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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합 2차창작 SS 번역/우마무스메

연모하고 있습니다

by 츄라라 2023. 6. 8.

 

ちびっく │ https://www.pixiv.net/artworks/106804527

 

작가 : オオトリ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19798628#1 

 

#ウマ娘プリティーダービー #百合 お慕いしております - オオトリの小説 - pixiv

「……」 読んでいた本から視線を上げて、窓の外を見つめた。しとしとと降る雨に、濡らされていく窓。いくつかの水滴が重力に負けて、窓ガラスに伝って落ちていくのを眺めたあと静かに

www.pixiv.net

 

작가 코멘트

안녕하세요! 오오토리입니다!
훨~씬 전부터 계속 써오던 헬리루비 SS가 드디어 마무리 지어졌습니다!!
전작보다 먼저 쓰기 시작했는데….
(*전작 : 보고 있었다는 건, 이미 알고 있습니다. https://lilyboom-ss.tistory.com/59)

루비 시점이고, 여러가지를 자각하고 행동하는 이야기입니다.
당연하게 여겨왔던 풍경이 잠깐 사라져서 불안해하는 이야기는 정말 맛있죠 😌

 

 

 

 


 

 

 

「……」

 

 

 

 

 

 

 

 읽고 있던 책에서 시선을 돌려 창문 밖을 바라봤다. 부슬부슬 내리는 비에 젖어가는 창문. 몇몇 물방울이 중력을 이기지 못해 유리창을 타고 떨어지는 것을 바라본 뒤, 조용히 눈을 감았다.

 

「어째서, 이렇게나……」

 

 조용하다고 느껴지는 걸까요────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가는 것은, 파란 선이 그어진 사이드테일을 한 우마무스메. 떠오르기만 했을 뿐인데 꾸욱, 가슴속이 괴로워진다.

 나에게 말을 거는 다른 분들도 있었지만, 대부분 집안이나 영광을 누린 할머님, 어머님만 시야에 담고 있었다. 그만큼 기대하고 있다는 의미. 할머님처럼, 어머님처럼. 우마무스메로서 그 이름에 부끄럽지 않도록, 항상 고귀한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등을 곧게 펴고 앞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명예를 짊어진 내 앞에, 남들과는 다른 태도로 당혹감을 부추기는 이가 단 한 명 있었다.

 그분의 이름은, 다이타쿠 헬리오스.

 

『아가씨~! 오늘 기분은 업? 다운? 같이 타피오카 조지러 가자!』

『…사양하겠습니다.』

 

 화려한 외관과 가벼운 말투를 가진 우마무스메로, 아무리 적당히 흘려보내도 기죽지 않고 거의 매일 말을 걸어온다. 그분의 트레이너가 병합 훈련을 요청하신 것을 계기로 운동장에서 만난 순간부터, 항상 나를 따라다니고 있다.

 

『저의 최애가 되어 주세요!』

 

 갑자기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눈을 휘둥그레 뜨고 바라봤었다. 형용할 수 없는 신음 소리를 내는가 하면, 초면임에도 불구하고 너무도 가벼운 말투에 바로 눈을 가늘게 뜨고 만다. (그녀의 독특한 말투는 나중에 조사해서 이해했다.)

 

 좋게 말하자면 백절불굴.

 나쁘게 말하자면 끈질김.

 

 이렇게 말할 정도로 그녀는 내 곁에 다가왔다. 그녀가 「철벽」이라 표현하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는데도 개의치 않고, 나라는 개인에게 집착하다니. 지금껏 만난 사람들 중에서도 처음 경험하는 부류였다.

 밸런타인데이, "받을 수 없다"는 말을 "받지 않겠습니다"라고 일부러 고쳐 말하기까지 하며 확실히 거절했을 터였다. 그런데도 매년 『받아주세요!』라는 말과 함께 초콜릿을 내민다.

 

『저는 당신에게 받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내년도 올해와 다르지 않습니다. 제 마음은 변하지 않으니까요.』

 

 대체 몇 번을 알기 쉽게 설명해 줘야 하는 걸까,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포기할 줄 모르는 분인 것 같았다.

