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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합 2차창작 SS 번역/우마무스메

[행복한 테이네이 이야기] #1 테이네이 시작의 이야기

by 츄라라 2023. 5. 21.

 

낙양 │ @love_tei0 │ https://nagyang.postype.com/post/13310039

 

작가 : じゃこ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16549143#1 

 

#1 テイネイの始まりの話 | 幸せなテイネイの話 - じゃこの小説シリーズ - pix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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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시리즈 코멘트

테이오와 네이처가 사귀기도 하고, 동거하기도 하고, 프러포즈 하기도 하고.


작가 코멘트

테이네이도 귀엽네~ 네이처는 행복했으면 좋겠어…… 행복하게 만들어볼까! 라는 생각으로 쓴 이야기입니다.
애니메이션 설정을 중심으로 하고 있지만, 테이오가 학생 회장이기도 하고 키가 크기도 합니다. 완전히 제 취향으로 썼습니다.
아무튼 행복한 두 사람을 보고 싶었으므로, 테이네이를 좋아하고 이러든 저러든 괜찮은 마음이 넓은 분들이 읽으시길 권장합니다.

 

 

 


 

 

오늘의 런치 세트

 

A 런치

햄버그 스테이크

B 런치

스파게티

C 런치

오므라이스

 

 

수프와 샐러드가 같이 나오는 이 런치 세트 중 가장 인기가 많은 건 A 런치 세트고, 얼마 안 남았다고 한다.

인기가 많다, 얼마 안 남았다는 말을 들으면 그걸 원하게 되는 게 사람의 천성.

평소라면 망설임 없이 A 런치를 주문했을 테지만, 오늘은 도저히 햄버그 스테이크 같은 걸 먹을만한 기분이 아니다.

햄버그는 고사하고 식사조차 내키지 않을 정도로 마음에 먹구름이 드리워져 있다.

그래도 몸을 위해 먹어야 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으니 C 런치를 소자로 주문했다.

 

 

비어있는 자리를 찾고 있던 도중 이미 창가 쪽 테이블에 앉아 있던 마야노와 눈이 마주치자, 「네이처 쨩~」이라고 큰 소리로 나를 부르며 손을 흔들었다.

그렇게 큰 소리로 부르지 않아도 들린다니까. 쓴웃음을 지으며 다가가 말을 건다.

 

 

「여기 앉아도 돼?」

「응! 얼마든지! 마야 혼자서는 외로웠는걸.」

「……?」

 

 

지금 이 4인용 테이블에 앉아있는 건 확실히 마야노 한 명뿐이지만 그 옆자리에 A 런치인 햄버그 스테이크가 놓여 있고, 마야노의 앞에도 똑같은 메뉴가 놓여 있다.

테이블 위를 오가는 의아한 시선을 눈치챘는지 마야노가 말문을 열었다.

 

「아, 이건 테이오 쨩 거야.」

「엣!?」

 

조금 과민 반응을 보인 탓에 마야노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아─ 음… 테이오는 어디 갔어?」

「학생회 일이 밀려서 좀 처리하고 오겠대.」

「헤에… 그렇구나.」

「요 한 달간 계~속 바쁜 것 같아.」

「학생회 업무는 엄청 힘드니까 말이지…」

 

의자에 앉아 손을 합장한 뒤, 식판에 손을 뻗는다.

 

(학생회라……)

 

황제라 일컬어지는 심볼리 루돌프가 졸업하고 반년.

그리고 새 학생회장으로 토카이 테이오가 취임했다. 그 밖에도 몇 명인가 이름을 걸고 나섰지만, 압도적인 지지율로 테이오가 후임으로 결정됐다.

세 번의 부상을 겪고 기적의 부활을 이룬 테이오, 그런 그녀가 황제의 뒤를 잇는 건 필연적인 결과일지도 모른다.

 

 

학생회장이 된 후 그녀는 변했다.

예전에는 가끔씩 보이던 앳된 장난기가 거의 보이지 않게 되었고, 뭔가 사려 깊게 변했다.

트레이드 마크라고 할 수 있는 포니테일은 그대로지만, 키가 자라 지금은 나보다 그녀가 조금 더 크다. 가끔 가까이 있으면 새삼 키 차이를 의식해 버려서 가슴 속이 요란스럽다. 도대체 얼마나 더 시간이 지나야 익숙해지는 걸까.

 

 

그런 테이오에게 마음이 동하는 우마무스메는 셀 수 없이 많고, 나도 그중 한 명이다.

학생회장이 되고 나서 인기에 더욱 불이 붙어 밸런타인 초콜릿은 늘 엄청난 양을 받고 있고, 고백받는 일도 종종 있다고 한다.

얼마 전에 한 번, 그 광경을 우연히 보게 된 적이 있다.

늦게까지 트레이닝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들린 대화 소리. 신경 쓰이는 이름이 귀에 들어와 소리가 난 방향을 찾아보자, 커다란 나무 옆에서 두 개의 그림자가 보였다.

그늘에서 엿보았더니, 그곳에 있던 건 테이오와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고 마음을 전하는 한 학년 아래의 우마무스메.

당장 자리를 떠야 했지만, 너무도 신경이 쓰여 미안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대로 귀를 쫑긋 세웠다.

 

 

『너의 마음은 정말 기뻐…… 그래도 미안해. 나, 따로 좋아하는 사람이 있거든.』

 

 

지극히 상냥한 목소리로 그리 말했다.

당사자도 아닌데 가슴에 비수가 박힌 것처럼 고통스러웠다.

