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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합 2차창작 SS 번역/우마무스메

부르봉 씨의 소원

by 츄라라 2023. 9. 16.

 

 

モラモラ │ https://www.pixiv.net/artworks/104521388#1

 

작가 : オレンジの箱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17915619#1 

 

#ウマ娘プリティーダービー #ライスシャワー(ウマ娘) ブルボンさんの願いごと - オレンジの箱

7月6日。 その日のお昼過ぎ、ライスがトレーニングルームに入るとブルボンさんの後ろ姿が見えた。 一人ベンチに座って誰とも話さず、手に持っている何かを見つめてピクリとも動かない。

www.pixiv.net

 

작가 코멘트

여러분 안녕하세요! 칠석이네요!
고로 미호라이로 칠석 소재를 써 보았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저는 우마무스메 애니메이션을 보고 머릿속을 셰이킹당한 인간이라, 미호라이와 테이맥에는 특별히 깊은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그에 비해 좀처럼 소재가 떠오르지 않아 많이 쓰진 못했지만요. 더 쓰고 싶은데 말이죠.

 

 

 

 


 

 

 

 7월 6일.

 

 그날 정오가 조금 지났을 무렵, 라이스가 트레이닝 룸에 들어서니 부르봉 씨의 뒷모습이 보였다.

 혼자 벤치에 앉아 대화하는 사람 하나 없이, 손에 쥐고 있는 무언가를 들여다보며 꼼짝도 안 하고 있다.

 주변의 기구를 사용하려는 낌새도 없고, 트레이닝도 하지 않고 있다.

 뭘 하고 있는 걸까.

 

「안녕, 부르봉 씨.」

「……라이스. 안녕하세요.」

 

 말을 걸자 돌아봐 주었다.

 다행이다. 미동조차 없길래 렉이라도 걸린 걸까 싶었으니…… 아니, 부르봉 씨는 기계가 아니니까 그럴 리가 없지만.

 

「뭐 하고 있어?」

「이겁니다.」

 

 그렇게 대답하며 부르봉 씨는 손에 쥐고 있던── 기다란 용지를 라이스에게 보여줬다.

 이건, 탄자쿠네. (* 短冊탄자쿠 : 칠석날 소원을 적어 대나무나 조릿대에 매다는 종이)

 

「아, 내일이 칠석이구나. 소원을 고민하고 있던 거야?」

「네, 곤란한 참입니다. 아무 소원도 떠오르지 않아요.」

「그렇구나……」

 

 소원이 생각나지 않는 경우도 있구나. 라이스는 이루고 싶은 소원이 너무 많아서 곤란할 정도인데.

 지금보다 더 자신감 있는 우마무스메가 되고 싶다든가, 다른 사람을 불행하게 만들고 싶지 않다든가, 훨씬 더 빨라지고 싶다든가…….

 단, 올해는 다른 소원을 빌 생각이지만.

 

「마스터가 『모처럼이니 뭔가 써 보는 게 좋지 않겠나』라고 언급하셨으니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만.」

「으음─ 뭔가 이루고 싶은 건 없어? 작년에는 쓰지 않았던 거야?」

「작년에는 썼습니다…… 라고 해야 할지, 애초에 저는 매년 같은 소원을 적어 왔습니다.」

「에, 그렇구나. 그건 그것대로 대단하네……. 그럼 올해도 똑같이 쓰면」

「안 쓸 겁니다.」

 

 단호한 선언. 어, 어째서?

 

「지금까지 써 온 거잖아? 이번엔 왜?」

「더는 이룰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 그럴 수가……」

 

 조금 쓸쓸한 듯이 말하는 부르봉 씨를 보고 있노라니, 라이스도 어딘가 울적한 기분이 들었다.

 더는 이룰 수 없다니, 부르봉 씨가 그렇게 쉽게 포기하진 않을 것이다.

 라이스의 일방적인 강요일 수도 있지만, 매년 적었을 정도로 이루고 싶은 소원이 있는 거라면 이뤘으면 좋겠어.

