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백합 2차창작 SS 번역/우마무스메

[행복한 테이네이 이야기] #2 테이네이 시작의 이야기(T)

by 츄라라 2023. 5. 28.

 

 

めだかの │ https://www.pixiv.net/artworks/98391263

 

작가 : じゃこ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16804233#1 

 

#2 テイネイの始まりの話(T) | 幸せなテイネイの話 - じゃこの小説シリーズ - pixiv

よく晴れた昼下がり。 「準備いいか?」 「いつでもいいよ!」 ボクの声を合図にゴールドシップが腕を振り上げた。 それと同じタイミングで青々とした芝の匂いを吸い込んで地面を蹴る。

www.pixiv.net

 

작가 코멘트

가장 처음에 적었던 테이네이 이야기의 테이오 시점.
테이오가 네이처를 향한 연심을 자각하는 계기를 적은 이야기입니다.
테이오가 학생회장을 맡고 있고, 키가 자라거나 모브 우마무스메 쨩이 등장하기도 하는 등 제 취향껏 적었지만, 조금이라도 즐겁게 읽어주신다면 기쁘겠습니다.

 

 

 

 


 

 

오후, 화창한 하늘 아래.

 

 

「준비됐어?」

「언제든 상관없어!」

 

 

내 목소리를 신호로 골드 쉽이 팔을 번쩍 들어 올렸다.

그와 동시에 파릇파릇한 잔디 냄새를 들이마시며 지면을 박찬다.

파란 하늘을 가로지르는 새하얀 공, 그걸 시야 안에 포착한 채 거리를 좁힌다. 낙하지점으로 달려가자 몇 초 뒤, 공이 그곳으로 떨어졌다.

 

 

「이러다가는 금방 따라잡힐걸. 더 세게 던져도 된다고~?」

 

 

그리 말하며 시작 위치로 돌아간 후, 골드 쉽을 향해 공을 던진다.

 

 

「지금 것도 꽤 센 편이었는데 말이지.」

「어!? 그랬어?」

「네가 너무 빠른 거 아니냐?」

「아무리 그래도 그럴… 수도 있지만, 골드 쉽도 전력으로 던진 건 아니잖아?」

 

 

질문을 듣고 쫑긋 솟아오른 귀를 보니, 역시 힘을 억누르고 던진 것 같다.

 

 

「던져 봐, 다음엔 전력으로.」

「괜찮겠냐? 이 고루시 쨩한테 그런 말을 하다니.」

「이래서야 누워서 떡 먹기인걸. 트레이닝이 안 된다고.」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어쩔 수 없구만. 간다, 테이오.」

 

 

자신만만하게 웃던 골드 쉽이 힘차게 왼쪽 다리를 디뎠다.

그리고 크게 휘두른 오른팔이 채찍처럼 휘어진다.

조금 전과 같은 방식으로 스타트 대시를 끊어보지만, 공이 바람을 가르며 머리 위를 휙 추월하고, 눈 깜짝할 새에 거리가 멀어진다.

무게 중심을 앞쪽으로 끌어와 더욱 빠르게 다리를 움직여 봤으나, 전혀 따라잡을 수 없었고 떨어질 기색도 보이지 않았다.

 

 

「테이오! 무리하지 않아도 된다고~!」

 

 

등 뒤에서 골드 쉽의 외침이 들렸지만, 방금 그렇게 말했던 이상 포기할 수는 없다.

적어도 시야에서 놓치지 않도록 필사적으로 뒤쫓았다.

 

 

 

 

 

 

결국 공을 잡지는 못했으나, 연습장 안쪽 숲에 떨어진 것까지는 확인할 수 있었다.

페이스 배분 같은 건 생각하지도 않고 전력으로 달렸으므로, 전신이 산소를 갈망하고 있었다.

몇 번이고 심호흡을 거듭해 숨을 가다듬는다.

간신히 숨을 고르고 나서 눈앞의 풍경을 향해 시선을 돌리자, 헛웃음이 나오고 말았다.

빽빽한 나무들과 바닥을 가득 메운 덤불들, 이 넓은 숲속에서 공을 찾는 건 사막에서 바늘을 찾는 꼴일 것이다. 포기하고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도 들었지만, 스스로 자초한 일이었으니 각오를 다지고 안으로 들어가 수색을 시작했다.

나무 위, 나무 밑동, 덤불 속을 비롯한 온갖 장소를 둘러보고 있자니, 풀이 움푹 패인 곳이 보였다. 그곳을 중심으로 주위를 샅샅이 살펴보았더니 조금 떨어진 곳에 덩그러니 놓인 하얀 공이 보였다.

안심하고 달려와 손으로 잡은 찰나, 그곳에서 오묘한 소리가 귀에 들어왔다.

그 정체를 모른 채 힘껏 귀를 기울이자, 그 소리가 무슨 소리인지 점차 분명히 드러났다.

 

 

「고양이…?」

 

 

야옹야옹, 이 울음소리는 분명히 고양이…일 터인데, 어딘가 이상하다. 들리는 건 두 마리분의 소리. 이건 확실하다.

학교 부지 안을 헤매던 고양이가 배가 고파서 우는 것인지, 어디 높은 곳에 올라갔다가 내려오지 못해서 우는 것인지.

둘 중 어떤 상황이든, 혹은 그 외의 상황이든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공을 품에 안은 채 소리가 나는 쪽으로 걸어간다.

커다란 나무 한 그루를 지나자, 하얀 고양이 한 마리가 시야 끝에 들어왔다.