 

 

테이오는 이미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그 사실 자체가 더할 나위 없는 충격이었기에, 두 사람이 떠난 후에도 한동안 그 자리에서 움직일 수 없었다.

그 애인가, 아니면 그 애인가. 아니, 어쩌면…….

짐작 가는 우마무스메는 몇 명이고 있었다.

그야 다들 반짝반짝 빛나는 사람이니까. 테이오와 같이 있어도 어울릴 게 뻔하잖아.

 

 

주인공 같은 그녀의 옆자리에 서고 싶지만, 그 애의 광휘가 너무나 눈부시다.

조연인 나는 멀리서 보고 있기만 해도 돼, 그거면 만족할 수 있다.

 

 

 

 

(친구인 거로도 충분해.)

 

 

대충 음식을 씹으면서 샐러드와 수프에도 손을 대려는 순간, 문득 시선이 느껴져 고개를 들었더니 이상하단 눈빛으로 이쪽을 쳐다보고 있는 마야노와 눈이 마주쳤다.

 

 

「응?」

 

 

말문을 열기가 꺼려져 헛기침을 하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어봤다.

 

 

「네이처 쨩.」

 

 

그러자 무언가를 말하려던 마야노와 갑작스레 시선이 맞물렸고, 그녀는 오른팔을 들었다.

무슨 일이냐고 돌아보기도 전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마워, 마야노. 덕분에 살았어.」

「천만의 말씀!」

 

 

목소리의 주인이 누구인지, 얼굴을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놀람과 초조함이 섞여 경직되어 있었더니, 바로 옆에서 목소리가 날아와 꽂혔다.

 

 

「어라, 네이처는 그것밖에 안 먹어?」

「그치? 테이오도 그렇게 생각하지?」

 

 

마야노와 대화하면서 옆에서 얼굴을 들이민 사람은 다름 아닌, 방금 전 화제로 떠올랐던 토카이 테이오.

 

 

「나랑 마야노의 반 정도 양인데?」

「그러니까~ 마야라면 분명히 오후 수업 때 배가 꼬르륵거리고 말 거야. 감량 중이야?」

 

 

대화를 나누며 테이오는 마야노의 옆에 앉아 손을 합장한 뒤, 젓가락을 햄버그로 옮겼다.

한입 가득 베어 물자 그녀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맛있었는지 연달아 입속으로 집어넣는다.

그 모습이 귀여워서 나까지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아~…… 사실 어제 단 음식을 너무 많이 먹어서 말이야. 칼로리 조절해야겠다 싶어서.」

 

 

이건 당연히 임시변통의 거짓말이다.

그럴듯한 이유를 찾는 데 조금 시간이 걸렸으나, 둘은 아무런 의심 없이 끄덕이며 납득해 줬다.

그 뒤로 마야노와 쓸데없는 잡담을 나누던 와중, 옆에서 테이오가 엄청난 속도로 음식을 다 먹어 치웠다.

 

 

「잘 먹었습니다. 나 먼저 가볼게.」

 

 

그리 말하며 테이오는 식판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엣, 테이오 쨩 지금 막 온 참이잖아!」

「사실 아직 서류를 다 처리하지 못했거든. 시간이 금 같아.」

「어머나, 회장님은 정말 바쁘시구먼요~」

「정말 그렇다니까. 그럼 나중에 봐.」

 

 

종종걸음으로 식기를 정리한 후 테이오는 카페테리아를 떠났다.

남아있던 오므라이스를 깔끔히 먹어 치우고 물이 든 컵을 기울이고 있는데 마야노가 말을 꺼냈다.

 

 

「…네이처 쨩, 사실은 무슨 일 있는 거지?」

「엑… 왜?」

「왠지 모르게. 틀렸어?」

 

 

그 말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못한 채, 말을 머뭇거리며 당황한 듯 손을 저으면서.

 

 

「말하고 싶지 않다면 하지 않아도 돼. 그래도 네이처 쨩이 뭔가 고민하고 있다면 힘이 되어주고 싶은걸.」

 

 

다정한 색을 띤 눈동자가 걱정하는 목소리로 물어본다.

이런 친구에게 「아무것도 아니야」라고 거짓말을 하는 것도 도리가 아니니, 가슴에 쌓여 있는 고민을 토해내듯 후우, 한숨을 쉬었다.

 

 

「……네이처 씨의 고민 좀 들어줄래?」

 

 

친구에게 그리 물어보자, 마야노는 기쁜 듯이 미소 지었다.

 

 

「사실은 말이지, 얼마 전에 고백받았거든.」

 

 

 

 

 

마치 만화 속 장면 같았다.

 

등교해서 내 자리에 도착하자, 책상 속에 한 장의 편지가 들어 있었다. 귀여운 글씨로 방과 후에 거의 창고처럼 쓰이고 있는 빈 교실로 와달라고 적혀 있었다.

순간 장난인 건 아닐까 의심하기도 했으나, 편지 주인이 정말로 기다리고 있다면 미안하니까 기대 반 불안 반인 심정으로 빈 교실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곳에는 한 학년 위의 선배 우마무스메가 있었다. 그 선배로 말하자면 인기가 많고, 골 직전에는 이목을 절로 끄는 폭발적인 뒷심을 보여주며, 가르침도 능숙하고 품행도 방정하다고 소문난, 그야말로 팔방미인이라 부를만한 사람이었다.