 라이스도 뭔가 도와줄 순 없을까.

 

「……혹시 괜찮다면, 그 소원을 말해 주지 않을래? 라이스한테 말해 봤자 소용없을 수도 있지만, 무언가 도와줄 수 있을지도 몰라……. 혼자서 고민하는 것보단, 어때?」

「……라이스에게는, 말할 수 없습니다.」

「엣.」

 

 우으. 무지 충격이야.

 아무래도 거절당한 것 같다…… 라이스는 부르봉 씨와 친해졌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내 착각이었던 걸까…….

 아, 눈앞이 뿌옇게 흐려졌다.

 

「! 라이스, 울지 말아 주세요!」

「아, 우에……? 라이스, 울고 있어? 미, 미안해. 부르봉 씨를 난처하게 만들 생각은 없었는데…… 억지로 대답을 들으려 한 라이스 잘못이야…… 우으.」

「…………!」

 

 부르봉 씨가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흔히 볼 수 없는 광경.

 딱히 보고 싶었던 것도 아니지만. 이렇게 난처하게 만들 바에는 물어보지 않는 편이 나았다.

 

「……어쩔 수 없군요.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제가 매년 적었던 소원은, 『삼관 우마무스메가 될 수 있기를』이었습니다. 이제 납득이 되셨나요.」

「삼관 우마무스메…… 아.」

 

 부르봉 씨의 얼굴을 보니, 약간 불편한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렇구나, 그런 거였구나. 작년 국화상에서 부르봉 씨를 이긴 건 라이스였다.

 그로 인해 부르봉 씨는 삼관 우마무스메가 될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더는 이룰 수 없단 말은 그런 뜻이었구나.

 

 게다가 그 후, 부르봉 씨는 다리에 큰 부상을 입었다. 한동안 제대로 걷지 못할 정도로 큰 부상이었다.

 서서히 호전되고 있는 것인지 트레이닝 룸에서 가벼운 운동은 하고 있으나, 아직 레이스에 복귀하진 못했다.

 

 조금만 깊이 생각해도 눈치챌 수 있는 거였는데…… 심지어 승자인 라이스가 꼬치꼬치 캐묻으려 하다니, 부르봉 씨 입장에서 보기엔 도를 넘어선 얌체 짓이지 않았을까.

 

「우, 우으, 부르봉 씨…… 미, 미아……」

 

 미안해, 라고 말하려던 찰나, 이것도 뭔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라이스를 포함한 모두, 레이스에서 진검승부를 펼쳤으니까. 사과한다고 해서 어떻게 해결될 얘기도 아니고, 부르봉 씨에게 결례일 것 같았다.

 

「사과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기지 못한 건 제 실력이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저도 라이스를 슬프게 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걱정을 끼칠 것 같았기에 그만.」

「그, 그렇지. 라이스가 무리하게 캐물어서 그런 거야……」

 

 하아, 어떡하지……. 라이스 때문에 숨 막히는 분위기가 되고 말았다.

 부르봉 씨도 거북해 보이는 얼굴이고.

 어떻게든, 어떻게든 분위기를 환기해야만…….

 

「오옷─! 거기 두 분, 이런 곳에서 무얼 하고 계신 건가요!! 트레이닝도 안 하고 떨떠름한 얼굴을 하고 계시다니! 반장으로서 그냥 지나갈 수 없겠군요!」

「아, 박신 오 씨……」

 

 웃음꽃이 활짝 핀 박신 오 씨가 눈앞에 나타났다.

 지금 라이스에게 있어선, 그야말로 구원의 여신님……!

 박신 오 씨라면 이 꽉 막힌 분위기도 훌훌 날려 버릴 것이다.

 

「사실은 이러쿵저러쿵해서……」

「호오─! 칠석 소원 말씀이군요! 그거야 간단합니다! 자신이 가장 이루고 싶은 소원을 탄자쿠에 적으면 됩니다!」

 

 그거야 뭐, 그렇긴 한데…….