 

『받지 않아도 되니까, 알고 있어 줬으면 해.』

 

 진지한 눈빛으로, 나를 사로잡는다. 아무리 애써봤자 의미 없는 행동이라고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무언가 말을 걸어 온다. 브러시나 무릎에 관한 것 등.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녀는 바로 알아차리고 나를 앞질러 온다.

 그리고 항상, 『웃어줘』라고 말한다.

 

 

 ……왜 그렇게까지, 저를 신경 쓰는 건가요?

 

 

 목구멍에서 튀어나올 뻔한 말을 다시 삼키고, 그분의 행동을 지긋이 지켜봤다.

 그녀와 나는 모든 것이 전부 다르다. 성격도 타입도. 생각하는 방식도.

 그녀 같은 사람의 행동은 일시적인 것이며, 언젠가는 나에게 싫증이 나서 포기하고, 다른 곳으로 떠날 테지.

 나와 당신은 서로 양립할 수 없는 관계라고 말하면 그녀가 포기할 거라 생각했다. 자신의 숙명을 다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살고 있던 나는 사람과의 관계가 희박했고, 친밀해지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더더욱 없었다.

 있다 하더라도 그건 같은 방을 쓰고 있는 미라클 정도뿐, 이야기를 나눠도 더 나아가 친밀함을 쌓는다는 방식은 고려하지 않았다.

 

 그랬는데.

 

 예상을 깨고, 떠나는 일 없이 줄곧 내 곁으로 다가왔다. 몇 번이고 계속. 나를 쫓아와선 웃는 얼굴로 말을 거는 일련의 반복.

 

 ──그래서 깨닫지 못했다.

 

 어느샌가 그걸 당연하게 여기고 있었다. 그녀가 「철벽」이라 말하는 반응을 보이더라도 다음 날이면 다시 내 앞에 나타나니까, 이 상황의 흐름에 어리광을 부리고 있었다.

 그래서 눈치채는 게 늦었다.

 문득 옆을 돌아봤을 때는, 항상 웃고 있던 그녀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마치 지금 날씨처럼.

 

 부슬부슬 내리는 비처럼 너무도 조용하다는 느낌을 받았던 건, 그녀가 내 앞에 나타나지 않은 지 5일 정도 지난 때였다.

 매일 내 앞에 나타나 떠들썩하게 이야기하던 사람이 돌연 나타나지 않게 되었다.

 

 학원을 떠난 건 아니다.

 

 우리는 같은 반이니 당연히 만나게 된다. 나를 발견할 때마다 아가씨~! 라고 소리치며 뛰어왔던 그녀는 더 이상 나에게 뛰어오지 않았다. 마치, 만나기 전 상태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었다.

 항상 같이 있는 메지로가의 사람과 즐겁게 이야기하는 모습이나 트레이닝에 힘쓰는 모습으로 보아, 몸 상태가 나쁜 건 아닌 것 같다. 그렇다면 곧 레이스가 있어서 바쁜 것일까 생각했다.

 그러나 이번 달에 레이스에 출주한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을 터…….

 궁금하다고 물어본 것도 아닌데, 이번에는 OO 레이스에 나가기로 했어! 라며 멋대로 말하고 가기 때문에, 어쩌다 우연히 그걸 기억하게 됐을 뿐.

 그러니 아무런 사정도 말하지 않고 내 눈앞에서 숨듯이 모습을 감춘 게 이상하다고 생각한 거다.

 

 재기발랄하고 활기찬 그녀가 없는 것만으로도, 마치 폭풍이 휩쓸고 간 자리 같은 고요함만이 남는다. 평온한 것이 좋은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즐거운 듯이 친구들과 대화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어딘가 모르게 쓸쓸함을 느끼고 마는 내가 있다. 내 시선을 눈치챈 것인지 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을 때, 평소와 같은 기쁨이 가득한 얼굴을 보여줬……다고 생각한 순간, 깜짝 놀란 듯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고작 그 행동 하나만으로, 바늘이 가슴을 콕콕 찌르는 것처럼 마음이 아팠다.