그런 그녀가 왜 나를 불러냈는지 짧은 시간 동안 열심히 머리를 굴려봤지만 전혀 짐작가는 곳이 없어, 나도 모르는 새 무슨 짓이라도 저지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미쳐 침을 꿀꺽 삼켰다. 그러나 그녀는 생각지도 못한 말을 꺼냈다.

 

 

『나, 너를 좋아해. 괜찮다면 사귀어 주지 않을래?』

 

 

방과 후 둘만 있는 교실에서 고백이라니. 만화나 영화에서 몇 번이고 본 장면이라 그런가, 어쩐지 남 일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멍하니 잠자코 있던 나를 선배가 부르고, 그 순간 다시금 이 고백이 자신을 향한 것임을 이해하고 목소리를 내뱉었다.

 

 

 

 

「그래서 대답은?」

 

 

식사도 잊어버린 마야노가 집요하게 파고들며 뒷이야기를 재촉했다.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했어.」

 

 

사실은 거절할 생각이었다.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 라고.

 

 

하지만 앞으로 그 사람이 나를 돌아봐 줄지 어쩔지도 알 수 없고, 이미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했다.

가능성을 숫자로 표현하자면 한없이 0에 가까운 1일지도 모른다. 0은 아니어도 그와 근접한 아주 희미한 확률에 기대하고 마는 꼴이 어찌나 우스운지. 무심코 웃음이 튀어나왔다.

그런 와중에 나를 좋아한다고 말해준 선배.

선배를 싫어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같은 우마무스메로서 호의를 품고 있다.

그러나 그건 연애적인 호의와는 조금 다르다.

하지만 이대로 먼 등을 쫓는 것보다, 내밀어 준 손을 잡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이 들어 「조금만 생각할 시간을 달라」 말하고 대답을 보류했다.

선배는 어쩐지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흔쾌히 승낙해 주었다.

 

 

「언제 대답하기로 했어?」

「내일.」

「엑!? 어떻게 할 거야?!」

「음~… 어떻게 할까요…」

 

 

대답은 아직 정하지 않았다.

아직도 저 반짝거림을 뒤쫓아 손에 넣고 싶다는 염원을 품은 내가 있다.

마야노는 그렇구나, 라고 한 마디 중얼거린 뒤에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후회만큼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 뒤로 오후 수업이나 트레이닝에 집중하지도 못하고 멍하니 덤벨을 잡다가 하마터면 발등에 떨어뜨릴 뻔하거나, 이미 골을 지나친 줄도 모르고 계속 달리는 등, 그야말로 주의 산만이란 글자가 살아 움직이는 듯한 모습에 카노푸스 팀원 모두가 나를 걱정했다. 트레이너도 나를 신경 쓰고 있는 듯, 계속 눈이 마주쳤다.

모두의 걱정스러운 시선이 따가울 정도로 느껴져 이제 견디기 힘들다고 생각했을 때, 마침 아이싱에 사용하는 냉각 스프레이가 다 떨어진 것을 기회로 자진해서 사러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이왕 나가시는 거라면. 이라며 이쿠노가 구급상자 안의 재고가 적은 물품 목록을 건네줬고, 항상 신세 지고 있는 약국을 향해 걸었다.

주인아주머니와 쓸데없는 잡담을 나누고 목표로 했던 물품들을 구매한 뒤 가게를 나가려고 한 순간, 지금 가장 만나고 싶지 않았던 소녀가 있었다.

 

 

「잠깐, 뭐야 그 표정은.」

「아하하… 미안 미안.」

 

 

무의식 중에 표정에 드러나고 있었던 모양이다. 서둘러 표정을 고치고 눈앞의 우마무스메를 바라본다.

언제 어떤 때라도 그녀, 토카이 테이오는 변함없이 반짝반짝 빛나고 눈부셔서 눈을 찌푸리고 만다. 가라앉고 있는 석양이 가게 안을 가득 채우고 있어 여느 때보다 더욱 눈부시다.

 

 

「테이오도 장보기?」

「응, 마침 파스가 다 떨어졌거든.」

 

 

테이오는 그리 말하며 근처 선반에 있던 중간 사이즈의 파스와 테이핑 테이프를 집어 아주머니에게 건넨다.

 

 

「……?」

 

 

어째서일까.

지갑에서 돈을 꺼낼 뿐인데 테이오의 움직임이 유난히 느리고 어색했다.

이따금 짓는 굳은 표정과 저지 소매 사이로 눈에 들어온 하얀 무언가를 보고 이해한 나는, 참지 못하고 손을 뻗었다.

 

 

「테이오, 이거 잠깐 빌릴게.」

「엇.」

 

 

대답을 듣기도 전에 지갑을 낚아채 돈을 내고 계산을 끝낸다.

아주머니로부터 물건을 받고 테이오의 주머니에 지갑을 넣어주자, 멍하니 입을 벌린 테이오가 있었다.

 

 

「손목 다친 거지?」

「어, 어떻게 안 거야!?」

「그거야 척 보면 척이거든.」

 

 

물건을 고를 때와 지갑을 꺼낼 때, 테이오는 주로 왼손을 쓴다.

한 손으로 돈을 내는 게 힘들었는지 마치 로봇처럼 삐걱삐걱 소리가 날 것 같은 거동으로 오른손을 움직였고, 소매 너머로 보인 하얀 파스, 심지어 혼자서 붙인 건지 쭈글쭈글하게 붙어있었다.

이런 모습을 보면 안 챙기려야 안 챙길 수가 없지.

 

 

아주머니에게 인사를 드린 후 테이오를 데리고 가게를 나간다. 트레센 학원으로 돌아가는 길에 있는 공원에 들러 가까운 벤치에 테이오를 앉힌다.

