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 나의 공주님
작가 : オオトリ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16827393#1
작가 코멘트
안녕하세요! 오오토리입니다!
『안녕, 마이 리틀──.』
novel/16827305
(※ 번역본 :https://lilyboom-ss.tistory.com/86 )
의 후속편입니다~ (privatter에 올린 후 여기에도 업로드)
전편의 역 ver으로, 부디 즐겁게 읽어 주셨으면 합니다.
녹색으로 뒤덮여 있던 나무들이 일제히 단풍색으로 몸단장을 마친 어느 휴일.
이 시기가 찾아오면 밖은 다소 쌀쌀해져도 산책에는 딱 알맞은 기온이었기에, 트레이닝이 없을 때는 그래스와 함께 산책을 나가고 있다.
──그랬는데.
「……」
이제 곧 오후가 찾아올 시간이 다 되었음에도, 우리는 기숙사에서 한 걸음도 나가지 않았다.
침대 위에 엎드려 누운 채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나. 얼굴은 휴대폰 화면에 고정시켜 놓고 시선만 그래스의 침대 쪽으로 슬쩍 돌려 보자, 밤색 털의 작은 우마무스메가 있었다.
뾰로통한 표정을 하고 꼬리를 침대에 부딪쳐 팡팡 소리를 내는 것으로 보아, 기분이 좋지 않은 것 같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저런 느낌이다.
그래스의 여동생? 이라 묻는다면, 그건 아니다. 그녀는 지금 미국에 있고, 그래스와 같은 밤색보다는 적갈색에 가까운 것을 사진으로 본 적이 있다. 그렇다면 누구인가? 라고 물어본다면, 저 아이의 앞머리를 보는 순간 답은 명확할 것이다.
「정말~ 그래스, 기분 좀 풀어 주세YO~」
이럴 때는 그래스에게 다가가지 않는 것이 상책이지만. 아침부터 계속 저러고 있으니, 숨이 막혀서 버틸 수가 없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는걸. 그래스가 어려진 것은, 불가항력이었으니까.
그래스가 어려진 원인은 타키온 선배에게 있었다. 얼마 전 나도 그래스처럼 어려진 적이 있었는데, 그 또한 타키온 선배가 원인이었다. 나는 정신까지 유소년기로 돌아갔었다고 한다. 어려졌을 때의 기억은 거의 남아있지 않다.
수상한 물건을 경솔하게 받아서는 안 된다고, 원래대로 돌아왔을 때 그래스에게서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
나에게 엄하게 말한 것 치고는 굉장히 행복해 보이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는 증언을 들었다. 어려진 내가 "언니"라고 불러 줘서 기뻐하는 것 같았다고 스페 쨩이 말하던걸요? 그래스으?
하지만 자신이 어려지게 될 거라곤, 그래스는 상상도 못 했을 것이다. 한 번 있는 일은 두 번도 일어나는 법. 타키온 선배가 한 번으로 끝낼 우마무스메가 아니라는 것을 다시금 통감했겠지.
「선배한테서 쿠키를 받았어~! 다 같이 먹자!」
어제 우라라 쨩이 기쁜 듯이 손에 한 움큼 쥐고 있던 쿠키를 다 함께 나눠 먹었다. 우라라 쨩과 사이가 좋은 선배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자주 과자 같은 것들을 주는 것 같았으니, 우리는 이번에도 그 선배에게서 받은 과자일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우라라 쨩이 준 쿠키가, 평소 그 선배가 아닌 타키온 선배가 준 쿠키였다니…. 그 누가 예상했겠는가.
그래스는 일전에 내가 작아져 버린 것을 토대로 주모자가 누구인지 바로 눈치챌 수 있었던 것 같다.
