋을지 모르겠다는 거구나.」

「Si… 맞습니다YO. 저도 방에서 뛰쳐나왔다는 체면상, 어색해서…」

 

 끌어안은 팔에 꾸욱 힘이 더 들어가, 점점 둥글어졌다. 무슨 말을 듣게 될지가 무서운 걸까. 「방으로 돌아가 봤자 이제 서로 대화도 없이 지내게 되는 건 아닐까…」라는 불안감을, 그녀는 말로 자아내어 입 밖에 꺼냈다.

 그런 엘의 모습을 보더니, 스즈카는 자기 가방을 앞으로 내밀고 지퍼를 내리기 시작했다.

 

「…?」

「이거라면 그래스와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여기 오는 도중에 만나고 받은 것. 「그 아이는 이게 없으면 잠에 못 들거든요」라며 난처한 듯이, 하지만 어딘가 쓸쓸한 듯이 웃던 얼굴이 떠올랐다. 스즈카가 가방에서 꺼낸 것은 다름 아닌 화제의 인형. 그것을 엘의 손 위에 살짝 올려놓았다.

 

「제 인형…」

「스페 쨩이 열심히 바느질해서 고쳤다더라.」

「엣, 스페 쨩이?」

「응. 스페 쨩, 바느질이 특기거든.」

「으음? 그런데 이건 조금 엉성해 보이는데YO?」

 

 꿰맨 자리를 슬쩍 살펴보자,

 군데군데 엉성한 자국이 보였다. 특기라고 하기에는 조금 많이 서투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페와 관련된 이야기를 할 때마다 기뻐 보이는 미소를 짓는 스즈카를 향해, 그녀는 갸웃 고개를 돌렸다. 어쩌면 콩깍지가 씌인 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한참이던 때.

 

「처음에 스페 쨩이 고치던 걸 말렸다나 봐. "제가 고치겠습니다"라면서 말이야.」

「…」

 머릿속에 떠올리고 말았다. 바늘에 손가락을 찔리면서도 최선을 다해 바느질하는 그래스의 모습을, 너무도 쉽게.

 손재주가 있을 것 같이 보이지만 의외로 그런 점에 서투른 그래스를 떠올린 그녀는, 다시금 인형을 꼭 끌어안았다.

 인형에서 어렴풋한 향기가 났다. 그래스의 꽃향기가.

 그 향기를 맡은 순간, 심장을 쥐어짜는 듯한 괴로움과 서투른 그 아이의 다정함이 뒤섞여, 당장이라도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

 

「…저, 제 방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YO!」

 

 코를 훌쩍이던 엘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스즈카를 향해 돌아보며 선언했다. 그녀의 각오를 본 스즈카는 「그럼 빨리 돌아가야겠네」라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 주었다.

 

 

 

 

「──돌아온 건 좋은데, 너무 긴장됩니다YO…」

 

 

 

 

 양손에 짐을 든 채, 미호 기숙사의 자기 방 앞에서 안절부절못하는 엘.

 조금 전에 보여 준 기세는 다 어디로 간 걸까. 좋아, 가자! 라는 생각에 서둘러 돌아왔으나, 문 앞에 도착하자 긴장이 등골을 타고 달렸다. 문손잡이를 비틀어 열면 금방 끝나는 일인 것을, 그 한 발짝을 내딛지 못해 가만히 서 있었다. 지금만큼은 겁쟁이란 말에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겠지.

 

 ──철컥.

 

 어떡하면 좋을까 생각하며 문 앞을 빙글빙글 돌고 있노라니, 문손잡이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

 

 너무 놀란 나머지 꼬리가 하늘을 향해 번쩍 솟구쳤다. 주뼛거리며 문 쪽을 향해 고개를 돌리니, 그래스가 황당한 얼굴로 고개를 내밀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같은 반이니까 계속 마주치기는 했지만, 그녀와 제대로 얼굴을 마주하는 건 그때 이후 처음이었다. 그래서 오랜만에 시선이 얽힌 순간, 심장이 크게 고동쳤다.

 

「아…」

「안으로 들어오는 게, 어때요?」

 

 그렇게 우두커니 서 있으면 눈에 띈다며 방으로 들어가는 그래스. 그에 맞춰 서둘러 뒤따라 들어갔다. 익숙하디 익숙한 자기 방 냄새를 한껏 들이마시자, 역시 자기 방이 최고라 해야 하나. 아까까지 느껴지던 긴장감이 다소 누그러졌다. 정적에 뒤덮인 실내. 서로 마주 보듯 침대 위에 걸터앉아 상황을 살폈다. 누그러지기는 했으나, 여전히 긴장감은 남아 있었다.