걸으면서 들은 이야기에 따르면, 아무래도 트레이닝 도중 넘어져서 손을 뻗은 순간에 다쳤다는 것 같다.

파스가 주름투성이인 이유는 아마 스스로 붙였기 때문이겠지.

 

 

「이래서야 금방 벗겨질 거야. 다른 사람한테 부탁했으면 좋았을 텐데.」

「붙이는 것 정도라면 혼자서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거든.」

 

 

테이오의 옆에 걸터앉아 오른손을 잡고 이미 붙어있는 파스를 떼어낸 후, 아까 사 온 파스를 새로 붙인다.

테이핑도 잠깐 빌려, 적당한 크기로 뜯어서 고정되도록 감는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보고 있던 테이오는 감탄한 듯이 숨을 내쉬었다.

 

 

「솜씨 좋네.」

「터보가 다쳤을 때라든가 종종 처치해 주니까…… 자, 이걸로 끝.」

「고마워.」

「천만의 말씀. 나을 때까지는 불편할 테니, 또 무슨 곤란한 일이 생기면 말해 줘.」

 

 

늘어놓은 파스나 테이핑 등을 봉투에 다시 담은 뒤 자리에서 일어나, 설 수 있겠어? 라고 물으며 테이오에게 손을 내민다.

그러자 테이오는 뭔가 이상하기라도 한 건지 웃으며 왼손을 뻗었다.

 

 

「네이처는 정말 보살피는 걸 잘하네.」

 

 

그대로 손을 붙잡고 가볍게 당겨 테이오를 도와준다.

 

 

「그거야 뭐, 그렇게나 쭈글쭈글한 파스를 보면 말이지…」

「그건 말하지 마~」

 

 

잡고 있던 손을 떼어내고 트레센 학원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사실은 이대로 손을 꼭 붙잡고 싶었지만, 그녀의 손을 붙잡아도 되는 건 내가 아니야.

 

 


 

 

「나이스 네이처.」

 

 

학교 교문을 지나던 도중, 갑자기 이름을 불려 뒤돌아봤다. 그곳엔 전의 그 선배가 있었고, 옆에 있는 테이오를 흘끗 보고는 곤란한 듯이 말끝을 흐렸다.

 

 

「아─… 음… 뭔가 사고 오는 길이야?」

「네, 잠깐 약국에…」

「그렇구나… 으음… 그럼 내일 기다리고 있을게.」

 

 

그렇게 말하고 선배는 떠났다.

그래, 내일은 선배에게 대답을 해줘야만 하는 날이다.

 

 

「내일이라니, 무슨 일이야?」

 

 

순간, 귀를 의심했다.

귀에 익었을 터인 목소리가 평소보다 무거워서 한 박자 느리게 테이오를 향해 눈을 돌린다.

시선이 덜컥 얽히고, 올곧은 눈동자가 몸의 움직임을 저지했다.

그 시선을 뿌리치듯 머리를 살짝 흔든다.

 

 

「딱히… 아무것도 아니야.」

 

 

조금 높은 목소리로 평정을 연기했다.

그러자 벌레라도 씹은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던 테이오의 표정이 순식간에 바뀌었다.

 

 

「그래… 그럼, 난 돌아가 볼게.」

 

 

그 말만을 남기고 그녀는 자랑하는 다리로 눈 깜짝할 새에 사라져 버렸다.

혼자가 되어, 가로등의 빛과 함께 불어오는 바람의 차가움을 깨닫고 부실을 향해 급히 걸음을 옮겼다.

 

 

「네이처, 어서 와!!」

 

 

문을 열자 터보가 웃음으로 반겨주었다.

시선을 옮기자 이쿠노와 탄호이저도 있었고, 이미 돌아갈 준비는 전부 마친 것 같았다.

애써 기다려 준 상냥한 멤버들에게 감사하며 서둘러 옷을 갈아입고 짐을 챙겼다.

 

 


 

 

테이오는 저녁 식사 시간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게 신경 쓰인 다른 우마무스메가 마야노를 찾아가 물었으나, 아마 학생회 일 때문에 아직 학교에 있다는 것 같았다.

기숙사 식당은 늦게까지 열려있으므로 식사는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최근 들어 이런 경우가 종종 있는 것으로 보아 학생회 일로 정말 정신이 없는 모양이다.

참 악독한 말이지만, 내일 일을 생각하면 뭔가 만나기 거북했기 때문에 솔직히 조금 안심했다.

 

 

 

 

목욕을 마치고 조금 축축해진 머리카락을 드라이기로 말린 후, 빗질로 정리한다.

자기 전 꼬리 관리까지 마치고 나면 남은 일은 취침뿐. 시계를 보니 곧 소등시간이었다.

 

 

「하아아아…」

 

 

마침 혼자였으니 마음껏 한숨을 내쉬었다.

룸메이트인 마블러스는 원정을 떠나 앞으로 며칠간 돌아오지 않는다. 평소라면 혼자뿐인 방이 외롭게 느껴졌을 테지만, 오늘만큼은 그 아이가 없는 것을 진심으로 다행이라 생각했다.

이런 한숨, 마블러스에게는 도저히 들려줄 수 없으니까.

침대 위에 풀썩 쓰러져 천장을 바라봤다.

 

 

결국 답은 나오지 않았다.

잠들지 못하는 밤이 될 것 같다.

조명의 불빛이 따가워 슬쩍 눈을 감는다.

떠오르는 것은 테이오와 선배의 모습이라, 다시 한번 한숨을 쉬었다.