 

「그 소원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뭣이, 소원이 떠오르지 않는다고요……? 그런 분이 계실 줄이야……!」

 

 박신 오 씨는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부르봉 씨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까지 놀랄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박신 오 씨는 어떤 소원을 빌 거야?」

「저 말인가요? 좋은 질문입니다! 올해의 소원은 『세계 반장이 될 수 있기를』 입니다!!」

「세계……?」

 

 그, 그게 뭐야.

 

「세계 반장은 어떻게 해야 될 수 있어?」

「모릅니다!!」

 

 말을 끝내기가 무섭게 대답이 돌아왔다.

 

「모르니까 비는 겁니다! 그러면 나중에 신님께서 자동으로 이루어 주시겠지요!」

「그, 그런 걸까……」

 

 칠석이 그런 거였던가.

 부르봉 씨를 흘긋 보자, 박신 오 씨에게 감탄한 듯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부르봉 씨?

 

「그러고 보니 라이스 씨! 라이스 씨는 어떤 소원을 빌 건가요?」

「에, 라이스?」

「그건 저도 궁금합니다.」

 

 박신 오 씨의 질문이 의표를 찔렀다.

 부르봉 씨도 라이스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동조하고 있다.

 아아…… 라이스의 소원이라.

 여기저기 물어봐 놓곤 뻔뻔한 소리지만, 올해 소원은 아무한테도 말하고 싶지 않아…….

 ……특히 부르봉 씨에게는.

 

「라, 라이스의 소원 같은 건 들어봤자 재미없을 거야. 다른 이야기를 하는 건 어때?」

「무슨 말씀이십니까! 저는 바로 말씀드렸는데! 어쩌면 신님께서 이루실 것도 없이 반장인 제가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자, 자!」

「우으……」

 

 어, 어쩌지. 이래선 안 말할 수가 없잖아.

 누군가 도와줘…….

 

「여러분~! 이런 곳에 모여서 무슨 얘길 하는 건가요? 혹시 비밀 훈련?」

 

 목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뒤돌아보니 마치카네 탄호이저 씨가 서 있었다.

 부르봉 씨나 박신 오 씨와 마찬가지로, 라이스의 동기다.

 

「탄호이저 씨……」

「지금 칠석 소원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아~ 내일이었죠. 다들 여러 소원을 떠올리고 있겠네요. 박신 오 씨는 어떤 소원을 빌 건가요?」

「넷! 바로 『세계 반장이 될 수 있기를』 입니다!!」

「에에, 뭐야 그거…… 어떻게 해야 되는 거야……」

 

 당황한 표정을 보이는 탄호이저 씨. 눈앞에서 아까와 똑같은 대화가 반복되고 있다.

 그래도 다행이야. 화제가 바뀐 것 같아.

 

「탄호이저 씨는 어떤 소원을 빌 겁니까?」

「후후후. 제 소원은 말이죠…… 이거예요!」

 

 부르봉 씨의 질문을 받은 탄호이저 씨가 주머니에서 탄자쿠를 꺼낸다.

 『레이스에서 잔뜩 승리할 수 있기를』이라고 적혀 있다.

 

「「「그렇구나……」」」

 

「앗! 지금 다들 『평범하네……』 이런 생각 했죠!」

「아, 아니야! 그런 생각 안 했어! 그보다 음, 평범하면 평범한 대로 괜찮지 않나……」

「역시 생각했잖아요! 하지만 그 반응도 예상한바! 그래서 이걸 준비해 뒀습니다!」

 

 탄호이저 씨가 다시 주머니 안에 손을 집어넣는다.

 어? 설마 두 번째 종이?

 

「짜잔! 『개성적인 우마무스메가 될 수 있기를』! 이건 꼭 이루어졌으면 좋겠어요! 존재만으로도 포스가 부와악─! 퍼지는 것 같은, 그런 우마무스메가 되고 싶어요! 구체적으로 예시를 들자면 루돌프 회장 같은!」

「헤, 헤에……」

「『중앙을 무시하지 마』라든가, 평생에 한 번뿐이어도 되니까 말해 보고 싶어!」

 

 뭔가 그런 탄호이저 씨는 상상이 잘 안된다…….