 

「하아……」

「보기 드문 일이네. 루비가 한숨을 쉬다니.」

「…미라클 씨.」

 

 형언할 수 없는 답답한 마음에 잠시 한숨을 내뱉은 찰나, 외출을 나갔었던 미라클이 방으로 돌아왔다. 나답지 않은 모습을 보인 탓에 무심코 시선을 피해버린다.

 

「…실례했습니다.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고 말았네요.」

「아니야, 신경 쓰지 마.」

 

 그리 말하면서 자신의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나를 바라본다. 천천히 시선을 되돌리자, 점잖고 상냥한 눈빛으로 무슨 일 있었어? 라고 묻고 있었다.

 

「…아무 일 없습니다.」

「혹시 헬리오스에 관한 일이야?」

「……읏. …그런 게……」

「정곡이지?」

「그건…」

 

 처음부터 핀포인트를 찌르고 들어오는 바람에 나도 모르게 숨을 삼킨다.

 고개를 돌리면 인정하는 꼴이 되어버린다. 오기가 생겨 미라클을 똑바로 마주 봤지만, 같은 방에서 의식주를 공유하는 사이인 만큼 역시 알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무엇을 숨기든 모르는 체를 하든, 미라클 앞에서는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포기하며…… 네, 라고 작게 중얼거렸다.

 요즘 헬리오스와 얼굴을 마주할 수 없다는 점. 학교에 있을 때 멀리서 봤지만, 몸 상태가 나빠 보이지는 않았다는 점. 오히려 평소와 다름없는 활기가 있었음에도 내 곁에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 거의 매일 같이 찾아오던 사람이 홀연히 모습을 감출 이유라도 있는 걸까.

 근래에 생각했던 것들을 요점만 짚어 미라클에게 조곤조곤 이야기했다.

 

「──그렇게 된 겁니다.」

「이렇든 저렇든 신경 쓰이는구나. 헬리오스가.」

「……우연입니다.」

 오른손으로 턱을 괴고 미소 짓는 미라클이 왠지 모르게 언짢아서 엉겁결에 몸을 돌려버렸다.

「하지만 신경 쓰인 게 아니라면, 생각하지도 않았을걸?」

「……」

 

 살며시 숨통을 끊는 것처럼, 내 마음을 관통한다.

 

 ……확실히 그렇다.

 

 미라클이 말한 대로, 신경 쓰지 않았더라면 생각할 것도 없었다. 헬리오스와의 관계를 끊는 것이 내 소망이었을 텐데. 지금처럼 관계가 끊어진 것에 안도의 한숨을 쉬어야 했을 터인데, 오히려 한숨만 푹 내쉬는 꼴이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안도해야 할 장면에서 안도하지 못하고, 반대로 안도해야 할 장면에 흰 안개가 자욱하다.

 결국 나는 어쩌고 싶은 것일까.

 ……그런 고민이 들 정도로 처음의 나와는 사고방식이 변했다는 것을 깨닫고 말았다.

 

『아가씨~!』

 나를 발견할 때마다 큰 목소리로 불러준 당신.

『루비땅!』

 매번 다른 생소한 별명으로 불리는 경우가 많았지만,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루비.』

 

 미소 지은 채 불러주는 내 이름이, 이렇게도 따뜻하다니.

 여름의 태양처럼 너무 눈부시다고 내 멋대로 판단하고 시선을 피했었는데. 얼어붙은 마음을 서서히 녹여가는 봄의 태양이었음을, 이제서야 새삼 깨달았다.

 

 

 

「……헬리오스 씨.」

 

 

 직접 부르면 모든 것을 인정해 버릴까 봐 입 밖에 꺼내는 것조차 망설였을 정도로, 내 마음속에 단단히 자리 잡고 있음을 자각하고 만다.

 부슬부슬 내리는 빗소리에, 미간을 찌푸리며 조용히 눈을 감았다.