 

 

──똑똑.

 

 

갑자기 노크 소리가 들렸다.

눈꺼풀을 깜빡이며 「네네~」라고 대답하고 몸을 일으키자, 벨소리가 울려 퍼진다.

 

 

「어디 보자~?」

 

 

휴대폰을 들어 화면을 보니 『마야노 탑건』이라는 글자가.

 

 

「마야노? 미안, 지금 잠깐 방안에 박혀있느라…」

 

 

대답하며 침대에서 일어나 노크 소리가 울리는 문을 향해 걷는다.

 

 

『미안해, 네이처 쨩! 전부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해서 말해버렸어!』

 

 

마야노가 말하는 것과 내가 문을 여는 것은 동시에 가까웠고, 문 건너편에 있는 사람은 잘 알고 있는 소녀.

 

 

『그랬더니 테이오 쨩이 갑자기 뛰쳐나…』

「네이처.」

 

 

취침 직전이라 그런지 평소의 포니테일이 아니라, 고상한 레드 브라운 색의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뜨린 테이오가 조용히 내 이름을 불렀다.

마야노의 목소리와 소녀의 목소리가 겹쳐, 전화 너머 마야노가 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잠깐 실례할게.」

 

 

휴대폰을 쥐고 있던 손을 잡아당겨 살짝 허리를 굽힌 그녀의 입가로 가져간다.

 

 

「마야노, 먼저 자고 있어.」

「엑?! 테이」

 

 

마야노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통화 종료 버튼을 누르고 나서야 휴대폰을 쥔 손을 해방시켜줬다.

그리고 앞머리 사이로 들여다보이는 아름다운 푸른색에, 시선을 사로잡힌다.

 

 

「이런 늦은 시간에 미안해. 하지만 어떻게 해서든 네이처와 이야기하고 싶었어.」

 

 

말을 고르고 있던 도중, 소등을 알리는 안내방송이 나오고 복도의 불빛이 사라진다.

 

 

「…이제 소등시간인데, 내일 하면 안 되는 거야?」

「응. 지금이 아니면 안 돼.」

 

 

그 목소리가 몹시 무거웠기에, 방금 마야노와 했던 대화 덕에 무슨 말을 하러 왔을지는 쉽게 예측할 수 있었다.

이렇게 진지한 얼굴을 하고 있으면 거절할 수 있을 리가 없어, 한 걸음 물러서서.

 

 

「알겠어, 들어와.」

 

 

테이오를 방으로 불러들이고 내 침대 위에 앉으라 재촉했지만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평소 버릇대로 문을 잠근다. 덜컥. 문이 잠기는 소리를 듣고 나서야 새삼스럽게 현 상황을 이해하고 심장이 경종을 울렸다.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테이오와 단둘이 있게 되었다.

내 방인데도 어찌할 바를 모른 채 그대로 문 앞에 우뚝 서 있자, 테이오가 나를 불렀다.

 

 

「…네이처, 고백받았다고 들었어.」

「읏, 응…」

「어떻게 할 생각이야?」

「어떻게 하냐니…」

「너는 그 선배가 좋아?」

「…싫은 건 아니야.」

「……그럼 사귈 거야?」

 

 

날아온 질문에 대답할 말이 나오지 않아. 그야 그렇지. 아직 나 자신이 어떻게 할지 정하지 않았으니까.

 

 

「…누구랑 사귀든 내 맘이잖아.」

 

 

간신히 나온 것은, 뿌리치는 듯한 차가운 말.

 

 

그래, 이건 나와 선배의 문제다.

 

 

 

 

「확실히 그건 그렇지만… 그보다 나는 네이처가 그 선배를 좋아하는지를 묻고 있는 건데.」

「그래서 싫진 않다고 대답했잖아.」

「결국 좋아하지 않는다는 말이야?」

「윽… 그건…」

「네이처는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이랑 사귈 거야?」

「으…」

 

 

내 방인데도 아픈 곳을 계속 찔려서 마음이 불편해져, 고개를 숙이고 돌려버린다.

애초에 테이오는 왜 이렇게까지 트집을 잡는 걸까.

 

 

「뭔데 진짜, 테이오랑은 상관없는 일이잖아.」

「상관있어.」

「하?」

「그야, 나도 네이처를 좋아하니까.」

「하…… 에?」

 

 

예상하지 못한 대답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들었다.

눈에 들어온 것은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 테이오. 부끄러운 듯한 얼굴, 그런데도 올곧은 눈동자로 이쪽을 주시하는 탓에 단숨에 체온이 올라가는 것이 느껴진다.

 

 

「그러니까 네가 다른 누군가와 사귀는 건 싫어… 나와 사귀어 줘.」

「어…? 잠깐… 뭐야 그게.」

 

 

터무니없는 급전개를 사고가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지금, 테이오가 뭐라 말했지?

 

 

「잠깐, 뭐야, 갑자기 왜 그러는 거야, 테이오.」

「계속, 좋아하고 있었어.」

 

 

나를 좋아한다고?

테이오가?

 

 

「잠… 장난은 이제 그만해.」

「장난 같은 게 아니야.」

 

 

테이오와 사귈 수 있다면 나는 무척 기쁘고 행복할 것이다.

그래도.

 

 

「네이처도 나를 좋아하고 있지 않아?」

「엣!?」

 

 

입을 꾹 다물고 있다가 핵폭탄을 투하당해 놀란 나머지 큰 소리가 튀어나와 버려, 황급히 입을 틀어막는다.