다른 한 마리는 어디 있지? 라는 생각에 하얀 고양이가 보고 있는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리려고 했는데, 지금까지 들었던 울음소리와는 전혀 다른 소리가 귀에 날아와 꽂혔다.

 

 

「무슨 일이냐앙~?」

 

 

고양이가 말했다.

놀라서 바로 큰 나무 그림자 아래로 몸을 감추다가, 그 순간 방금 이상하다고 느꼈던 울음소리는 단순한 흉내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후후, 왜 그래?」

 

 

부드럽게 말을 거는 그 목소리, 톤, 버릇이 어딘가 낯이 익었다.

궁금해져 큰 나무에 등을 기댄 채 슬쩍 엿보았다.

그곳에 있던 건 빨간 귀의 고양이가 아닌, 나도 잘 알고 있는 우마무스메였고.

 

 

「네 눈동자는 파랗구나.」

 

 

힐끗 보인 옆얼굴은 따스하게 미소 짓고 있었고, 고양이를 쓰다듬던 그녀의 손이 멈췄다. 그러자 하얀 고양이가 재촉하듯 야옹, 하고 울며 몸을 문질렀다.

 

 

「미안 미안, 내 친구랑 닮은 예쁜 눈동자길래 넋을 잃고 말았네.」

 

 

마치 그게 누구야? 라고 묻는 것처럼 하얀 고양이가 짧게 울었다.

 

 

「너는 모르는 사람이겠지만, 테이오라는 우마무스메야. 내가──」

 

 

내 이름이 나온 것에 놀라 나도 모르게 몸이 삐걱거리고 말았다.

그 순간 왼 다리가 나뭇가지를 밟아 버렸고, 빠직, 이라는 마른 비명을 울렸다.

아차.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잠시, 몸이 움찔 튀어 오른 그녀와 하얀 고양이가 이쪽을 향해 고개를 돌리면서 시선이 딱 맞물려 버렸다.

 

 

「아…」

「여, 여어… 네이처… 안녕.」

 

 

우선 인사를 하고 슬그머니 나무 그림자 밖으로 몸을 빼낸다.

그러자 멍하니 놀란 표정을 짓고 있던 네이처가 떨리는 목소리로.

 

 

「거짓말이지…? 지금 거… 듣고 있었어…?」

 

 

마치 세상의 종말이 도래하기라도 한 듯한 얼굴로 질문하는 그녀에게 어떤 말을 돌려줘야 좋을지 모르겠어 고개를 한 번 끄덕이자, 얼굴 전체를 새빨갛게 물들이고 고개를 숙였다.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왠지 보면 안 되는 것을 본 기분이 들어 나까지 부끄러워졌다.

빨리 이 자리를 뜨고 싶어. 이미 머릿속엔 그 생각밖에 없었다.

 

 

「괘, 괜찮아!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을 거니까 안심해!」

「엣! 잠ㅅ」

「그럼, 난 트레이닝하러 돌아갈게!」

 

 

속사포로 쉴 새 없이 쏘아붙인 후, 도망치듯 달리기 시작했다.

 

 

 

 

가슴이 쿵쾅거려서 시끄러워.

얼굴이 뜨거워.

 

 

 

 

너는 모르는 사람이겠지만, 테이오라는 우마무스메야. 내가──

 

 

그 뒤에 무슨 말을 하려고 했던 걸까.

그것도 궁금했지만 그 무엇보다, 그 하얀 고양이에게 쏟아주던 다정한 눈빛과 미소가 내 안에 엄청난 충격을 선사했다.

 

 

그런 표정, 나는 몰라.

그런 어리광 부리는 것 같으면서도 솔직하고 온화한 목소리, 나는 들어본 적 없어.

 

 

레이스 외의 일로 이렇게 가슴이 두근거린 건, 처음이야.

 

 

 

 

내 안에서 무언가 일그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카페테리아의 당근 푸딩은 금방 매진되는데, 어떻게 좀 할 수 없을까요?

(확실히… 디저트 중에선 이게 가장 인기 있지. 재료를 넉넉하게 발주해서 우선적으로 만들어달라고 하자.)

 

 

 

 

도서실 책 종류를 더 늘려주세요. 레이스 참고서나 트레이닝 관련 책뿐만 아니라 요즘 인기 있는 로맨스 소설도 읽고 싶어요.

(요즘 인기 있는 로맨스 소설? 뭘까… 전혀 모르겠어. 다음에 마야노한테 물어보자.)

 

 

 

 

누가 들이박기라도 했는지 체육관 벽 일부분에 금이 갔어요.

(엑, 또? 비슷한 건의가 지난주에도 있었는데…… 수리비 충분하려나.)

 

 

 

 

지난번 기숙사 대항 모의 레이스에서 졸업생 골드 쉽 선배님이 팔았던 야키소바 맛있었어요. 또 먹고 싶어요.

(……나중에 골드 쉽한테 연락해 보자.)

 

 

 

 

건의함에 들어온 용지를 훑어보는 건 중요한 일이다.

전 회장이었던 심볼리 루돌프도, 아무리 바쁘다 한들 반드시 한 장 한 장 전부 읽어보고 학생의 의견에 다가갔었다.

모두를 위해, 누군가를 위해 수완을 발휘하는 그 모습이 너무도 멋있어서 쭉 동경했다.

그런 회장을 가까이서 보고 있었기에, 나도 그런 학생회장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회장의 뒤를 이은지 반 년. 아직 익숙해지지 않은 일도 있지만, 제법 몸에 배었다고 생각한다.

 

 

(남은 건 이거 하나인가.)