「호오? 자네가 어려졌나. 우라라 군에게 시험 삼아 한 개만 섞어서 주었는데.」
연구실을 방문하여 타키온 선배의 입으로 그 말을 직접 듣고, 무차별 테러 아닙니까YO!? 라고 딴지를 걸고 말았다. 품에 안겨 있던 그래스는 불찰입니다… 라며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 그래스는 효과를 조사해 보고 싶다는 타키온 선배에 의해 2~30분간 포박당했고, 방으로 돌아왔을 땐 기분이 더욱 나빠져 있었다. 그래스를 달래는 건 쉽지 않은 일. 어떻게 해야 할까…….
「그래스는 그나마 낫지 않습니까─ 정신도 그대로고. 저는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고YO─」
「…정신 연령이 그대로이기 때문에 더 싫은 거예요. 엘의 귀에 못이 박히도록 말해놓고 제가 이 꼴이 되어 버리다니, 수치스러워서 배를 가르고 싶은 심정입니다.」
「잠깐, 그건 안 돼YO!!」
서투른 격려로 인해 그래스의 기분이 한층 더 언짢아졌다.
몸은 작아졌어도 무사도 정신은 그대로인 탓에 괜히 더 위험한 상태가 되어가는 것 같아, 황급히 말리기 시작했다.
계속 방 안에 있어 봤자 그래스의 기분이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을 것 같고, 오히려 자기혐오만 깊어져 가는 것 같다. 그리고 나도 이 분위기 속에서 더 버틸 순 없다. 그래스를 여기 두고 방에서 도망치면 해결되는 이야기. 하지만 그러고 싶진 않다. 내일이면 원래대로 돌아올 거라고 타키온 선배는 말했지만, 돌아오기 전까지 불안이 쌓여만 가는 건 당연할 테니까. 게다가, 그래스가 슬퍼하는 얼굴 같은 건 보고 싶지 않다.
──에잇, 이렇게 된 이상!
「그래스, 잠깐 시간 됩니까YO?」
「뭔가요? 지금, 앗, 잠깐! 뭐 하는 건가요!?」
「너무 날뛰면 떨어트릴 수도 있어YO─ 계속 끙끙대고 있어 봤자 몸 상태가 나빠질 뿐이라고YO. 기분 전환으로 밖으로 나가는 건 어때?」
「그렇다면, 내려 주세요. 걸어서 갈 거예요.」
「그건, 노! 입니다YO! 저도 작아진 그래스랑 놀고 싶어YO! 그래스만 치사해!」
「그런 건… 읏, 꺄악!」
「자, 자. 렛츠 고─!」
그래스의 저항을 무시하고, 작은 몸을 붙잡아 안아 들었다. 억지로 안아서 놀란 그래스가 내 머리에 달라붙는다. 싫어, 내려 줘, 귓가에서 무언가 말하고 있지만 신경 쓰지 않는다. 나는, 계속 맞닿고 싶은 마음을 참을 수가 없는걸.
덧붙여 그래스도 기분 전환이 되길 바라며, 기숙사 밖으로 뛰쳐나간다.
「──그래스, 전망은 어떻습니까YO?」
「……그럭저럭, 나쁘지 않네요.」
「그건 다행이군YO! 그 정도면 대충 6피트 정도 되려나YO?」
가까운 공원에 나와 천천히 걷는 우리.
위험해YO, 그렇게 아무리 말해도 몸을 뒤로 젖히고 싫어하던 그래스가, 밖으로 나가자 금세 얌전해졌다. 아마 다른 사람과의 만남을 우려했던 것일 수도 있고, 혹은 날뛰다가 지쳐서 포기했을 가능성도 있다. 후자인 게 더 좋을 것 같네YO.
모처럼이니 그래스에게 목말을 태워줬는데, 솔직하지 못한 느낌을 받았다. 좀 더 솔직하게 말해도 되는데. 그래도 시선이 평소보다 높아진 것에 기분이 좋아졌는지, 그래스의 꼬리가 내 등에 살짝 닿고 있다. 강하지 않게 살랑살랑 흔들리는 꼬리의 움직임에, 나는 호를 그리듯 입꼬리가 올라갔다.