테이오를 좋아한다고 다른 사람에게 말한 적도 없다.

그녀를 특별 취급했던 기억도 없다.

그런데 설마 테이오 본인에게서 그걸 지적받게 되다니.

 

 

「어, 어떻게, 그걸 알고…… 아!」

 

 

큰일 났다.

 

 

이제 변명할 도리도 없다.

얼굴이 터질 것처럼 뜨거웠다. 분명 삶은 문어처럼 새빨갛게 물들었을 것이 틀림없다.

이런 얼굴을 테이오에게 보이고 싶지 않아. 즉시 입가를 막고 있던 손으로 얼굴을 덮었다.

 

 

「나는 네가 좋고, 너도 나를 좋아해. 이것만으론 안 돼? 다른 이유가 필요해?」

「나로는, 안 돼… 테이오에겐 더 어울리는 사람이 있잖아.」

「…어째서.」

 

 

갑자기 목소리가 흔들렸다. 손가락 사이로 테이오의 모습을 슬쩍 훔쳐보자, 어여쁜 얼굴을 일그러트리고 푸른 눈동자 가득 슬픔을 머금은 채, 테이오는 꽉 주먹을 쥐었다.

깜빡이는 눈동자에서 한줄기 눈물이 떨어진다.

 

 

「잠, 울지 마, 테이오.」

「그치만…… 그렇지마안…」

 

 

 

 

「이토록 네이처를 좋아하는데, 왜 알아주지 않는 거야…」

 

 

 

 

그리 중얼거리고 테이오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본격적으로 울기 시작했다. 오열하며 어깨를 바르르 떨면서, 코를 훌쩍인다.

체면 따윈 신경 쓰지 않고 감정을 드러내 마음을 부딪치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가슴이 욱신거린다.

 

 

「나는 네이처가 아니면 안 돼… 네이처는, 내가 싫어…?」

 

 

싫을 리가, 없다.

하지만 나로선 적합하지 않으니까.

반짝이는 이 소녀에게 어울리는 상대는 따로 있으니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싫어하다니, 그럴… 그럴 리가 없잖아.」

 

 

언제부터였을까.

진심 어린 마음을 보고도 못 본 척하게 된 것은.

본심에 솔직해질 수 없게 된 것은.

 

 

나로선 어울리지 않는다고?

그런 건 누가 정했는데?

단정 지은 건 언제나 나 자신이었잖아.

 

 

사실은, 그 누구보다 테이오를 좋아하는 주제에.

 

 

 

 

「…자, 이거 써.」

 

 

침대 옆에 놓여있던 티슈를 곽째 테이오에게 내밀자, 앓는 목소리로 감사 인사를 전하고 왼손으로 티슈를 몇 장 뽑아 눈물을 훔쳤다.

그리고 눈물에 젖은 얼굴로 그녀는 웃었다.

 

 

「네이처도.」

「어?」

「울고 있어.」

 

 

지적당하고 나서야 어느새 눈물을 흘리고 있던 것을 눈치챘다.

이해하자마자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마음과 함께 눈물이 넘쳐흘렀다.

 

 

「미안해, 테이오… 나도 테이오가 좋아…」

「응, 계속 그 말을 기다리고 있었어.」

「기다리게 해서 미안… 미안해.」

 

 

그 뒤로 둘이서 잠깐 훌쩍거렸지만, 눈물이 그치는 건 테이오가 조금 더 빨랐다.

흐르는 눈물을 테이오가 몇 번이고 닦아주면서, 진정될 때까지 곁에 있어주었다.

 

 

「…테이오… 있잖아, 정말 나로도 괜찮아? 후회하지 않겠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나는 네이처가 좋고, 후회 같은 건 하지 않아.」

 

 

서로 마음을 주고받았음에도 미련이 남아 물어보고 말았지만, 테이오는 정말 상냥했다.

이런 귀찮은 질문에도 싫은 내색 한 번 보이지 않고 대답해 준다.

잠깐 침묵을 유지하던 테이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안아도 돼?」

「하에엣!?」

 

 

피가 부글부글 끓는 것처럼 온몸이 뜨거워진다.

조금 처진 귀가 서글프게 물어본다.

애당초 이미 거부할 사이는 아니지만, 역시 부끄러움이 앞서는 건 어쩔 수 없다.

 

 

「안 돼…?」

「괘, 괜찮은데…」

 

 

말하자마자 귀가 쫑긋 솟더니 테이오가 싱글벙글 웃었다.

조금 쭈뼛거리면서 이쪽으로 다가온 두 팔이, 등을 감싸고 끌어안는다.

테이오의 품 안에 폭 담긴 채 부드러운 몸, 샴푸와 섬유 유연제 냄새, 그리고 테이오의 향기를 느껴 심장이 방망이질을 친다.

 

 

「나는 네이처의 전부가 좋아.」

「읏…!」

 

 

너무나 부드러운 목소리가 귀를 어루만진다.

직설적인 발언으로 인해 얼굴에 열기가 쏠리는 것을 느끼면서, 방황하던 두 팔을 테이오의 등에 둘러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그에 대답하듯, 테이오가 안은 두 팔의 힘이 강해졌다.

 

 

「읏…」

 

 

갑작스레 들린 것은 작은 비명.

그 목소리의 원인을 떠올려 테이오의 오른팔을 붙잡고 걸치고 있던 파카의 소매를 걷어 올리자, 그곳엔 구깃구깃 주름진 파스와 이상한 모양으로 붙어 있는 테이핑이 있었다.