 

 

접혀있는 마지막 한 장을 들고 펼친다.

 

 

 

 

테이오 회장님, 항상 고생 많으십니다! 트레이닝이나 학생회 일로 힘드시겠지만 힘내세요! 

응원하고 있어요!!

(……이건 팬레터를 넣는 상자가 아닌데 말이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어느 학생의 격려의 말을 보고, 얼굴 근육이 느슨하게 풀리고 만다.

그러고 보니 회장도 진지한 표정을 짓다가도 갑자기 부드러운 표정을 지어서 이상하다 생각한 적이 몇 번 있었는데, 분명 이런 일이 있었던 거겠지.

 

 

 

 

해결 방안을 구체적으로 정리한 뒤에 처리 대기 중인 서류를 확인하고…. 남은 일을 확인해 보니 상당한 양이 남아있어, 무심코 천장을 올려다본다.

시간을 확인하자 점심시간이 10분 정도 지나있었다.

 

 

(서두르면 오후 수업에 늦지 않으려나.)

 

 

처리할 수 있는 일들은 조금이라도 더 처리하고 싶다.

서둘러 건의함에 자물쇠를 채우고 자리에서 일어나 학생회실을 떠난다. 건의함을 원래 자리에 두고 종종걸음으로 카페테리아를 향해 걷는다.

 

 

 

 

오늘의 런치 세트인 햄버그 스테이크는 굵게 갈은 고기를 사용하여 씹을 때마다 고기의 풍미가 입안에 퍼지는 게 일품으로, 데미그라스 소스와의 궁합도 뛰어나 굉장히 맛있다. 당근 하나를 통째로 꽂아놓은 당근 햄버그 다음가는 인기 메뉴로, 품절되는 속도도 빠른 편이다.

오늘 아침 마야노와 어쩌다 이런 얘기를 하게 되어, 먹고 싶지만 학생회 일을 하고 가면 이미 품절되어 있을 것 같다고 끙끙댔더니 그녀가 헤아려 준 것인지.

『테이오 쨩 것까지 내가 받아놓을게.』

라고 말해줬기 때문에, 이번에는 솔직하게 그녀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카페테리아에 도착해 입구에 놓여 있는 블랙 보드를 보니 A 런치 햄버그 스테이크, B 런치 스파게티, C 런치 오므라이스 등 메뉴가 적혀 있었다. 이미 수량이 얼마 안 남았다는 문구가 A 런치에 붙어 있었으니, 분명 지금 줄 서 있는 아이들 선에서 매진되고 말 것이다.

가슴을 쓸어내리며 마야노의 모습을 찾는다.

 

 

(어디 보자…… 아.)

 

 

찾았다. 창가 테이블 석에 있는 주황색 하프 트윈테일.

마야노를 발견함과 동시에 건너편에 앉아 있는 우마무스메도 눈에 들어왔고, 그게 누구인지 이해하는 순간, 쿵. 가슴이 고동쳤다.

 

 

(조금 전까지 같이 수업도 들었잖아… 평정심, 평정심…)

 

 

쓰읍, 한 번 심호흡을 하고 두 사람의 곁으로 다가가자, 마야노가 나를 알아차리고 손을 흔들었다.

 

 

「고마워, 마야노. 덕분에 살았어.」

「천만의 말씀!」

 

 

감사 인사를 전하고 테이블 위를 흘끗 보자, 마야노의 햄버그와 비교하여 상당히 자그마한 오므라이스가 보였다.

 

 

「어라, 네이처는 그것밖에 안 먹어?」

「그치? 테이오도 그렇게 생각하지?」

「나랑 마야노의 반 정도 양인데?」

 

 

그런 말을 하면서 마야노 옆의 의자를 끌고 자리에 앉는다.

 

 

「그러니까~ 마야라면 분명히 오후 수업 때 배가 꼬르륵거리고 말 거야. 감량 중이야?」

 

 

손을 합장한 뒤 포크를 오른손, 나이프를 왼손에 들고 잘라 입으로 옮긴다.

조금 식었지만, 맛은 변함없이 일품이다.

네이처는 마야노의 질문에 조금 뜸을 들이다가.

 

 

「아~…… 사실 어제 단 음식을 너무 많이 먹어서 말이야. 칼로리 조절해야겠다 싶어서.」

 

 

조금 곤란한 듯이 말했다.

그 말에 아주 미세한 위화감이 느껴졌지만, 그걸 추궁할 이유도 없었으므로 「그렇구나」라고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마야노와 네이처가 다음 레이스에 관해 이야기하는 걸 들으면서, 남은 음식을 입안에 쑤셔 넣었다.

 

 

「잘 먹었습니다. 나 먼저 가볼게.」

 

 

식판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나 두 사람에게 시선을 보내자, 놀란 얼굴로 이쪽을 보고 있었다.

 

 

「엣, 테이오 쨩 지금 막 온 참이잖아!」

「사실 아직 서류를 다 처리하지 못했거든. 시간이 금 같아.」

「어머나, 회장님은 정말 바쁘시구먼요~」

「정말 그렇다니까. 그럼 나중에 봐.」

 

 

마야노와 네이처의 배웅을 받으며 서둘러 식판을 반납구에 놓고, 카페테리아를 떠나 학생회실로 돌아왔다.

오후 수업이 시작되기 전에 두 가지 업무를 처리하긴 했지만, 아직 할 일은 산더미다.

어느 정도는 다른 학생회 임원에게 맡긴다 해도, 내가 해야 할 일은 많았다.