 

 

 

 

 

 

 

 

 

 

 

 

 하룻밤을 뒤덮은 긴 비가 개인 아침은,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푸른 하늘이었다. 수업 내내 창밖에 비치는 시원한 경치와는 대조적으로, 내 마음은 아직 흰 안개가 자욱이 드리운 채였다.

 

 고민거리가 하나 생기면 납득이 될 때까지 생각을 멈추지 않는 건, 내 나쁜 버릇일지도 모른다. 어젯밤만 해도 미라클이 했던 말을 떠올리면서 계속 고민한 탓에, 잠을 거의 이루지 못했을 정도다.

 시선을 앞으로 돌리자, 파란 선이 그려진 우마무스메가 머리로 방아를 찧으면서 조는 모습이 보고 싶지 않아도 억지로 시야에 담겼다.

 오늘도 또, 내 곁으로 오지 않았다.

 내가 먼저 말을 건네러 가는 것도 생각해 봤지만, 주변을 둘러싼 사람들을 보고 일단 생각을 접었다. 차별 없이 모든 사람과 즐겁게 대화하는 월등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갖춘 헬리오스는, 어디에 있든 사람이 잔뜩 몰려든다. 몇 번이고 봐왔던 장면인데도, 지금의 나는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

 

 언제까지고 눈을 돌리고 있을 수만은 없다. 이 상태가 계속되는 건,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저 무리 안에 들어가면, 저분은 분명 봐주실 거야. 하지만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뚫고 들어가는 것이 꺼려지기도 했고, 너무 거창하게 눈에 띄고 싶지도 않다. 주변 분들뿐만 아니라 저분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현재 상황으로선 미지수다.

 

 그렇다면 차라리 사람이 분산되는 방과 후 시간대에 하면 된다. 생각이 미치자, 행동은 순식간이었다.

 

 

 

 

 

「──메지로 파머 씨.」

「응? 어라, 별일이네. 나한테 말을 걸다니.」

「……긴히 의논하고 싶은 일이 있습니다.」

 

 

 방과 후에 늘 함께 있는 메지로 가의 일원인 메지로 파머에게 다가갔다. 설마 자신에게 말을 걸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을 것이다. 조금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곧 자세를 단정히 하고 마주해 줬다.

 헬리오스가 마침 자리를 비운 사이. 헬리오스의 친구인 그녀에게 도와줬으면 한다고 협력을 부탁했다. 도주가 특기인 헬리오스를 미리 견제할 수 있도록.

 

 

「아~… 그런 거구나. 응, OK. 나한테 맡겨.」

「감사합니다.」

 

 헬리오스가 의식적으로 나를 피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 듯한 눈치로. 조금 고민하는 기색을 보이다가도 승낙해 준 것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헬리오스가 왜 피하는지, 나한테는 묻지 않는구나.」

「……묻는다 해도, 결국 본인에게 다시 물어보게 될 테니까요. 그리고… 당신은 총명하고 상냥한 분입니다. 다른 사람의 비밀을 태연히 말하는 사람은 아니실 겁니다.」

 

 헬리오스를 계속 옆에서 지탱해 준 것을 멀리서 보고 알고 있었기에, 파머를 신뢰하고 말을 건 것이다. 도주로를 막기 위해 앞지를 때, 마주 보고 도와줄 것이라 생각해서.

 

「아하하… 그런 말을 들으면 조금 부끄러운데.」

「……그런 연유로, 잘 부탁드립니다.」

「물론이지!」

 

 헬리오스가 돌아오기 전에 간략한 대화를 마치고 자리로 돌아오자, 딱 맞추어 헬리오스가 발랄하게 교실로 돌아왔다. 변함없이 활기찬 사람이라, 그녀가 있는 자리의 분위기가 단숨에 밝아진다. 맑고 투명한 목소리에 귀를 쫑긋 세우면서,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

 방과 후까지, 앞으로 약 5시간.

 

 

 자신의 마음을 정리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내일 보자! 라며 동급생과 작별 인사를 나누고 트레이닝을 하러 가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학생도 있다. 학교에서 지정해 준 가방 안에 교과서나 노트를 차곡차곡 정리하면서 준비하고 있었다.