 

 

「하여간─ 저녁때보다 더 심각한 꼴이 됐잖아.」

 

 

면목 없다는 듯이 웃는 테이오를 침대에 앉히고 서랍에서 구급상자를 꺼낸 후, 그녀의 정면에 무릎 꿇고 앉아 다시 치료한다.

 

 

「방에는 마야노도 있었지? 왜 해달라고 안 한 거야.」

「일단 해달라고 하긴 했는데, 마야노한테서 그 얘기를 들었더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거든…」

 

 

중간에 엉뚱한 방향으로 튀어나온 테이핑을 보니, 정말 조치를 받고 있던 도중에 튀어나온 것 같았다.

그렇다면 이 구깃구깃 쭈글쭈글한 테이핑도 납득이 된다.

 

 

「그러고 보니 어떻게 마야노한테서 그걸 알아낸 거야?」

「어, 알아냈다…는 게 맞는 표현인지 모르겠는데…」

 

 


 

 

『네이처, 내일 어쩌려는 걸까…』

『엑? 테이오 쨩도 알고 있어?』

『응? 뭐, 그렇지.』

 

 

『선배가 불러낸 것 같은데 괜찮으려나.』

『뭐라고 대답하려나~』

 

 

 

 

 

 

 

 

『『어?』』

 

 


 

 

테이오는 저녁에 선배가 했던 말을 선배로부터의 호출로 오해했고, 마야노는 내가 고백받은 것을 테이오도 알고 있다고 착각해 버려 생긴 사건이었다.

 

 

「아하하, 그걸 어떻게 봐야 호출로 보이는 거야.」

「그거야, 나를 본 순간 거북해 보이는 표정을 지었으니까.」

 

 

웃음을 참지 못하는 나를 향해 창피함이 담긴 시선을 보내고 있다.

그 볼은 약간 붉다.

 

 

「그래도 그 덕에 너와 연인이 될 수 있었잖아…」

「…그, 그건 그렇지만…」

 

 

새삼스럽게 『연인』이란 말을 들으니 부끄러움이 몰려왔다.

서로 입을 꼭 다문 채 묵묵히 치료를 재개했다. 마지막으로 테이핑을 빙빙 감고 구급상자를 닫는다.

 

 

「있잖아, 네이처.」

「왜, 왜?」

 

 

테이오의 왼손이 내 오른손을 붙잡고 손가락을 얽는다.

그 손은 무척이나 뜨거웠다, 이건 누구의 열기인가.

그대로 끌려가 테이오와 함께 침대 위로 풀썩 쓰러져, 의도치 않게 그녀를 밀어 넘어뜨린 듯한 모습이 되고 말았다.

 

 

「…조금 더 연인 같은 일, 해볼래?」

 

 

그 자리에 있던 것은, 내가 모르는 테이오.

평소와는 다른 분위기에 압도되어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나. 그런 나를 지긋이 바라보는 푸른 눈동자로 인해 조금도 움직일 수 없었다.

마치 레이스 때와 같이 날카로운 공기가 살갗을 찌른다.

 

 

「…농담이야!」

「히약!」

 

 

아주 명랑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더니 허리춤에 다가온 손에 힘을 꾹 넣고, 침대 위를 빙글빙글 구르다 그대로 꼭 안았다.

 

 

「진짜, 깜짝 놀랐잖아.」

「미안 미안.」

 

 

자유를 되찾은 오른손으로 테이오의 볼을 꼬집는다.

 

 

「아흐다고~」

 

 

눈앞에 있는 건 즐거운 듯이 깔깔 웃고 있는 테이오. 이질적인 분위기를 뿜어내던 조금 전 그녀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정말로 동일 우마무스메가 맞는지 물어보고 싶을 정도다.

 

 

「네이처? 왜 그래?」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그보다 테이오, 슬슬 자기 방으로 돌아가야지.」

「에~ 네이처랑 같이 자면 안 돼?」

「회장님이니까 장난으로라도 그런 말은 하면 안 됩니다.」

 

 

그 이전에 소등시간이 한참 지났는데 자고 있지 않은 것도 상당한 문제고, 그 행동을 하고 있는 사람이 학생회장이라는 것도 어지간한 일이다.

 

 

「자 자, 다른 학생들의 본보기가 되어야지. 돌아가.」

「우~… 알겠어.」

 

 

테이오의 손을 잡고 끌어당겨 침대에서 일으키고, 문 앞으로 끌고 간다.

 

 

「그럼 잘 자.」

「응. 잘 자, 네이처.」

 

 

이런 인사를 나누고 테이오는 방을 떠났다.

혼자뿐인 방이 굉장히 넓고 조용하게 느껴졌다.

마치 꿈같은 시간이었다. 그 테이오와 내가 연인이 되다니.

입꼬리가 칠칠치 않게 느슨히 풀렸다.

내일이 오면 없었던 일이 되어버리는 건 아닐까.

 

 

「아니 아니… 과한 망상이야…」

 

 

자문자답하듯 혼잣말을 중얼거린다.

불을 끄고 이불 속으로 기어든다.

우선 내일 선배에게 정중히 거절의 말을 전하도록 하자.

기다리게 해서 죄송해요, 라고 사과도 꼭 해야겠지.

 

 


 

 

다음 날 아침, 아침 식사 시간에 마야노, 테이오와 함께 있었다.