 

 

(어쩔 수 없지…)

 

 

휴대폰을 꺼내 마야노에게 메시지를 보낸다.

『오늘 기숙사에 돌아가는 게 늦을 것 같은데, 기숙사장에게 말 좀 전해줄래?』

그리고 일 분도 채 지나지 않아 답장이 왔다.

『아이 코피! 트레이닝 때문에?』

『아니, 학생회 일이 좀 쌓여서.』

『그렇구나. 마야가 확실히 전해줄 테니까 안심해!』

『고마워.』

 

 

마야노에겐 늘 도움만 받을 뿐이라, 다음번에는 제대로 답례를 해야겠어.

그런 생각을 하면서 교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오후 수업이 끝나고 다 같이 트레이닝을 하러 가는 도중, 까치발을 하며 칠판 윗부분으로 손을 뻗는 반 친구가 보였다. 뒤에서 말을 걸고 칠판지우개를 받아, 그녀가 닿지 못했던 부분을 대신 지워준다.

 

 

「고마워. 역시 믿음이 가는 회장님이라니까.」

「이 정도야 아무것도 아니지.」

「그나저나 테이오는 고등부로 올라오고 키가 컸구나. 늦게 찾아온 성장기라는 건가? 처음 봤을 때보다 상당히 많이 자라서 깜짝 놀랐다고.」

「나도 이제 와서 키가 클 거라고는 생각도 안 했으니까, 조금 놀랐어.」

 

 

중등부 말까지 전혀 자라지 않던 키가 고등부로 올라온 후로 조금씩 자라기 시작했다. 조금 더 자라면 회장의 키를 따라잡을 것 같았는데 지난번 건강검진 때부터 뚝 멈춰버려, 더 이상 자라지는 않을 것 같아 약간 아쉽기도 하다.

 

 

「나도 지금부터 성장기 오지 않으려나.」

「음~… 이제는 무리 아닐까?」

「아니아니, 여기선 희망찬 말을 해줘야지!」

 

 

찰싹 등을 얻어맞고 둘이서 키득키득 웃었다.

문득 시선이 느껴져 고개를 돌렸더니 아주 잠깐 네이처와 눈이 마주쳤다. 하지만 바로 등을 돌려 교실을 떠나버렸다.

왜일까. 확신은 서지 않지만, 그 눈동자에는 슬픔이 서려 있었던 것 같다.

네이처를 생각하던 참에 반 친구가 「그러고 보니 말이야~」라며 쉬지 않고 이야기를 계속하는 것을 끊지도 못한 채 계속 듣고 있다가, 겨우 풀려났을 때는 교실에 나와 그녀밖에 없었다.

그 친구와 헤어진 뒤, 가방을 어깨에 메고 학교 입구로 걸어가 자신의 이름이 적힌 신발장을 연다.

그러자 한 장의 편지와 비닐봉지에 담긴 분홍색 종이봉투가 눈에 들어왔다.

편지를 자세히 보니 둥글둥글한 글씨체의 글자가 보여, 그것을 눈으로 쫓았다.

 

 

『테이오 회장님께. 오늘 조리 실습 시간에 만들었습니다! 괜찮다면 드셔 주세요! 회장님을 정말 좋아해요!』

 

 

곳곳에 하트가 난무하는 편지를 보고 쑥스러움이 올라왔다. 비닐봉지 속 종이봉투를 열어보니 그곳에도 하트 모양의 쿠키가 여러 개 들어있어, 저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오고 말았다.

 

 

「엄청난 인기네요.」

「왓!?」

 

 

갑자기 튀어나온 목소리에 깜짝 놀라, 손에 들고 있던 카드를 재빨리 가방에 집어넣어 버렸다.

옆을 보니 맥퀸이 신발을 갈아 신고 있었다.

 

 

「놀라게 하지 좀 마.」

「어머, 섭섭한 말씀을. 멋대로 놀란 건 당신이잖아요?」

「윽… 그건 그렇지만… 그보다, 봤어…?」

「그렇게 배려 없는 행동을 할 리가 없잖아요. 하지만 얼추 예상은 되네요.」

 

 

구두로 갈아 신은 맥퀸은 발끝을 땅에 툭툭 울리고 걷기 시작하다가, 갑자기 나를 향해 돌아섰다.

 

 

「그러고 보니, 당신이야말로 그녀에게 마음을 전하지 않아도 되는 건가요?」

「뭣…!?」

 

 

그 말을 듣고 심장이 덜컥 뛰어올라, 엉겁결에 주변을 둘러보게 된다.

나와 맥퀸 말고는 아무도 없는 것 같아 일단 안도의 한숨을 쉰다.

서둘러 신발을 갈아 신고 맥퀸의 뒤를 쫓는다.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네이처는 그냥 친구이자 라이벌이니까, 그런 게 아니…!」

「어머, 아무도 네이처 씨라고는 말하지 않았는데요?」

 

 

저질렀다.

스스로 무덤을 파고 말았다. 엄청난 수치심이 몰려와 양손으로 얼굴을 가린다.

 

 

「……어떻게 안 거야?」

「…글쎄요… 분위기 때문이라고 할까요… 왠지 모르게 마음에 두고 있는 분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만…」

 

 

옆을 걷던 맥퀸이 빙글 돌아 이쪽을 보고 웃는다.

 

 

「무엇보다, 트레이닝 도중에 다른 팀을 바라보는 일이 늘어났으니까요.」

 

 

그 말 그대로다.

무의식 중에 네이처의 모습을 눈으로 쫓을 때가 몇 번이고 있었다.