 그리고 『개성적인 우마무스메가 되고 싶다』는 소원 자체가 이미 개성적인 것 같은데. 그렇게 신경 쓸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리고 또.」

「또 있어!?」

 

 세 번째로 꺼낸 탄자쿠에는, 『몸무게가 이 이상 늘어나지 않기를』이라 적혀 있었다.

 

「호오, 몸무게가 고민이십니까.」

「맞아요, 박신 오 씨…… 요즘 꾸와악! 이런 느낌으로 살이 붙었거든요. 트레이너 씨는 『성장기니까 체중이 늘어나는 건 당연한 것』이라 말했지만, 암만 그렇다 해도 늘어가는 체중계 숫자를 보고 있으면 정신 건강에 해롭다구요……」

 

 그러고 보니 라이스도 요즘 몸무게가 조금씩 늘고 있었지…….

 잔뜩 먹고 있어서 그런 걸까아.

 다른 사람이랑 같이 밥을 먹을 때, 라이스만 양이 많아서 부끄러울 때가 가끔 있다.

 진지하게 고민해 보는 게 좋을지도…… 아니, 이게 아니라.

 

「그건 그렇고, 이렇게 소원을 많이 빌어도 되는 거야……?」

 

 의문을 입 밖으로 꺼내자, 탄호이저 씨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라, 안 되나요? 근데 딱히 『소원은 한 개씩만』이란 규칙도 없잖아요?」

「드, 듣고 보니……」

 

 부르봉 씨와 얼굴을 마주 본다. 소원은 한 사람당 하나씩이라는 고정관념이 어느샌가 자리 잡고 있었다.

 부르봉 씨도 같은 생각이었던 모양이다.

 라이스가 생각하기엔, 너무 많은 소원을 빌면 하나도 이루어 주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듣고 보니 하나만 빌어야 한다는 제약 같은 건 없었다.

 

「으음, 하나로 합치는 편이 나으려나…… 근데 그러면 어떤 걸 지워야 할까……」

「아, 줄이지 않아도 괜찮을 것……」

「그건 그렇고, 탄호이저 씨의 소원은 참고가 됐습니다.」

「어?」

 

 부르봉 씨의 말에 무심코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참고가 되었다는 건 대체 어느 부분일까.

 탄호이저 씨도 눈을 깜빡거리고 있다.

 

「참고가 되었다니, 뭐가요?」

「그, 그게 있지, 부르봉 씨가 『소원이 떠오르지 않는다』면서 고민하고 있었거든……」

「헤에~! 그런 사람도 있구나! 욕심이 없으시네요……」

「하지만 지금 떠올랐습니다. 체중이란 말을 듣고요.」

「오, 부르봉 씨도 몸무게로 고민하는 타입이었나요? 동료다!」

 

 동료를 발견해 기뻐하는 탄호이저 씨에게, 부르봉 씨는 고개를 저었다.

 

「아뇨, 체중은 크게 신경 쓰지 않습니다. 제 고민은 근력입니다.」

「근력?」

「네. 클래식 시즌 때와 비교하여 근력의 저하를 실감하고 있습니다. 더 단련하고 싶지만, 현 상태에선 그것조차 여의치 않습니다.」

「아아……」

 

 그야 그렇겠지. 부상 때문에 동작이 큰 운동은 할 수 없을 것이다.

 앉아서 덤벨로 운동하는 모습은 자주 봤으나, 전성기 때와는 비교조차 불가능할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근력 유지를 희망…… 아니요, 이전보다 더욱 강해지고 싶다고……」

「과연! 즉, 이렇게 적으면 되겠군요!」

 

 박신 오 씨가 갑자기 부르봉 씨의 탄자쿠를 가져가 글자를 적기 시작했다.