 

「헬리오스, 이따가 보자!」

「당연! 일단 트레삐 좀 잠깐 보고, 파머찡이 있는 곳으로 B대시 갈길게!」

「OK!」

 

 먼저 가 있으라고 헬리오스에게 말하고 교실을 나서자마자, 내 쪽을 향해 눈짓하고 떠난다. 용모가 뛰어나기도 하니, 저런 행동 하나만으로도 그림이 된다. 실제로 꺅꺅거리는 소녀들의 탄성이 곳곳에서 들리고 있다.

 

「제대로 대화할 수 있었으면 좋겠네.」

「그랬으면 좋겠습니다만……」

「루비라면 분명 괜찮을 거야.」

「……감사합니다. 미라클 씨가 그리 말씀해 주시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든든합니다.」

 

 미라클의 격려. 모처럼 받은 응원을 물거품으로 만들지 않도록,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미라클 쪽을 돌아본다.

 

「그럼, 기숙사에서 다시 만납시다. 다녀오겠습니다.」

「응, 다녀 와.」

 두 손을 모아 인사를 건넨 후, 교실을 뒤로했다.

 

 

 

 

 

 

 

 아무도 없는 빈 교실 안에서, 나는 조용히 눈을 감고 헬리오스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저 대화하는 것뿐인데, 그 어느 때보다 심한 긴장감이 내 전신을 휘감는다. 가문과 관련된 중진들을 만날 때보다, 레이스에서 스타트 라인에 섰을 때보다도 심장 소리가 쿵쿵 울리는 것이 귀에 똑똑히 전해졌다.

 항상 평정심을 가다듬고 있던 내가 처음 느껴보는 감각. 그 원인이 헬리오스라고 생각하니 어째선지 웃음이 나온다.

 

「…당신은 정말, 지나치게 거침이 없군요.」

 

 닫혀 있던 눈꺼풀을 열어, 창밖을 바라보며 작게 중얼거린다. 겉뿐만 아니라 안으로도 거리낌 없이 들어오는 거침없는 태양은, 어디에서나 눈부시게 웃고 있었다.

 놀란 얼굴, 울 것 같은 얼굴, 화난 얼굴 등 다양한 감정을 보여줬지만, 마지막에는 덧니가 보일 정도로 밝게 입을 열고 웃고 있었다.

 

 

 

 

 

「…이제야 이해했습니다.」

 

 

 

 만날 때마다 그녀가 해주었던 말을, 이제야 새삼 깨달았다. 진작 눈치챘더라면 이런 일은 생기지 않았을 텐데. 의도적으로 도망치게 되고, 나에게 웃어주지 않게 되고 나서 이 사실을 깨닫기까지, 시간이 걸려도 너무 많이 걸렸다.

 

「저도, 당신이 "웃어주길" 바라요…」

 

 가능하다면, 내 앞에서도 계속……. 이제 와서 이런 마음을 품는 건 주제를 넘는 짓이라고 생각한다. 곧 시작할 대화가 끝나고도 다시 웃어줄까, 불안감이 치솟는다. 헬리오스는 명백히 날 피하고 있었다. 이유가 무엇인지조차 알 수 없지만.

 

 

 

 

 탓 탓 탓.

 

 

 

 복도에서 들려오는 발소리.

 그 소리에 귀가 쫑긋 반응하고, 시선을 창밖에서 이 교실과 복도를 가르는 문 쪽으로 옮김과 동시에 문이 열렸다.

 

「파머찡, 미안! 오다가 쌤한테 잡혀서…… 엣!?」

「헬리오스 씨.」

「아, 아가씨!? 엣, 엣, 왜 여기 있어!?」

「메지로 파머 씨에게, 당신이 여기 오도록 해달라고 부탁드렸습니다.」

「파머찡이?」

「네.」

「실화…?」

 

 친구가 있을 거라 생각하고 왔는데 설마하니 내가 있을 줄이야. 몹시 당황하는 그녀에게 이유를 설명하자, 어색한 듯이 시선을 피했다. 눈을 맞춰주지 않는 그녀를 보고, 포개고 있던 손에 꽉 힘이 실린다.