 

「저어, 그래…」

「그때는, 미안했어요.」

「Que?」

「바느질만큼은 정말 서투르니까, 그런 바느질로 고쳐 봤자 이상한 모습이 돼서 싫어하는 건 아닐까 싶어서 당신의 마음을 헤아리지도 않고 그렇게 말해 버렸어요. 엘이 아주 소중히 여긴 인형이란 걸 알고 있었으면서도.」

「그래스…」

「스페 쨩이 엘의 상태를 가르쳐 주고 나서야 제 잘못을 깨달았어요. 바느질이 능숙한 스페 쨩에게 가르침을 받으며 열심히 고치긴 했지만, 아니나 다를까 삐뚤어져서…」

 

 결국 창피해서 스즈카 선배에게 맡겨 버린 것이라고 그래스는 눈썹 끝을 누그러뜨리며 웃었다. 그녀의 손끝을 보니 역시나 반창고가 여럿 붙어 있었다. 그게 눈에 들어왔을 뿐인데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그때의 분노가 매우 하찮게 느껴졌다. 저 섬섬옥수에 상처를 내면서까지 고쳐주려고 한 것. 그것만으로도 엘은 기쁨이 넘쳐흘러 어찌할 바를 몰랐다.

 

「저도. 저도, 제대로 말하지도 않고 화내서 미안해YO. 소중한 사람에게서 받은 거라, 저도 모르게…」

「…엘.」

「고쳐 줘서 정말 고맙습니다YO, 그래스.」

 

 앞으로도 쭉 소중히 간직할게요. 그렇게 말하며 손에 쥐고 있던 인형을 들어 그래스에게 보여 주자, 눈으로 호선을 그리며 웃어 주었다.

 

「다음에 스페 쨩이랑 스즈카 선배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러 갈까요?」

「네엡! 엘 수제 고추 듬뿍 레드 토르티야를 선물해 주고 싶어YO!」

「적당히만 부탁드릴게요~」

 

 

 

 

 

 

 

 

 

 후일담

 

「후아~ 졸립니다YO…」

「엘 쨩, 무슨 일이야? 또 수면 부족?」

 

 어제 자기 방으로 돌아간 엘을 다시 만났더니, 졸음이 가득한 얼굴로 휘청거리고 있었다.

 

「제 침대에 그래스의 향기가 배서, 꼭 바로 옆에 있는 것 같아서 잠이 하나도 안 옵니다YO…」

 

 스페 쨩이 제 침대에서 잤던 거 아니었나YO? 라며 끝내 책상 위에 몸을 무너뜨리는 엘. 아, 그러고 보니 그런 일이 있었지.

 

『스페 쨩이 제 침대를 써 주세요.』

『엣? 그래스 쨩은 어쩌려고?』

『저는 엘의 침대를 쓸게요.』

『에이, 일부러 그렇게까지 해 주지 않아도 돼.』

『괜찮아요. 이걸로.』

 

 강압적인 그래스의 미소를 보고 앗, 네… 하며 수긍하는 스페. 엘은 그것을 평생 모르리라. 남이 자게 둘 바에는 자신이 엘의 침대에서 자겠다는 그 독점욕을.

 

「엘 쨩, 사랑받고 있네~」

「으음~?」

 

 엘이 그래스를 소중한 사람이라 여기는 것처럼, 독점욕이란 이빨을 내세울 정도로 그래스도 엘을 소중히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아직 깨닫지 못한 엘이었다.

 

 


 

 

오랜만이죠!

번역도 엘그라도!!

엘그라 참 좋죠. 초창기 우마무스메를 계속하게 한 커플링 중 하나라 정이 깊어요.

 

앞으로 번역 페이스가 어떻게 될지 따로 공지드린다고 저번 사담글에서 말씀드렸는데,

아마 출국한 뒤인 5월 말이나 6월 초쯤에 공지를 올릴 것 같습니다.

 

이번에 진짜 맛있는 후우하루를 찾아서 그거 다 번역하고 가고 싶었는데

4만 자가 넘어서요... 네...... 아무래도 좀 힘들 것 같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