 

「어떠신가요!」

 

 종이엔 박력 넘치는 필체로 『근육맨이 될 수 있기를』이라 적혀 있었다.

 그, 근육맨…….

 

「이, 이거로 괜찮은 걸까……」

 

 탄호이저 씨도 곤혹감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뭐어, 의미는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기도 한데…….

 

「음? 이게 아닌가요?」

「……아뇨. 이거면 됩니다.」

「부르봉 씨, 정말 괜찮아……?」

「네. 제 소원에서 크게 벗어난 건 아니니까요. 그리고 계속 고민해 봤자 해결되는 것도 없습니다. 여러분, 여러모로 감사했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라이스와 모두에게 고개를 숙이는 부르봉 씨.

 다소 억지로 결정된 감이 없잖아 있지만 부르봉 씨는 납득한 것 같고, 박신 오 씨도 「반장이 고민을 또 하나 해결했군요……」라며 만족하고 있으니 괜찮겠지.

 

 이리하여 우리 모두, 무사히(?) 칠석을 맞이할 수 있었다──

 

 


 

 

「완전 지각이야……」

 

 7월 7일.

 트레이닝을 마치고 교복으로 갈아입은 후, 학교 앞의 광장으로 걸음을 재촉했다.

 

 교문 근처에 커다란 조릿대가 몇 그루가 놓여 있다. 학생회가 준비한 것이다.

 학생들은 그 조릿대에 탄자쿠를 거는 것이 관례다.

 그 바로 옆에는 긴 책상이 비치되어 있고, 탄자쿠 다발과 연필 또한 준비되어 있었다.

 여기에 소원을 적으라는 거겠지.

 

 벌써 해가 뉘엿뉘엿 떨어지는 시간인데도, 라이스와 마찬가지로 트레이닝에서 막 돌아온 듯한 우마무스메들이 조릿대 근처에 인파를 이루고 있다. 그들은 탄자쿠를 조릿대에 걸거나 소원을 적고 있다.

 라이스는 사전에 탄자쿠를 준비했기 때문에 여기서 쓸 필요는 없었다. 가까운 조릿대로 다가가, 품에서 꺼낸 탄자쿠를 가지에 묶는다.

 

「이거면 됐겠지……」

 

 살짝 뒤로 물러나서 두 손을 모아 합장한다.

 정말 중요한 소원이다. 신님, 부디 이 소원을 이루어 주세요.

 

「라이스.」

「햐윽!」

 

 뒤에서 들린 목소리에 심장이 튀어나오진 않았나 걱정될 정도로 깜짝 놀랐다.

 소원을 비는 데 집중하고 있었으니까.

 고개를 돌리자, 탄자쿠를 손에 든 부르봉 씨가 있었다.

 

「부, 부르봉 씨……」

「라이스도 탄자쿠를 걸러 왔군요. 어떤 내용을 적었습니까?」

 

 스윽, 부르봉 씨가 라이스의 탄자쿠를 향해 손을 뻗는다.

 

「아, 안 돼!」

 

 라이스가 그걸 말려 봤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부르봉 씨는 라이스의 소원이 적힌 탄자쿠를 똑똑히 보고 말았다…….

 

「『부르봉 씨의 다리가 빨리 나을 수 있기를』…… 라이스, 이건.」

「아, 아아, 아으, 그게, 그건 말이지……」

 

 안 되겠어. 부끄러워서 말이 제대로 나오질 않아.

 하필이면 부르봉 씨에게 들켜 버리다니…….

 볼이 화끈 달아오른다.

 

 그보다 이제서야 생각이 미친 건데, 이거야말로 부르봉 씨 본인이 써야 할 소원이지 않을까…… 아니, 그런 생각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야.

 무언가, 뭐라도 말해야 해.