 

「……어째서.」

「에?」

「어째서, 저를 피하시는 건가요?」

 

 줄곧 마음속에 엉망진창으로 얽혀있던 말들을 하나씩 풀기 시작했다. 또각.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가, 그녀에게 다가간다.

 누군가가 나를 피하는 일 쯤이야 일상다반사고. 나 자신이 누군가를 피하는 일도 있었다. 하지만, 헬리오스만은 무슨 일이 있어도────.

 

「그건… 읏.」

「당신에게 무언가 상처를 줬었다면 사죄하겠습니다.」

「아니 아니! 아가씨는 1도 잘못한 거 없어!」

「그렇다면, 어째서…!」

「아가씨!? 잠, 그, 기다려!」

「기다릴 수 없어요! 기다리면, 당신은 도망쳐 버리겠죠.」

 

 당황하며 두 팔을 뻗어 거리를 두려는 그녀를 무시하고 거침없이 다가가는 나.

 평소에는 자기가 먼저 다가오는 주제에 내가 다가가는 것만으로 이렇게 당황하다니. 그 모습에 괜히 화가 나, 무심코 소리쳐 버린다.

 

 기다리라니, 그렇게 두지 않아요.

 

 마주 보고 있던 몸을 돌려 당장이라도 도주하려는 헬리오스에게 곧장 팔을 뻗어, 그 옷을 붙잡았다.

 

「잡았습니다!」

「흐엑, 우와아……!」

 

 설마 붙잡을 거라고는 생각 못 했을 그녀는, 그 반동으로 이쪽으로 쓰러지고 만다. 그에 나까지 연좌제에 휘말리듯이 그녀와 함께 쓰러졌다.

 우리의 대화가 치정 싸움 같은 느낌이 되어버린 이유는 하나부터 열까지 다 이 사람 때문이다. 내 마음을 어지럽혀 놓고, 자신의 특기인 도주 전법으로 도망간다.

 

「아… 아가씨, 괜찮아? 다친 데 없어?」

「읏, …네에.」

 

 이것 봐, 이런 식으로 마음을 혼란스럽게 해. 원래대로라면 내가 바닥 쪽으로 쓰러져야 했지만, 헬리오스는 나를 지키듯 쓰러졌다.

 나에게 깔렸던 그녀가 훨씬 더 고통스러울 텐데. 태연한 얼굴로 가장 먼저 나를 걱정한다.

 

「……정말, 자기 멋대로예요.」

「루비…?」

 

 그녀의 옷을 꼭 쥐고 고개를 숙인다. 자기 멋대로인 사람은, 그녀가 아니다. 그녀가 걸어온 말에 차갑게 대했던 주제에, 막상 그 상황이 사라지자 그녀를 책망하다니. 말도 안 되는 오발이고, 사람으로서 최악의 행위를 한 나 자신이야말로 자기 멋대로인 사람이다.

 

 

「울지 마.」

「…운 적 없습니다.」

 

 내 눈가를 엄지로 닦아주는 헬리오스를, 나는 고개를 돌리지 않고 물끄러미 노려보았다. 내 모습에 당황해 입을 열었다 닫기를 반복하며 망설이는 헬리오스에게 조용히 물었다.

 

「…이유를 가르쳐 주세요. 제가 당신에게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게 맞다면.」

「……아가씨.」

「…괴롭습니다. 헬리오스 씨가 저를 피하는 건 더 이상……. 그러니까────」

「…읏~! 우아아아, 역시 무리! 나한테는 에바야아아!」

「…헬리오스 씨?」

「우으─ 아가씨, 미안해!」

 

 가르쳐 달라고 마지막으로 말하려던 순간, 헬리오스가 이런 건 내가 아니야! 라면서 갑자기 크게 소리치는 것이 아닌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멍하니 있었더니, 영차 소리와 함께 상반신을 일으킨 헬리오스가 내 손을 붙잡고 사과하기 시작했고, 사실은──── 이란 말을 시작으로 이 사태의 경위를 설명해 주었다.