지적당했다는 사실과 보이고 있었다는 사실이 너무도 부끄러워, 얼굴에 열기가 쏠리기 시작했다.

 

 

「테이오, 얼굴이 새빨갛다고요.」

「누구 때문인데……」

「…언제부터, 였는지 물어도 될까요?」

「……맥퀸 지금 즐기고 있지?」

「후후, 글쎄요?」

 

 

여전히 미소를 짓고 있는 그녀.

그 옆얼굴을 슬쩍 보고 중얼거렸다.

 

 

「언제부터였냐니, 그런 거…… 눈치채고 보니 좋아하고 있었는걸…」

 

 

돌이켜보면, 가슴 속에서 엇갈리고 뒤틀린 소리를 내는 톱니바퀴가 여럿 있었다.

여태까지 보고도 못 본 척했던 그 톱니바퀴들이 꽉 맞물리게 된 것은 얼마 전의 일.

 

 

나와 마야노의 방에 네이처와 마블러스를 불러 다 같이 시험 공부를 하고 있었을 때의 이야기다.

한 시간 동안 끙끙 앓는 소리를 내면서도 열심히 하던 마야노와 마블러스가 질리기라도 한 것인지, 마실 거라도 사 오겠다며 방을 뛰쳐나가고 말았다.

나와 네이처는 「금방 돌아오겠지」라는 생각으로 각자의 과제에 몰두하고 있었다.

네이처가 점점 머리를 싸매기 시작해서 「모르는 부분 있어?」라고 물어보자 「응, 여기인데」라며 교과서를 가리켰다.

몸을 기댄 채 수업 때 정리했던 노트를 사용해 문제를 해설하다 보니, 머지않아 네이처의 반응이 둔해지고 목소리도 작아졌다. 의아하게 여겨 바로 옆에 있는 그녀를 슬쩍 보자, 터질 것 같이 빨개진 얼굴로 수줍게 고개를 숙인 네이처가 있었고.

 

 

그러고 보니 이렇게 가까이서 네이처의 얼굴을 보는 건 처음이네.

라든가.

본인은 항상 아니라고 겸손히 말하지만, 네이처도 굉장히 귀여운데 말이야. 좀 더 자신감을 가져도 될 텐데….

아, 속눈썹 길다…… 입술도 엄청 촉촉해 보이고….

라든가.

 

 

짧은 시간 동안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더니, 옅은 선홍색을 띤 입술이 「가깝다니까…」라고 목소리를 내뱉었다.

그제야 그녀와의 거리를 깨닫고 황급히 몸을 떨어트렸다.

두근두근 고동치는 심장이 시끄럽고 온 얼굴이 뜨거웠지만, 그건 결코 싫은 느낌은 아니었다.

지적받지 않았더라면 마야노와 마블러스가 돌아올 때까지 쭉 그 거리감으로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한순간이나마, 그 입술에 닿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째서 그런 생각을 하게 됐는지, 이유는 명백했다.

 

 

 

 

네이처가 좋아.

이건 지금 막 시작된 감정이 아니야. 아마 오래전부터 좋아했을 거야.

 

 

 

 

자각한 순간, 모든 톱니바퀴가 맞물리며 돌기 시작했다.

계기가 무엇이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그녀와 함께 한 모든 일들이, 지금의 내 감정으로 이어지고 있다.

 

 

좋아한다고 깨달은 순간부터 네이처를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얼굴을 마주할 때마다 가슴 속이 불을 지른 것처럼 뜨거워졌다.

트레이닝 중에도 기숙사에서도, 그녀의 모습을 뒤쫓는 내가 있었다.

 

 

그러던 중 네이처와 시선이 맞물리는 경우가 늘어났다.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가 부끄러워하면서 눈을 돌리는 모습을 몇 번이고 목격하여, 혹시 네이처도 나랑 같은 마음일지도 모른다는.

그런 기대감이 고조됐다.

몇 번인가 마음을 전하려고 한 적도 있었다.

그렇지만, 만약 아니라면.

그런 생각이 들자, 고백할 수 없었다.

지금의 관계가 깨지는 게 싫어. 무서워.

부서진 것이 원래대로 돌아오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지, 나는 알고 있다.

그녀와 친구로서도 남지 못하게 될 거라면, 곁에서 웃을 수 없게 될 거라면, 지금 이대로여도 괜찮아. 지금 이대로가 좋아.

 

 

 

 

「눈치채고 보니… 인가요.」

「뭐야, 나 이상한 말이라도 했어?」

「아뇨, 자주 듣는 대사라고 생각해서요.」

「그런 것보다, 내가… 그,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건 무조건 비밀로 해줘.」

「네, 알고 있어요.」

 

 

맥퀸이 다른 사람에게 소문을 퍼뜨리는 일은 절대 없을 거라고 믿고 있지만, 화제가 화제인 만큼 확실히 하고 싶다.

허둥대는 내 모습이 웃긴 건지 쿡쿡 웃는 그녀.

 

 

「아 진짜─! 웃지 말라고─!」

 

 


 

 

완전히 내 실수였다.

 

 

방과 후 교실에서 네이처의 의미가 있는 듯한 눈동자를 본 탓인지, 맥퀸과 그런 대화를 한 탓인지, 마음이 싱숭생숭한 상태로 미니 허들을 이용한 트레이닝을 하다가 꼴사납게도 발이 걸려 넘어져 버렸다. 게다가 반응이 늦어 자세를 잡지 못하고 오른손으로 땅을 짚었는데, 낙하 충격이 있는 그대로 손목에 집중되어 지금 오른손이 몹시 아프다.