 하지만 머릿속이 혼란스러워, 당연히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

「…………」

 

 부르봉 씨는 한동안 침묵하고 있었으나…… 이윽고 쥐어짜 낸 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라이스, 당신이란 사람은 정말…… 왜 이런 소중한 소원을 적는 날을 저 같은 걸 위해 쓰는 겁니까. 기쁘기는 하지만, 소원은 자기 자신을 위해 써야 합니다. 저 같은 건 신경 쓰지 마시고, 라이스가 가장 이루고 싶은 일을 적어 주세요.」

 

 부르봉 씨의 표정은 화난 것 같기도, 부끄러운 것 같기도, 기쁜 것 같기도 했다.

 알 수 없는 표정.

 

「……그게 아니야, 부르봉 씨.」

「네?」

「이건 있지, 라이스 자신을 위한 소원이야. 그야 부르봉 씨의 다리가 낫지 않으면, 라이스는 부르봉 씨와 같이 달릴 수 없으니까.」

「……!」

 

 이건, 라이스의 진심이다. 물론 부르봉 씨를 위해서라도 빨리 낫길 바라고 있다.

 하지만 라이스는 다시 한번…… 아니, 앞으로 몇 번이고, 부르봉 씨와 달리고 싶어.

 그건 무척이나 즐겁고, 가슴이 뛰는 일이니까.

 라이스의 가장 소중한 바람은 그거였다.

 

「……잠시 기다려 주세요.」

「부르봉 씨?」

 

 부르봉 씨는 탄자쿠를 든 채 종종걸음으로 책상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연필을 손에 쥐고 박신 오 씨가 글씨를 쓴 뒷면에 무언가 적고 있다.

 머지않아 연필을 손에서 내려놓고, 이쪽으로 돌아왔다.

 

「저도 소원을 하나 더 찾아냈습니다. 이겁니다.」

「부르봉 씨, 이건……」

 

 종이에는 정갈한 글씨로 『라이스와 다시 같이 달릴 수 있기를』이라 적혀 있었다.

 말문이 막힌 라이스에게, 부르봉 씨가 미소 짓는다.

 

「……이제야 개운해졌습니다. 제가 가장 이루고 싶은 소원은 이거였던 것 같습니다. 오늘 안에 찾게 되어 다행이에요.」

「부르봉 씨……」

 

 여전히 멍하니 있는 라이스를 힐끗 본 부르봉 씨는, 탄자쿠를 조릿대에 묶기 시작했다.

 라이스의 탄자쿠 옆에.

 

 그 뒤, 라이스도 부르봉 씨도 자연스레 손을 합장하고 기도했다.

 부디 이 소원이 이루어질 수 있기를.

 

「부르봉 씨의 소원, 두 개가 되어 버렸네.」

「네. 둘 다 이루고 싶은 소원임은 확실하니까요. 탄호이저 씨도 세 개나 준비하셨으니, 두 개 정도는 괜찮겠죠.」

 

 그렇게 말하고 우리 둘은, 눈을 마주 보고 쿡쿡 웃었다.

 

 분명 괜찮을 거야. 이 소원은 반드시 이루어질 테지.

 왜냐하면 라이스와 부르봉 씨, 두 사람의 바람을 담았으니까.

 기필코 이루어질 것이다.

 

「갈까요, 라이스.」

「응.」

 

 둘이 나란히, 학교를 뒤로한다.

 언젠가 꼭 찾아올 『그날』이, 벌써부터 기대되어 심장이 뛰었다.

 

 


 

 

작가 코멘트 내용도 그렇고 본문의 대사도 그렇고

확실히 게임의 부르봉보다는 애니 부르봉 씨에 가까운 것 같아 번역도 그쪽으로 갈피를 잡았습니다.

게임의 바봉도 좋지만, 강단 있고 자기표현이 확실한 애니판 부르봉 씨도 좋아요.

 

혹시 일이 바빠지면 한 번 쉬어가면서 올리려고 8월에 미리 번역해둔 저장본이었는데

티스토리 블로그 로그인이 안 되어서 이제서야 올리게 됐네요ㅠㅠ

10월 중순까지 업로드는 매우 뜸합니다... 죄송합니다!

+ 이 글 표지 사진은 나중에 한가해지면 번역해서 다시 올릴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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