 

 

「네이처, 좋은 아침~!」

「안녕… 테이오도…」

「응, 좋은 아침…」

 

 

막상 얼굴을 마주하자 부끄러움이 몰려와 둘 다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아~… 마야는 다른 데서 먹는 게 나을까?」

「잠깐, 오히려 더 부끄러우니까! 괜한 배려는 하지 마.」

 

 

테이오는 방으로 돌아간 뒤, 마야노에게 질문 공세를 당했다는 모양이다.

 

 

몇 번이고 계속 하품을 하면서 샌드위치를 오물거리고 있었다.

 

 

그 뒤에 셋이 같이 등교하고, 다른 반인 마야노는 먼저 헤어졌다.

테이오는 나와 같은 반이지만, 아침부터 학생회 일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나는 선배에게 대답하러 가야만 했다.

 

 

「…역시 나도 같이 갈까?」

「네가 오면 괜히 더 복잡해지잖아.」

「그래도…」

 

 

그냥 거절하는 것뿐인데 뭘 그렇게 걱정하는 건지.

이대로 있다간 정말 따라올 기세였기에, 고개를 저으며 어깨를 들썩였다.

 

 

「테이오, 잠깐 괜찮아?」

「응?」

 

 

조금 높이 있는 귀에 닿을 수 있도록 까치발을 들고 속삭였다.

 

 

「내가 좋아하는 건 테이오 뿐이야.」

「헤엑!?」

 

 

말하자마자 부끄러움이 솟아올랐다. 테이오를 보자 볼에 붉은빛이 맴돌고 있었다.

 

 

「그, 그러니까 안심하라고!」

 

 

그리고 꽁지 빠진 새, 아니, 꽁지 빠진 우마무스메처럼 도망쳤다.

 

 

 

 

지난번과 같은 빈 교실을 찾아가니 선배는 이미 거기 있었다.

우선 나를 좋아해 준 것에 대한 감사를 전한 뒤, 많은 사과와 함께 거절했다.

그러자 조금 슬퍼 보이는 표정을 짓긴 했으나, 선배는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를 물러났다.

마지막으로 깊이 고개를 숙이고 그 교실을 떠났다.

 

 

교실로 돌아가려고 복도를 걷다가, 계단에서 테이오와 딱 마주쳤다.

 

 

「어땠어?」

「응, 제대로 얘기하고 왔어.」

「그렇구나.」

 

 

아직 조례까지 시간이 남았는데도 복도에는 우리밖에 없었다.

여기는 학생회실을 포함해 특별한 교실들만 있는 별관이니, 이 시간에 여기에 있는 편이 이상하긴 하지만.

 

 

옆을 걷는 테이오를 보니 영락없이 학생회장다운 얼굴을 하고 있었고, 그 옆모습이 어젯밤의 테이오와 비슷했다.

 

 

「네이처?」

 

 

시선을 눈치챈 테이오가 뒤돌아서 「왜 그래?」라고 시선으로 묻고 있다.

뭐라 대답할지 고민하고 있자니, 테이오가 장난스레 말했다.

 

 

「아, 손잡고 싶었어?」

「…응.」

「…어?」

「연인 같은 거, 해보고 싶어서…」

 

 

내가 생각하기에도 참 부끄러운 말을 했구나.

테이오도 당황한 얼굴로 굳은 채 서 있다.

 

 

「미안! 지금 건 없었던 일로! 나도 참, 갑자기 무슨 소리를 하는 거래, 부끄러워라, 진짜─…」

「나는 완전 해 보고 싶은데…」

「……이미 결정 났나요… 그럼.」

 

 

내민 손을 쭈뼛쭈뼛 잡아봤지만, 테이오는 뭔가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나는 이게 더 좋은데.」

 

 

그렇게 말하더니 손가락이 감겨와, 순식간에 연인들의 손깍지로 변했다.

화악─ 온몸에 열이 오르기 시작한다. 이런 모습을 누가 봤다간 부끄러워서 죽을 거야. 그렇게 말하려는 순간 너무도 기쁜 듯이.

 

 

「이러는 편이 연인답잖아?」

 

 

라고 말하며 웃으니까, 아무 말도 할 수 없게 되고 말았다.

저항은 포기하고 얌전히 손을 잡기로 마음먹었지만, 어느 정도로 힘을 주고 잡아야 할지 전혀 모르겠다.

손을 잡는 건 이렇게나 어려운 일이었나.

참고로 옆에 있는 테이오는 여전히 미소 지은 채.

 

 

「네이처.」

「왜?」

「아니, 그냥 불러봤을 뿐이야.」

 

 

이런 별거 아닌 대화를 지금까지 몇 번이고 주고받았다.

그래도 가슴 속에 따뜻한 무언가가 피어오르는 이유는 분명, 테이오가 나의 특별함이 되었으니까.

이제부터 무수한 일상을 특별함으로 덧칠해 나갈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자니 입꼬리가 느슨해졌다.

 

 

「네이처가 히죽히죽하고 있어.」

「뭣, 그건 테이오도 마찬가지잖아!」

「나는 히죽히죽하지는 않았다구.」

 

 

맞잡은 손의 따스함이 몹시 포근했다.

 

 

 

 

끝.

 

 

 


 

연인 같은 일이라길래 당연히 야쓰각인줄

키가 큰 테이오라... 이건 좀 귀하네요.

 

 

꽤 긴 글이었습니다.

문제는 이 시리즈에 이것보다 긴 편이 참 많다는 건데요.

좋은 건 여럿이서 보고 싶으니까 노력해 봐야죠.

 

갑작스러운 출국+글자 수 오버로 인해 이번 주는 거의 활동하지 못했습니다.

다음 주부터는 평소랑 비슷하게 하지 않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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