스칼렛이 바로 알아차리고 달려와 줬지만, 그때는 정신이 혼란스러워서 그다지 아프지 않았다. 그리고 큰일로 만들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괜찮다고 말하고 트레이닝을 계속했으나, 점차 열이 오르는 것처럼 고통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때문에 부실로 돌아와 구급상자를 열고 파스를 붙였지만 그게 마지막 한 장이었던 탓에, 트레이너에게 말하고 스칼렛의 걱정어린 시선을 받으며 장을 보러 나왔다.

 

 

석양이 포장도로를 주황빛으로 물들이는 가운데, 약국 문을 열고 들어서자 그곳에는 네이처가 있었고, 그녀의 표정이 거북한 듯 일그러졌다.

 

 

「잠깐, 뭐야 그 표정은.」

「아하하… 미안 미안.」

 

 

왜 거북한 표정을 지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설마 이런 곳에서 딱 마주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기에 조금 기뻐졌다.

 

 

「테이오도 장보기?」

「응, 마침 파스가 다 떨어졌거든.」

 

 

선반에 시선을 돌려 눈에 들어온 파스와 고정하기 위한 테이핑 테이프를 왼손으로 집고 주인아주머니에게 건넨다.

삐빅, 바코드가 읽히는 소리가 나고 금액이 찍혀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낸다. 왼손만으로는 열기 힘들어서 쓰라린 오른손을 천천히 움직이고 있자니.

 

 

「테이오, 이거 잠깐 빌릴게.」

「엇.」

 

 

그 목소리와 함께 네이처의 손이 다가와 내 손에서 지갑을 채갔다.

계산을 마친 네이처가 아주머니에게서 물건을 받고 내 주머니에 지갑을 도로 넣었다.

 

 

「손목 다친 거지?」

「어, 어떻게 안 거야!?」

「그거야 척 보면 척이거든.」

 

 

아주 잠깐이지만 질렸다는 듯이 미소 지은 그녀는, 아주머니에게 인사를 한 뒤 「이리 와」라며 나를 가게 밖으로 끌고 갔다.

「어쩌다가 다친 거야?」라는 질문을 받아 네이처에 관한 것은 생략하고 경위를 설명했더니, 「너도 멍하니 있을 때가 있구나」라고 말하며 그녀는 웃었다.

그녀가 이끄는 대로 걷자, 트레센 학원 근처 공원에 도착했다. 벤치에 앉으라고 재촉받아 얌전히 자리에 앉았더니, 네이처도 옆에 같이 앉았다.

 

 

「이래서야 금방 벗겨질 거야. 다른 사람한테 부탁했으면 좋았을 텐데.」

 

 

네이처의 두 손이 내 오른손을 붙잡고 파스를 떼어낸다.

 

 

「붙이는 것 정도라면 혼자서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거든.」

 

 

오른손은 그대로 네이처의 부드러운 허벅지 위에 놓였고, 그녀는 자유로워진 두 손으로 새 파스 봉투를 뜯는다.

친구라고 해도 평소에는 닿을 수 없는 곳에 놓인 오른손. 의식하지 않으면 좋을 텐데, 그 감촉이 신경 쓰이고 만다.

잠시 방치되어 있던 오른손이 다시 들어 올려지고, 익숙한 손놀림으로 새로운 파스가 붙여진다.

얼핏 네이처 쪽을 바라보자 진지한 눈동자로 치료해 주는 모습이 보여, 잠깐이지만 부정한 마음을 품었던 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가느다란 손가락이 테이핑을 움직여 파스를 고정시킨다.

 

 

「솜씨 좋네.」

「터보가 다쳤을 때라든가 종종 처치해 주니까…… 자, 이걸로 끝.」

「고마워.」

「천만의 말씀. 나을 때까지는 불편할 테니, 또 무슨 곤란한 일이 생기면 말해줘.」

 

 

파스나 테이핑을 봉투 안에 정리한 네이처가 설 수 있겠어? 라고 물으며 나에게 손을 뻗었다.

그 상냥함이 기뻐 미소가 절로 새어 나왔다.

 

 

(이런 점이 좋아…)

 

 

네이처를 향한 연심을 새삼 다시 실감하며 왼손을 뻗는다.

 

 

「네이처는 정말 보살피는 걸 잘하네.」

 

 

그녀의 손이 내 손을 붙잡고 끌어당기는 힘을 따라 그대로 일어섰다.

 

 

「그거야 뭐, 그렇게나 쭈글쭈글한 파스를 보면 말이지…」

「그건 말하지 마~」

 

 

곧 손이 떨어지고, 그녀는 「돌아가자」라며 등을 돌리고 걷기 시작했다.

나는 그대로 손을 잡은 채로 있었어도 좋았을 텐데 말이지.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그 정도로 지나친 짓은 할 수 없었다. 우리는 그냥 친구일 뿐이니까.

 

 


 

 

「나이스 네이처.」

 

 

네이처와 학교로 돌아가 「그럼 내일 보자」라고 이별 인사를 건네려는 차에, 모르는 목소리가 그녀를 불렀다.

뒤돌아보자 한 학년 위의 선배 우마무스메가 있었고, 나와 시선이 맞은 순간 얼굴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네이처에게 말을 걸었다.

 

 

「아─… 음… 뭔가 사고 오는 길이야?」

「네, 잠깐 약국에…」

「그렇구나… 으음… 그럼 내일 기다리고 있을게.」

 

 

그 말만 남기고 선배는 학교 안으로 모습을 감췄다.