「…엘.」
「응? 뭔가YO?」
「은행나무 이파리를 따고 싶어요.」
위를 올려다보니, 그래스의 작은 검지가 어딘가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곳으로 시선을 옮기자, 샛노랗게 물든 나무가 한 그루 있었다. 하늘하늘 떨어지는 은행잎이 지면을 가득 메우고 있는 것이 매우 아름다웠다.
「Si! 잠깐 기다려 주세YO!」
그래스의 손이 닿을 법한 줄기를 찾아본다. 땅에 떨어진 열매를 짓뭉개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밟으면 터져 나오는 그 독특한 냄새 때문에 그래스를 떨어트리고 싶지는 않다.
「앗, 이 나무는 어떤가YO?」
「음~ 조금 더 앞으로.」
「됐나요?」
「아, 네. 조금, 조금만 더 있으면 닿을 것 같…… 앗, 땄어요!」
「부에노!」
머리 위에서 그래스가 기뻐하는 목소리가 내려와서, 나도 기쁨을 만끽해 버린다. 자, 이거 봐요. 라며 천진난만하게 은행잎을 가까이서 보여주었는데, 거기엔 두 장의 은행잎이 쥐어져 있었다.
「그 잎은 어떻게 할 건가YO?」
「나중에 책갈피로 만들 거예요.」
「Si! 그거 멋지네YO!」
「엘에게도 한 장 만들어 드릴게요.」
「Que? 그래도 돼?」
「네.」
「그라시아스!! 소중히 쓰겠습니다YO!」
또 하나, 그래스와의 추억이 생겼다.
큰 목소리로 감사 인사를 전하자 괜찮다며 머리 위에서 쿡쿡 웃음을 터트리는 그래스를 보고, 덩달아 웃음을 터트렸다. 역시 그래스는 화난 모습보다 웃는 모습이 좋은걸. 그래스의 웃는 얼굴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고, 또한 사랑스러우니까.
어떤 모습으로 변했다 한들, 역시 그래스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게 좋아.
「아참, 그래스. 배고프진 않습니까? 이미 점심시간이에YO.」
「그렇네요~ 저쪽에 푸드 트럭이 있는 것 같은데, 저기서 사서 먹을까요?」
「Si─! 좋은 생각입니다YO!」
엘은 배가 꼬르륵거립니다YO─! 라며, 공원 한구석에 있는 푸드 트럭을 향해 갔다.
「뭐가 좋을까YO~」
「엘. 일단 내려 주세요. 메뉴를 보고 싶어요.」
「앗, 실수.」
그래스를 땅에 내려 주었더니, 세워져 있는 메뉴판을 물끄러미 노려보기 시작했다. 푸드 트럭에서 풍겨오는 냄새가 식욕을 돋운다.
「그래스, 정했나YO?」
「…이걸, 먹고 싶어요.」
「Si. 음료는 홍차면 되죠?」
「네. 그걸로 부탁드릴게요.」
여기YO─! 라고 점원에게 말을 걸고 주문하는 사이, 그래스는 내 옷 소매를 붙잡고 얌전히 기다렸다. 점원 씨가 귀여운 동생이라고 말했을 때, 순간적으로 네! 정말 큐트한 동생입니다YO! 라고 대답한 건 좋았지만, 소매를 붙잡고 있던 그래스가 손을 꾹 잡아당겼다.
큰일 났다, 식은땀을 흘리며 시선을 슬쩍 대각선 아래로 돌리자, 내가 언니인데…… 라며 볼을 부풀리고 고개를 돌린 그래스가 보였다. 살짝 안도함과 동시에, 토라진 그래스가 너무도 귀여워 참을 수가 없다. 만약 나에게 동생이 있었다면, 이런 식으로 삐지거나 했을까?
꼬리를 잡아당기든 밟든, 전부 용서해 버릴지도 모른다. 귀여우니까. 지금도 매일 그러고 있지만.
「자, 그래스. 뜨거우니까 조심하세YO.」
「고마워요.」
가까운 벤치에 앉아, 사이에 음식과 음료를 두고 먹기로 했다.