 

 

 

 

「────요컨대, 밀어서 안 된다면 당겨보라는 말인가요?」

 

 

 

 

「맞아! 계속 밀기만 해 봤자, 아가씨 텐션만 떡락할 뿐이잖아?」

「…」

「그건 그거고, 내 진심은 아니었어…. 게다가 아가씨랑 눈이 마주치면 폭주해 버리고 말이야!?」

「……다가가려는 충동을 억누르고, 눈을 피하거나 가까이하지 않았다…는 말씀이죠.」

「응. 완전 열심히 노력했어! …그래도 미안. 루비를 슬프게 해버렸어. 웃어주길 바랐는데…. 나, 매번 루비에게 짐이 되기만 하고, 답이 없네.」

 

 울리고 싶은 게 아니었다며 자신이 한 행동이 역효과를 낸 것을 몹시 후회하고 있을 것이다. 귀가 머리에 닿을 정도로 축 숙이고 눈썹을 팔자 모양으로 찡그리며 웃는 헬리오스에게, 어깨 위에 짊어지고 있던 짐을 내려놓고 작게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왠지 모르게 열이 받아서. 비어있는 손으로 헬리오스의 볼을 잡고 옆으로 당겼다.

 

「……」

「후으에? 아가히─?」

「…웃어주세요. 헬리오스 씨의 행동은 분명 좋지 않은 행동이었습니다. …그렇기는 하지만. 그 행동이 없었다면, 당신을 대하는 마음을 계속 모르고 있었을 거예요.」

「아가씨─…」

「저는… 당신이 계속 웃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당신이 저에게, "웃어줘"라고 말했던 것처럼요. …태양처럼 눈부시지만, 봄과 같이 따뜻하고 상냥한…. …그런 당신의 미소를 곁에서 쭉 지켜보고 싶습니다.」

 

 볼을 잡고 있던 손가락을 떼고, 뺨에 겹치듯 손바닥으로 어루만진다. 꼬집었던 부분이 붉게 물들었지만, 그 이상으로 뺨 전체가 불그스름하게 물들어 있었다. 태양의 화신일 텐데, 나를 바라보는 두 눈에는 아름다운 보름달이 박혀 있었다.

 

「…그건, 내가 최애라는 소리?」

「…그렇지 않고서야, 당신의 행동 하나하나에 이렇게 일희일비하지 않습니다.」

 

 그리 말하고 헬리오스의 위에서 물러나 천천히 일어선다. 그리고 아직도 주저앉아 있는 그녀에게 손을 내밀자, 기쁜 듯이 웃으며 고마워! 라고 말하고 내 손을 붙잡아 힘차게 일어섰다.

 

「나, 루비가 좋아.」

「…네, 알고 있습니다.」

「루비는?」

「……알고 계시지 않은가요?」

「그래도 듣고 싶어! 아가씨의 말로 확실히!」

 

 진지하고 기대에 찬 눈동자로 나를 꿰뚫을 기세인 헬리오스. 상대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는 도주 전법은 없었던 거로 아는데. 하지만 그녀의 말은 가당한 말이었고, 나도 그에 불만을 표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녀는 다시금 새롭게 전해준 것이다. 아무리 차갑게 대해도 계속 마음을 전해준 그녀에게, 나도 제대로 마음을 전하지 않으면….

 

 

 

 

 

 

 

 

 

 

 

「저는, 다이타쿠 헬리오스 씨를──」

 

 

 


 

으아아아아 진짜 어려웠어요 이번 번역

둘 다 말투가 만만찮게 어렵지만 헬리오스가 정말 어려워요.

결국 작가님 찬스를 써서 뜻을 물어본 대사도 하나 있었습니다.

그래도 그만큼 달고 맛있는 글이었어요!

이번 글도 오오토리 작가님의 전 헬리루비와 마찬가지로, 다 읽은 후에 제목을 보면 더욱 맛있습니다.

 

원래 어제 올려야 했는데 갑자기 코로나에 걸려서...

여러분 건강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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