네이처를 보자 울적한 눈빛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때, 점심시간에 위화감을 느꼈던 대화와 방과 후 교실에서 마주쳤던 그녀의 눈동자가 떠올랐고, 한 가지 가능성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내일이라니, 무슨 일이야?」

 

 

평소보다 훨씬 낮은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이런 목소리를 낼 수 있었나, 저 스스로 조금 놀라면서 네이처를 바라본다. 그러자 그녀는 조금 늦게 이쪽으로 시선을 돌렸다가 고개를 좌우로 흔들면서.

 

 

「딱히… 아무것도 아니야.」

 

 

당황한 기색이 잔뜩 묻어난 목소리로 그리 말했다.

그 때에 이르러서야 내가 압박감을 내뿜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나는 대체 뭘 하고 있는 걸까. 그녀를 곤란하게 만들고 싶었던 게 아닌데.

어깨에서 힘을 빼고 어색하게 웃음 지은 후에.

 

 

「그래… 그럼, 난 돌아가 볼게.」

 

 

그렇게 말하고 그 자리를 박차 떠났다.

부실로 돌아가자 맥퀸은 독서를 하면서, 보드카와 스칼렛은 팔씨름을 하면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 열쇠 당번은 보드카니까 그녀가 남아있는 건 이해했지만, 왜 맥퀸과 스칼렛까지? 의아함을 느껴 넌지시 물어보니.

 

 

「보드카 한 명한테 맡겨서야 걱정이잖아.」

「하아!? 걱정할 요소가 대체 어디 있는데?」

「그건, 그… 엄청 많지! 그리고 테이오의 상처도 신경 쓰였고…」

「너 말이야, 솔직하게 테이오가 걱정됐다 말하지 그래.」

「잠깐!? 너야말로 테이오를 걱정했던 주제에!」

「하!? 어이! 말하지 마!!」

「거기 두 사람, 정숙하지 못하시겠어요!?」

「점잖은 체하고 있지만, 맥퀸도 테이오를 계속 걱정했었지~?」

「무슨!?」

 

 

시끌벅적 소란 피우기 시작한 셋 옆에서 옷을 갈아입으면서 좋은 동료들을 만났다고 진심으로 생각하며, 느슨한 미소를 짓고 고맙다고 말했다. 그러자 세 사람 모두 얼굴을 마주 보고 나서 기쁜 듯이 웃었다.

 

 

 

 

그 뒤에 기숙사로 돌아가는 모두를 배웅하고 학생회실로 돌아와 펜을 잡았다.

주로 쓰는 손을 다치긴 했지만, 네이처가 치료해 준 덕에 펜을 쥐는 건 어렵지 않았다.

팔 전체를 천천히 움직이면 글자도 쓸 수 있었다.

속도는 많이 느려졌지만 지금 할 수 있는 최대한만 하면 된다. 당장 내일이라도 다른 임원들에게 일을 부탁하도록 하자.

그렇게 마음먹고 최대한 오래 학교에 남아 있었다.

 

 


 

 

「테이오 쨩, 너무 열심히 하는 거 아니야~? 다쳤는데 그렇게까지 열심히 할 건 없잖아.」

「브오오?」

「그렇게 잔뜩 먹으면서 말해봤자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구.」

 

 

가쁘게 저작 운동을 하고 있으니 마야노가 차를 건네주었다.

감사 인사를 전하고 목구멍으로 한 모금을 흘려보낸다.

 

 

「이렇게 늦은 시간에 돌아오면 저녁도 못 먹잖아. 오늘은 마야가 부탁했으니 괜찮았지만─」

 

 

학생회실에 틀어박혀 있던 내가 기숙사로 돌아온 것은 한 시간 전쯤. 식당은 이미 텅텅 비어있었지만, 마야노가 기숙사장에게 말해 준 덕에 커다란 주먹밥 두 개와 컵 된장국 하나를 확보할 수 있었다.

그걸 방으로 가져와 볼이 터지도록 먹던 중 대신 음료를 사러 갔다 와 준 마야노가 돌아와 내게 말을 걸었고, 아까 너무 열심히 하고 온 거 아니야? 라는 대화로 이어졌다.

 

 

「그렇지만 조금이라도 더 해두지 않으면 쌓이기만 하는걸.」

「그래도 테이오 쨩 혼자 할 일은 아니잖아.」

「일은 다른 임원 모두에게 부탁해서 분업하고 있어. 다만 결국 내가 전부 훑어봐야 하니까.」

「…무리하고 있는 거 아니야?」

「멀쩡해.」

 

 

뿌우─ 소리를 내며 볼을 부풀리는 친구에게 고맙다고 미소 짓자, 「테이오 쨩이 그렇다고 하니 믿어 주겠지만」이란 말만 남기고 그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주먹밥과 된장국을 다 먹어 치운 뒤 목욕을 마치고 이를 닦는다.

방으로 돌아와 마야노에게 머리 말리는 것을 도움받고 꼬리에도 케어 오일을 바르고 나서, 방에 비치되어 있던 구급상자에서 파스와 테이핑을 꺼낸다.

 

 

「마야노, 이것 좀 부탁해도 될까?」

「응, 괜찮아~」

 

 

둘이 침대 위에 앉고, 마야노에게 오른손을 내민다.

파스를 붙이는 것까지는 문제없었지만, 테이핑으로 고정시키는 단계부터 고군분투가 시작된 마야노가 귀여워 무심코 웃음이 흘러나온다.