마침 그늘도 져 있었고, 종종 스쳐 지나가는 평온한 바람이 몹시 기분 좋았다. 아침부터 정신없이 떠들썩했지만, 어떻게든 진정된 것 같다. 게다가 그래스의 기분도 좋아진 것 같고.
「…엘, 고마워요.」
「응? 무슨 소린가YO?」
핫 칠리 버거를 먹어 치우고 한숨 돌릴 때쯤. 옆에서 음식을 먹고 있던 그래스가, 다시 감사 인사를 전했다.
「아침부터 계속, 엘에게 폐만 끼쳤으니까요.」
빈 봉지를 꽉 쥐고, 고개를 살짝 숙이는 그래스. 약간 풀이 죽은 듯한 목소리를 듣고, 나는 아아, 중얼거렸다. 딱히 그래스가 나빴던 것도 아니니까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데. 걱정이 많다니까, 그래스는…. 하지만 그 점이 그래스다워서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경 안 써요. 작아진 그래스와 놀 수 있어서, 저는 대만족했으니까YO!」
「…정말?」
「네에. 무사는 세말하지 않는다고 하잖아YO?」
「"무사는 두말하지 않는다"예요, 엘.」
「어라? 헷갈렸네요.」
시답잖은 모습을 보이자, 하여튼 엘은, 이라며 그래스는 웃었다.
「기분은 풀렸나요?」
「네. 덕분에요.」
「시! 저도 그래스의 사진을 맘껏 찍었으니, 완전 만족입니다YO!」
「…지워 주세요.」
「노! 그래스도 어려진 제 사진을 가지고 있다는 건 알고 있다고YO?」
「큿, 어떻게 그걸……! 어, 어쩔 수 없네요.」
분한 듯한, 하지만 발그레하게 물드는 그래스의 뺨을, 귀엽다며 손가락으로 콕콕 찔러 본다. 평소였으면 그만두세요, 라며 싫어했을 그래스. 지금은 내 마음대로 하게 두고 있다.
「이 뒤엔 어떻게 할까YO? 기숙사로 돌아갈까?」
아직 시간은 남아있지만, 확실히 하기 위해 물어보기로 했다. 나는 아직 더 놀고 싶어. 하지만, 그래스의 마음은 어떤지 모르니까. 피로가 컨디션 난조로 이어지기 쉬운 아이니까, 만약을 대비해서.
「아뇨. 상점가로 가 보죠.」
「지치진 않았습니까? 괜찮아?」
「엘도 참. 저는 그렇게 약하지 않답니다. 그리고…」
엘의 눈에, 아직 더 놀고 싶다고 쓰여 있으니까요. 그리 말하며 미소 짓는 그래스에게, 나는 눈을 크게 떴다. 무엇을 숨기든, 그래스에겐 훤히 들여다보이는 모양이다.
「그럼, 상점가로 고! 입니다YO!」
벤치에서 벌떡 일어나 다 먹은 봉지들을 정리하고, 빈손을 그래스에게 내밀었다. 작은 손이 내 손바닥 위에 포개지는 순간, 손가락으로 부드럽게 감싸듯 움켜쥐었고, 우리는 공원을 빠져나갔다.
「저기저기, 그래스. 상점가에 도착하면, 치요 쨩네 가게로 갑시다YO! 맛있는 화과자를 먹고 싶어YO.」
「좋은 생각이네요. 치요 씨도 만나고 싶고요.」
「그치만, 지금의 그래스를 알아볼 수 있을까YO~?」
「그때는 당신의 여동생이라 할 거니까 괜찮아요.」
「아직도 앙심을 품고 있군YO……」
별거 아닌 이야기를 나누면서, 우리는 오늘이라는 하루를 즐겼다.
아아... 이건 쌍방 벤츠라는 것이다.
원문에선 엘이 치요 쨩네 가게에서 감을 먹자는 말을 하는데
제가 치요 쨩 육성카도 서폿카도 하나도 없는 탓에...
감이 무슨 연관성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없어 구글링도 해 보았으나
결국 찾지 못하고 공식 프로필에 있는 화과자를 인용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