 

 

「이거 어렵네… 이상한 모양이 될 것 같은데 괜찮아?」

「상관없어.」

 

 

마야노의 손을 바라보는 동안, 오늘 저녁 네이처에게 치료받았던 것이 떠올랐다. 능숙한 솜씨, 깔끔하게 테이핑을 붙이는 방법 등을 어렴풋이 떠올리고 있었더니 그 선배가 말을 걸었던 기억까지 되살아나고 말았다.

 

 

네이처는 그리 말했지만, 그건 역시 선배한테 호출받았던 게 아닐까? 우울해 보이는 표정을 지었던 건 그 호출이 불안해서 그랬던 게 아닐까? 애초에 네이처가 선배의 비위에 거슬리는 행동을 했다는 건 말도 안 되지만, 상대방이 일방적으로 불쾌하게 생각했을 수도 있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좋지 않은 광경만 떠올라 기분이 울적해진다.

 

 

「네이처, 내일 어쩌려는 걸까…」

 

 

엉겁결에 입 밖으로 흘러나온 그 말.

마야노의 손이 멈추고, 커다란 눈동자를 끔뻑이며 나를 바라보고 있다.

앗, 이라는 비명을 지르기도 전에 마야노가 몸을 쭉 내밀고.

 

 

「엑? 테이오 쨩도 알고 있어?」

 

 

라고 물어봤다.

그 반응을 보아하니, 아마 마야노도 네이처와 선배 사이의 일을 알고 있는 것 같다.

 

 

「응? 뭐, 그렇지.」

 

 

그건 그렇고 나와 달리 반짝거리는 눈빛을 보내고 있다. 이 온도차는 대체 뭘까.

 

 

「선배가 불러낸 것 같은데 괜찮으려나.」

「뭐라고 대답하려나~」

 

 

 

 

 

 

 

 

 

「「어?」」

 

 

 

 

 

 

두 사람의 목소리가 겹친다.

하지만, 그 전에, 전혀 다른 말을 하지 않았나?

대답이라니, 도대체 무슨 말이야.

 

 

눈앞의 마야노를 바라보자 머쓱한 듯이 시선을 피하고 있었다.

 

 

「마야노…?」

 

 

이름을 불러도 도무지 눈을 마주쳐 주지 않는다.

대답의 반대말은 질문.

질문의 대답? 선배에게 무슨 질문을 받은 걸까.

 

 

「저기, 마야노? 네이처한테 무슨 말을 들은 거야?」

 

 

마야노에게 물어봤으나, 그녀는 입을 꾹 다문 채 열지 않았다.

왜 이렇게까지 완고하게 함구하는 걸까.

 

 

(……설마.)

 

 

두뇌를 맹렬히 회전시켜 도달한 가능성. 그 가능성을 떠올리고 순간 창백해졌다.

 

 

「설마, 네이처, 고백받은 거야…?」

 

 

중얼거리면서 묻자, 긍정하듯이 마야노의 눈동자가 마구 흔들렸다.

 

 

이건, 즉 그렇다는 말이잖아.

 

 

「그렇구나…」

「테이오 쨩… 그…」

 

 

나도 모르게 무거운 목소리가 저절로 떨어졌고, 마야노도 자신의 행동으로 눈치챘음을 느꼈는지 망설이는 것처럼 목소리를 떨었다.

 

 

「내일이라고 말했지?」

「응… 내일 대답하러 간다고…」

 

 

시계를 보니 곧 소등시간이었다.

침대에서 일어나 문 앞으로 걸어간다.

 

 

「테이오 쨩?」

 

 

초조한 듯, 난처한 듯한 친구의 목소리를 들으며 문을 열고 방을 빠져나왔다.

 

 

지금 행동하지 않으면, 분명 평생 후회하게 될 거다.

생각이 미치자, 몸은 저절로 움직이고 있었다.

 

 

네이처를 뺏기고 싶지 않아.

 

 

머릿속엔 오직 그 생각뿐이었다.

 

 

 

 

 

 

네이처와 마블러스의 방 앞에 도착해, 심호흡을 하고 방문을 두드린다. 조금 시간이 지나고 문이 열린다. 놀라움으로 눈을 크게 뜬 네가 있었다.

 

 

「네이처.」

『그랬더니 테이오 쨩이 갑자기 뛰쳐나…』

 

 

네이처가 한 손에 들고 있는 휴대폰에서 마야노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아, 그러고 보니 아무 말도 안 하고 나와버렸구나.

게다가 네이처의 얼굴을 봤더니 기껏 생각해 놨던 고백 대사도 전부 백지장이 되고 말았어. 어떡하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왼손을 그녀의 손을 향해 뻗었다.

 

 

 

 

 

 

끝.

 

 

 


 

아이고 늦어서 죄송합니다~

이번 달은 정말 이런저런 개인사가 겹쳐서 지난달의 반 정도밖에 번역을 못 했네요.

일을 시작하면 더 줄어들 테지만...

 

행복한 테이네이 이야기는 우선 3편까지 번역하고 조금 쉬었다가 마저 하려고 합니다.

제가 아직 뒷부분을 다 못 읽은 게 가장 큰 이유긴 하지만, 4편이 36,152자라서요...

네... 일주일 이상 걸릴 수도 있습니다.

요즘 번역이 뜸했으니 그 전에 비교적 짧은 단편들을 번역하려고 합니다!

통계를 보니 다들 몰루 좋아하시는 것 같아서 코하미카나 세이미카 등 다른 커플링을 찾아보려고요.

아니면 프로세카가 나올 수도 있고요?

 

마지막으로

저 심심해요.

댓글 달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흐흐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